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박희영 기자
  • 승인 2020.01.16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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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천문:하늘에 묻는다(2019)
 

영화 ‘천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 자리까지 오른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선이 명나라의 속국이 아닌 독립된 나라로 우뚝 서길 바라는 세종은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 장영실은 이런 세종의 뜻을 받들어 천문기구인 혼천의, 공공장소 설치용 해시계인 앙부일구, 우리나라 최초 스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자동 물시계 자격루, 계절과 천체를 파악할 수 있는 옥루(흠경각) 외 측우기를 제작하는 등 조선 시대 과학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세종대왕은 장애인을 고용하고, 관노와 관비에게 출산 휴가를 주는 등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또, 신분에 상관없이 실력을 우선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원칙 덕분에 천민 출신 장영실이 과학자이자 발명가로서 재주를 썩히지 않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이와 같은 시대를 앞서간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선 고유 문자인 한글 창제까지 이른다.

사실 시대를 앞선다는 건 당시 사회 분위기를 거스르는, 일반적 통념이라 불리는 것들에 대한 반항이다. 미국에서 노예제 폐지를 두고 백인들이 분노했고, 여성들에게 투표권 부여 역시 남성들에게는 얼토당토않은 얘기였다.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그때 당시엔 사회적 통념이나 고정관념에 불과했던 것들이란 말이다.

오늘날 세종이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애민정신으로 백성을 보살핀 덕이요.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해 정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당시 ‘틀리다’고 맞서는 조정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분의 높고 낮음 없이 백성에 백성의 백성을 위한 시대를 앞서 나간 빛나는 주군이었기에 시간이 흐른 지금 ‘맞다’고 생각하는 후손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 것 아닐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