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고교 최상위권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지방고교 최상위권 학생들의 현재와 미래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2.1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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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고려대 수능최저 동시 충족 이과생은 극소수
 
 
조성훈 본스터디학원장

서울대학교는 지역균형 선발 전형을 통해 이론적으로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들 중에서 이과 1등, 문과 1등에게 서울대 합격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교육 환경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로써 수능 최저를 설정해 놓았다. 수능 3개 영역 각 2등급이 바로 그것이다. 과탐의 경우 I, II를 응시해야 하고 또한 동일 과목에 대한 I, II 선택도 막고 있다. 결국 물리I, 물리II나 지구과학I, 지구과학 II 같은 선택을 할 수 없게 했다.

지방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 중 상당수가 이과 전교 1등의 경우 서울대학교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충족시키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서울대학교가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한 인원을 정시로 넘겨서 선발하는 수시 이월 인원이나 여러 기관의 분석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아도 천안권의 경우도 많은 고등학교 최상위권 학생들이 느끼는 부분일 것이다.
 
특히 내신 따기가 수월해 진한학 고교의 경우에는 경쟁상대가 많지 않고 적당히 내신에 집중하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서울대 지균 최저, 고려대 수시 최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학생은 보기가 쉽지 않다. 연세대가 올해 수능 최저가 없어 스카이권에 하나 쓸 경우 지원은 가능하지만 합격의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진학지도 선생님이 말리기도 한다. ‘이 학교는 지원해도 안 된다. 이제까지 우리 학교는 뽑아준 적이 없다’라고 하며.
 
그런데 알고 보면 최저만 맞추면 합격하는 학과들이 꽤 많다. 원자력계열, 조선해양 계열 등등 공과대 대부분은 수능 최저 문제다. 문과의 경우에는 수능 최저를 맞춰도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어렵긴 하다.
 
그러나 인문대 쪽으로 가면 수능 최저 충족으로 들어가는 학과들이 있다. 좀 더 찾아보면 서울권 대학에서도 교과, 종합, 논술전형 등 수능 최저가 있는 학과에서는 지원자의 수능 충족률이 30% 이하대로 내려간다.

최근 언론에서 한창 정시 인원이 늘어난다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시 전형은 재수생이나 일부 수능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소수 학생용이다. 정시 확대 정보가 빠른 학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학원을 찾아가 학업량으로 경쟁해 보려 하지만, 이미 유튜브나 게임에 익숙한 학생들은 고전적 문제풀이 교육을 감당해 내기엔 참을성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고등학교 재학생에게 수능 고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는 재수생 유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3 9월 모의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여기에는 최상위권 재수생들이 일부러 시험에 응시하지 않는다. 이후 수능에 최상위권 재수생들이 합류하기 때문에 재학생들이 받는 고3 9월 모의평가 점수는 실제 수능점수와 연결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재학생들은 수능고득점을 얻기 위한 학습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 채 수능시험을 치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방 고교들은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학종 진학을 위한 고교’라는 것을 선택하고 천명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반쪽짜리라고 하는 새로운 입시 개선안도 받아들여 적용해야만 할 것이다. 결국, 또다시 선택의 문제만이 남게 될 것이다.

중학교 때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에 적응된 학생 중 대부분은 선발 인원에 큰 변화가 없는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을 보낼 수밖에 없다. 재능있는 극소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엄청난 학업량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큰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결국, 대다수 지방 일반고 학생들은 정시가 늘어난 것과 관련 없는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도 정시가 늘어난 것과 관련 없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은 고교 내 최상위권 몇 명의 학생들에게 불리함을 가져오는 요소로써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다양한 선택은 경쟁의 치열함을 낮추는 효과도 있을 수 있기에. 다양성이라는 그 지표가 지방고교 최상위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