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敎師), 공동체를 위한 투사(鬪士)가 되어야 한다
교사(敎師), 공동체를 위한 투사(鬪士)가 되어야 한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20.02.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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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가능한 시대를 위한 단상(斷想)

 
정완섭 부여고등학교 국어교사

교사(敎師)는 투사(鬪士)가 되어야 한다. 너무 진보적, 급진적,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필자는 18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교사는 시대적 가치를 충실히 전달해야 하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와 투사의 사전적 의미를 정리하면 교사는 일정한 자격(전문성)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투사는 사회 운동 등에서 앞장서서 투쟁하는 사람이다. 둘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첫째, 교사와 투사는 모두 다른 사람(교사는 학생, 투사는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에게 본을 보이는 사람이다.
 
둘째, 교사와 투사는 모두 전문가다. 교사는 그 시대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 즉, 해당 교과 지식을 전문적으로 갖춘(일정한 자격) 사람이어야 한다. 투사 또한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갖고,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적을 얻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교사는 국가나 사회 등 상대적으로 좀 더 큰 규모 공동체에서 합의한 가치를 지향하는 반면 투사는 상대적으로 좀 작은 규모 공동체에서 합의한 가치를 지향할 뿐이다. 결국, 교사는 투사와 다르지 않다.
 

현대 교육의 가치 ‘민주시민 양성’, ‘창의력’
 
그럼 우리나라 현시대 교육 가치는 무엇인가? 초중등교육법에는 명확히 ‘민주시민 양성’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요즘 시대적 중핵이 되는 가치는 누구나 동의하듯 ‘창의력’ 교육이다. ‘민주시민’이란 ‘삶’에서 내가 주인이 되는 것(民主)이다. 창의력이란, 기존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생각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를, 교육이 불가능한 시대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교육의 3주체인 교사, 학생, 학부모가 위의 개념을 바탕으로 교육적 실천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 언급한 가치를 문서상으로만 존재하게 만든 교육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실천 영역에서는 교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학부모와 사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가 공동체가 합의하여 추구하려는 가치는 ‘민주시민’, ‘창의력’ 교육인데, 현재 교실에서는, 그리고 현재 교사의 삶에서는 민주시민 모습이,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민주적인 삶을 경험을 해야 한다.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토론하고 사회적, 정치적 소통을 하는 것은 민주시민 교육의 바탕이다.
 
그런데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이런 바탕에 관심이 없다. 교사는 공무원이라는 이유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은 정치적 소통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처럼 정치적 상황을 논쟁적으로 제시하며 소통하면 된다. 아니 그렇게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소통이며 바른 교육이다.
 

혁신학교 운동, 가장 기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
 
2009년부터 가히 혁명적인 운동이 일어났다. 바로 혁신학교 운동이다. 사실 교육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둣돌을 놓는 운동일 뿐인데, 워낙 사회가 왜곡되어 있어 혁신적으로 보인다. 혁신학교 운동 핵심은 사실 원론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불꽃 싸다구(?)’를 맞으면서 민주주의 개념을 외워 시험을 치르던 학교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학생자치를 경험하고,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며 학교자치를 통해 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교육불신, 교사불신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도한 입시 경쟁 대안으로 수시 모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그나마 학생들이 입시 학원이 아닌, 학교에서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며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숨통을 틔어 놓았으나, 그마저 교사불신에 따른 정시 확대 등의 정책으로 퇴색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시가 공정하다고 한다. 왜곡된 공정성이다. ‘공정성’ 개념은 2015 국어 화법과 작문 교육과정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첫째,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 두 번째 개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인가? 남 탓만 할 수 없다. 우선 교사가 나서야 한다. 교육 개혁 대상이 아니라, 교육 개혁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삶 속에서 민주시민이 돼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민주시민의 본을 보이는 투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되어야 진정한 교육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