우리는 너희를 해치지 않아!
우리는 너희를 해치지 않아!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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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해치지 않아(2020)

폐업 위기에 놓인 동산파크. 동물원 원장의 부채 문제로 거의 모든 동물이 이곳을 떠났으나, 북극곰 한 마리만 남아 있다. 까만코도 한때는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이상 행동을 보여 철창 안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됐다.

어린 시절부터 까만코와 많은 시간을 보낸 소원(강소라)은 수의사로 성장해 곁을 지킨다. 하지만 이런 소원의 마음도 모르는지 녀석은 허구한 날 철창을 들이박고, 소원조차 못 알아보는 듯하다.

동물원에 홀로 남아 있는 북극곰의 신세가 더욱 처량한 건,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선뜻 데려가려고 나서는 곳 한 군데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원에 오게 된 동물 중에서 “나 여기서 살게 해 주세요” 하면서 오는 동물은 한 마리도 없다. 그래 놓고 아플 때는 나 몰라라 한다.

북극이 고향인 까만코는 좁은 우리가 답답하고, 고향이 그리웠을 것이다. 또, 원하든 원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노출돼 광대 노릇을 하는 것에 염증을 느꼈을 테고, 가족이 생각났고, 자유롭지 못해 불안했을 것이다.

1958년 벨기에에서 실제 있었던 인간동물원을 두고 사람들은 비인간적인 행동이었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렇다면 지금 인간들이 동물을 가둬 놓는 행위는 어떤가. 이 행위는 과연 칭찬받을 만한 일인가?

영화 ‘해치지 않아’에 등장하는 북극곰의 사연이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유달리 마음 쓰이는 건 바로 이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때문이다.

영화 끝 무렵 소원은 캐나다 북극곰 보호센터로 까만코를 만나러 간다. 비슷해 보이는 북극곰의 외모 때문에 못 알아볼까 걱정했지만, 소원을 먼저 알아본 까만코는 뭉클한 눈빛을 보낸다. 그때 녀석은 소원을 향해 이렇게 말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너희를 해치지 않는다고, 오로지 인간만이 동물의 영역을 침범하고 괴롭힐 뿐이라고.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