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산 갈등 누가 키웠나
천안 아산 갈등 누가 키웠나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0.01.3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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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가 지난 뒤 천안 아산은 연일 오르내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보도로 인해 크나큰 정신적 몸살을 겪었다.

갈등 촉발의 주원인은 우한 교민 격리 수용지 결정에 따른 데 있다. 지난 29일(수) 한 중앙매체가 격리 수용지로 천안 2곳이 결정됐다고 전한 보도는, 가뜩이나 치료법이 없다고 알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와 막 맞닥트린 천안 시민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던져줬다. 천안시장 보궐선거와 국회의원 일부 예비후보자들은 앞다투어 격리 수용지 천안 결정을 반대하며 보도자료를 날렸다.
 
 
하루 만에 널뛴 지역 민심
 
격리 수용지는 만 하루 만에 아산으로 변경되는 서스펜스 극이 연출됐다. 천안에 밀려 아산으로 결정됐다고 생각한 아산시민들은 우한 교민들이 아산에 들어오는 것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급기야 진 영 행전안전부 장관이 아산에 방문하며 아산 민심을 달랬으나 일부 주민은 차도에 눕거나 달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문제는 천안에서 아산으로 급변경됐다고 알려진 부분 때문에 빚어진 갈등 확산이다.

실상은 전세기를 탑승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우한 교민 숫자가 늘어나면서 그만한 인원을 수용할만한 시설을 찾다가 격리 수용지 변경이 불가피했던 것. 하지만 정부가 준비한 보도자료는 공식 발표를 하기도 전에 먼저 일부 중앙매체에 도달했고 이 소식을 너도나도 퍼다 나르면서 이 보도를 접한 아산시민들의 분노도 커졌다.

천안은 하루 만에 희비(?)가 교차했다. 수용 시설 인원 때문에 변경된 사실이 일부 예비후보자들의 선전 덕분으로 둔갑했다.

한 예비후보자는 피켓을 들며 1인 반대시위를 했다고 자랑스럽게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또 다른 예비후보자는 자신이 애쓴 덕분에 천안이 격리 수용지에서 벗어났다고 SNS에 올렸다. 반대에 앞장섰던 예비후보자들은 침묵했던 다른 예비후보자들과 현 정치인들을 비난했다.
 
 
아산시민들의 결심은
 
그러나 분위기는 반전을 거듭했다. 아산에서 극렬히 반대했던 주민들은 하루 만에 반대철회 의사를 표명했으며 아산 시민사회에서는 “우한 교민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따뜻이 맞이한다.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글들을 SNS에 올렸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처음엔 지자체와 아무 협의 없는 정부 결정에 반대했다. 갈 곳 없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생명도 지켜야 하고, 지역에 끼칠 우려와 피해도 최소화해야 하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한다”며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시민들의 생활과 안전에 지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양승조 도지사 또한 “격리 수용지 인근 주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정치적인 판단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100%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한 교민도 우리 국민이고 나와 내 가족이 혹시나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 천안 아산 시민들은 우한 교민들을 마땅한 시설에 격리 수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현실에서 이 방법이 가장 합당하다는 정부와 여론의 판단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물론 모든 과정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아직은 여기까지다.

민심이 급격히 우한 교민을 수용하는 입장으로 바뀌자 천안 예비후보자들의 행동은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한 반대 표명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어졌다. ‘표심만을 의식한 행태’라는 비난도 비껴가기 어려워졌다. 표심을 의식했을 텐데 표심에서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아산시와 아산시의회 상반된 반응
 
아산시의회 역시 비난을 사기 충분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아산시의회는 격리 수용지 아산 결정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낸 뒤 6명의 의원이 별도 성명까지 내며 "우한 교민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마땅한 타 지역을 찾으라"는 주문과 함께 아산으로 결정되는 과정을 비판했지만 철회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김영애 아산시의회 의장은 지난 28일(화)  충남시군의장협의회 해외연수에 참여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며 자리를 비운 상태다. 
 
이번 천안과 아산에서 일어난 문제의 본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문제가 아니다. 아산 일부 주민들의 행위를 과연 님비로만 봐야 할까. 정확한 감염 예방정보를 전달하고 지자체와 주민 협의를 통해 진행한 격리 수용지 결정이었다면 아산 주민들이 무턱대고 반대만 했을까.

이 지점에서 다시 드러나는 문제는 지역 정치인들과 예비후보자들의 행태다. 지역 민심을 다독여 국가 재난에 가까운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보다 오히려 주민들의 반대 논리에 불을 지피고 선동한 결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후보들만 있냐”는 탄식도 들려왔다.

정치인들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사례를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 이번 사례는 우리가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지 깊이 반성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na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