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표가 온 나라 학생들과 학부모를 들끓게 했다. 수시와 정시, 학생부전형과 수능으로 나뉘어 찬반 논쟁이 팽팽했다. 그러나 분석할수록 정시 확대 문제점은 도드라졌고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고교 교사 70%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대입안 변경은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아산신문은 지역을 대표하는 교육 콘텐츠 신문으로서 교육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역의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시 확대 문제를 집중 토론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공교육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정시 확대 문제, 심도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이상길 교육연구사
천안고 석용수 교감
천안 중앙고 강대석 교사
천안제일고 심우근 교사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이상명 사무국장
사진 : 김종구 사진가
장소 : 천안엔지오센터 2층 교류실
일시 : 11월 6일(수) 오후 6시
-. 문재인 대통령은 왜 정시를 확대한다고 말했을까
석 : 조사결과와 달리 실제 학부모들은 수능 확대를 원치 않는다. 처음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길 때는 교사들이 반대했는데 지금은 원한다. 5년간 교사들이 바뀌었고 학부모들도 바뀌었다.
강대석 천안 중앙고 교사(이하 강) : 초중 교사들은 대입에 대해 잘 모른다. 고교 교사도 1, 2학년만 해보면 잘 모르고 3학년 담임을 3년가량 맡아봐야 체감한다. 입시 공정성의 중요성을 안다면 입시전담 교사 이야기를 경청했어야 했다.
이상길 교육연구사(이하 이상길) : 모 국회의원에 따르면 여론주도층의 여론몰이에만 반응하고 정작 교육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교육감협의회 의견도 듣지 않고 자문 받는 사교육 전문가의 주장에만 의존한 듯하다.
심 : 자기에게 유리하지 않은데도 수능으로 가야한다고 엇박자 내는 게 가장 문제다. 공정성이 뭔가. 수능은 결과다. 오지선다 문제에 답 맞힌 개수로 대학을 간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떤 문화 속에 있었는지, 부모경쟁력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시장경제 아니고 교육이다. 고려해서 보완하는 게 교육의 갈 방향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야말로 학생이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알 수 있는데 과정은 완전 무시하고 결과만 보겠다? 그건 교육이 아니다. 교육기관에서 그러면 더욱 안 된다. 수학조차 풀이 암기해서 시험 보는 게 수능 아닌가? 미래사회관점에서 보자. 그게 창의력 평가인가? 암기력 평가일뿐. 시대에 뒤떨어진 짓을 하고 있다.
운동선수는 매일 반복하는 것이 지겹고 지겨우니 코치가 붙어 압박하는 거다. 대치동 강사는 코치와 같다. 사람은 반복을 싫어한다. 혼자서 힘드니 돈 처들여서 공부시키는 거다. 이걸 알려야 한다.같은 시험장에 간 것만 공평하다고? 교육은 과정을 봐야 한다. 인간의 수많은 능력을 암기력만으로 판별할 수 있는가?
수시 장점 체감한 교사들, “학종 없애면 안 돼”
이상길 : 교사들은 최근 학생들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 모습 등을 보면서 교사는 힘들어도 학종으로 가야 한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대폭 높아졌다. 선택중심 교육과정과 학생활동주심 수업 등 학종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 : 학종이 금수저라는 모 언론사 기자의 글이 놀라웠다. 입학사정관제 병폐만 생각하고 학종에 부모 영향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금은 부모찬스가 거의 없도록 제도적으로 막았다. 따지고 보면 조국 딸 입시가 언제적 이야기인가. 입시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거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교육제도는 고치고 보완하는 작업으로 가야 한다. 정시 확대는 퇴행이다.
심 : 우리 아이 생기부에 별것 없으면 엄마들이 속상하다. 교사들부터 학생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은 입시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고 제도를 열어주어서 고등학교에서 투명하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석 : 바로 그 부분. 양심일 수밖에 없다. 어렵다. 교사마다 다르고 학부모들이 여기서부터 불신한다. 그래도 학생에게 불리한 서술은 못 쓰게 돼 있다.
강 : 보통 지방대학은 교과전형이 많고 수도권은 종합전형이 많다. 교수들은 지금까지 학교만족도와 적극성, 대학생활 적응이나 성취욕 등에서 수시 입학생이 월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불리한 거 절대로 안 하는 대학이 스스로 수시를 늘려왔다.
강 : 대학 안 나와도 격차 적도록 사회·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임금 차별을 줄여야 한다.
석 : 노동시장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입시는 선발 경쟁인데 경쟁 줄이는 방법은 노동시장 변화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상명 : 우리가 미국 고교 학종을 따왔는데 미국 교육은 입시에 종속돼있지 않다. 우리도 사립대 비율 높다. 사학 자본 교육부 사교육기관이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건 아닌지. 교육부가 중등교육을 대학선발에 종속시킨 문제, 사학자본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심 : 미국은 워낙 크니까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대학 안 나와도 잘살 수 있다. 땅 좁은 우리나라가 경쟁이 치열하다.
이상길 : 성적우수집단 학생들은 보통 학생 1~2등급이 가는 대학에 3~4등급이어도 가는 걸 인정하는 카르텔은 형성됐다고 본다. 과학고는 워낙 학생 수가 적고 성적우수 학생이 많기 때문에 그들 중엔 6~7등급이 상위권 대학에 가기도 한다.
석 : 지금 학교 데이터 공개하면 정시 비율 지속해서 줄어든 거 나올 거다. 3년간 10%씩 줄었다고 할 때 지금 정시 늘리면 천안에서 자사고만 최상위권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학부모들이 잘 모르는 게 문제다. 정시 확대되면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 못 간다.
심 : 정시 입학생 수시 입학생 비교 통계를 보면 지방 고교 학생이 정시로 서울대 입학? 거의 없다. 수시는 좀 있지만. 고도 문제풀이에 약한 지방학생과 천안 같은 중소도시는 수시가 훨씬 유리하다.
이상명 : 지난해 불수능이랬다. 어렵게 내고 사과 한마디면 끝이다. 절대로 수능 문제 쉽게 내지 않는다.
수능 창시자도 수능 폐지 주장
도시건 농촌이건 정시에서 재학생 합격은 더 어렵다. 서울대에 진학한 충남도 학생들 29명 중 재수생 비율이 20명이다.
이상명 : 내신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데 놓칠 수 있다. 그런데 정시는 한 번이면 되는 거 아닌가?
이상길 : 비교육적으로 가고 있는 정시가 문제라서 수시로 가는 건데 지금 정시 비율 높이면 거꾸로 어떤 고교가 서울대 몇 명 보냈냐로 여론을 작동시킨다. 천안은 교육감전형으로 평준화됐는데 정시 확대되면 다시 역전된다.
석 : 아산의 경우 배방지역은 읍면이라 수시일 때 농어촌 전형이 가능하다. 도농도시 지역 아이들에게 매우 유리한 전형이지만 정시가 확대되면 농어촌 전형은 훨씬 좁은 문이 된다.
3학년 2학기까지 학생부 적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학교 수업 파행이 덜 발생할 것이다.
이상길 : 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 개선연구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8 대입제도 개선안에 수시 정시를 통합했다. 수능시험을 과목별로 보게 하고 재학생은 한 과목당 한 번 기회, 졸업생은 무제한 볼 수 있다. 단 5단계 절대평가하고 수능전형에도 반드시 교과성취도 반영하며 내신은 6단계 절대평가와 3학년 2학기까지 넣게 했다.
이상길 : 교과전형은 41.4% 선발 입시 중 가장 비중 높다. 충남 수시 대다수 합격자 늘었는데 수능 최저 강화된 고려대만 줄었다. 지방은 종합전형을 줄이고 교과전형에 수능을 함께 보는 전형을 늘리면 합격률이 낮아진다.
종합전형은 공교육 정상화 기여 전형이다. 4차산업과 미래역량, 공동체 인식, 인성 등 다른 어떤 선발보다 현존하는 가장 나은 선발이라는 견해가 교육계 중론이다.서울 15개 상위권 대학은 학종이 42%다. 지방은 논술 준비 어렵고 정시엔 재수생이 강세다. 지방의 희망전형은 학종과 교과전형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불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학생부 기록도 소논문 기재금지, 독서활동 특기활동 폐지, 자율 동아리 행동특성 글자 수 축소 등 바뀐 부분 많다.
이상명 : 숙명여고 경우 내신이나 시험 조작이 가능하다. 교사 양심이 중요하다. 소득 격차 심한데 준비 뭘 할지 어디서부터 할지 모른다. 수능 20%는 살려야 한다고 본다.
왜 학생부 종합전형인가
내신이 같은 3.0이어도 3년간 성적이 올라서 3.0 된 학생과 3년간 성적이 내려가서 3.0 된 학생은 같지 않다. 학종은 전체 발달과정을 본다. 이게 교육의 본질이다.
심 : 내신에도 수행평가가 들어 있다. 수능보다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
이상길 : 이미 수시 지향 교육은 진행 중인데 지금 1학년부터 정시 확대로 바꾸겠다고 한다. 정시 확대로 인한 공교육 붕괴를 예측하고 막아야 한다.
심 : 대입 4년 예고제, 교육부가 정한 규정을 청와대가 깬 거다.
석 : 지난해도 이런 싸움 있었다.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위원회에서 토론 시작하자 싸움 벌어져 수능 30%로 합의한 거다. 그때 50% 가자는 주장을 30%로 낮추는 데 기여한 사람이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이었다. 입시를 치러 본 학생들이 정시확대론자들을 설득한 것이다.
왜 30%가 중요한가? 임계점이기 때문이다. 40% 가는 순간 절반 되는 거 쉽다. 정시 확대되면 일반고는 대안이 없다. 잉크도 안 마른 공론을 뒤집었다.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강 : 학생부종합 보완 위해서는 내신 공정성 기하는 교사의 양심이 중요하다.
이상길 : 현재 고1부터 자소서 항목 줄인다.
심 : 자소서도 개조식(순번을 붙여 요점만 나열하는 방식)으로 써야 한다. 수능에서 서술능력을 봐야 하는데 채점 땜에 못 한다.
이상길 : 2022년 고교학점제 부분 시행 위해 선도학교 기반 조성하려면 예산을 투자해야 하는데 정시를 확대하면 교사들이 수령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석 : 교육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 맞는 전형이 종합전형이다. 듣고 싶은 과목 선택하는 거, 이거 수능으로 안 된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교학점제 하기로 해놓고 수능 확대라니.
심 : 교육의 본질은 인간존중, 생명 존중, 환경, 자발성, 배려 이런 것들인데 이것 과연 오지선다로 점수화할 수 있나? 그나마 종합전형이 담고 있다. 가정과 부모가 개입할 여지 줄이고 발전가능성 중심이어야 한다. 가능성을 엿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보완해서 학종을 확대해야 한다.
이상길 : 배움과 성장이 있고 행복 추구하려면 경쟁이 둔화해야 한다. 교육감들은 수능과 내신이 절대평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강 : 학교수업 형태도 창의성 비판력 기르려고 토론수업 접목돼있는데 정시로 틀면 안 된다.
심 : 우리 교육의 전제가 틀렸다. 많은 지식을 가져야 정의롭고 도덕적이고 민주시민인가?
이상명 : 교육부 해체해야겠다.
심 : 1년마다 학년을 진급시키는 제도는 19세기 방식이다. 일반사회시설 이용하고 사회에서 무리 지어 활동할 수 있게 다양한 길을 열어놔야 한다. 수학여행도 일제가 만든 제도 아닌가. 학교가 독선과 오만 벗어야 교육수준도 올라간다.
이상명 : 이미 대학들은 등급제 이용해 고교 판단한다. 이거 무시하고 학종 잘 살려보자는 과연 어떤 효과인가? 대학 평가가 바뀌고 대학 평준화도 필요하고 대학통합네트워크 선발 시스템 등도 바꿔야 한다. 학부모는 지친다.
심 : 학부모도 바뀌어야 한다. 자신이 학교 다닌 때만 생각 말고, 내 자식만 기준 삼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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