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가능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교육이 가능한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2.06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장곤 국어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

요즘 학교가 힘들다고 한다. 이 말은 학생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왜 교사들은 학교가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학교가 교실 내 수업뿐 아니라 학생 생활교육 등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교사는 전문성을 잃고 외롭게 학교 안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학교는 교사들에게 교육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간이 아니라 교권이 추락하는 공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교권 추락은 김영삼 정부 5·31 교육개혁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개혁안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를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 봄으로써, 스승과 제자의 인간적 존경심과 사랑이 사라졌다. 단순 지식 전달자로 정의된 교사의 지위는 앞을 향하지 않고 멈추었다. 심지어 교사를 바라보는 부정적 요인과 얕잡아 보는 시선들이 겹치면서 교사의 입지는 줄어들고 교권은 급속하게 위축되었다. 이제 교사들은 위축된 지위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필자는 전교조 충남지부장으로서 3월부터 지금까지 도내 유·초중고 180여 개 학교를 방문해 현장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만나는 선생님마다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높았다. 정말로 학교는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해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권(교육권) 확보와 학교 업무 정상화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학교 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교원 지위 향상과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올해 10월부터 시행됐다. 교권 보호와 관련해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교권 보호 조례를 개정하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교권침해 상황을 줄여 교육이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진행 중인 학교 내 교권침해 상황(학생, 학부모, 교사에 의한)은 교사들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여 교사의 자존감을 극도로 하락시키고 있다. 교사가 살아야 학교 교육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고, 수업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수업이 가능할 때 교육은 살아나고 교사는 학생들에게 신명 나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권(수업권)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시간을 돌려주어야 한다. 각종 연수 이수, 행정 업무 처리, 교육청과 유관단체 행사 참여 등으로 교사는 정말 바쁘다. 그러다 보니 수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 교육청의 많은 노력에도 학교 현장의 체감 온도는 낮은 것이 현실이다.

둘째, 교권 확립(침해)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교사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적절한 처리 방안을 만들고, 교권침해 예방과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교사의 교육 활동과 관련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처리할 곳과 전문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현장은 가르치는 일보다 행정 업무가 넘쳐난다. 교육행정직은 증가하는데 교사들은 왜 업무로 바쁘고 힘든 것인가? 더구나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함에도 쌓여 있는 과중한 업무로 교사는 생활지도를 포기할 정도다. 교사는 원치 않는 학교 업무 폭주 기관차에 탑승하고 있다.

학교 업무 정상화를 위해 학교 교무행정업무를 교육청 학교지원센터로 이관하는 것이다. 교육을 위한 올바른 방향 전환이다. 하지만 그 실행은 미미한 현실이다. 아직도 학교 내 교무업무와 행정 업무의 갈등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현장 교사의 불만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이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다.

교육개혁의 출발은 교육 주체인 교사의 아픔에 주목하는 것이다. 처방과 치료가 필요한 교권침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수업권 확립뿐만 아니라 행정가로 전락한 교사 지위를 가르침 전문가로 되돌려야 한다. 이처럼 교권(교육권) 확립과 학교 업무 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교사의 자존감은 회복되고 자연스럽게 교육이 가능한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