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명인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맥간공예 작품
한 땀 한 땀! 명인의 손을 거쳐 탄생하는 맥간공예 작품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0.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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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전통명인 선정된 맥간공예 작가 우윤숙
우윤숙 작가는 27년 동안 맥간공예와 전통문화 기술발전을 위해 적극 활동한 공로로 2019년 천안시 전통명인에 선정됐다. 맥간공예용 맥간시트 제조법 특허권자이자 발명가인 이상수 선생 수석전수자이자 주목할 예술가 전통부문(2013)을 수상하는 등 다수 공모전과 초대전에 출품해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보릿대를 갈라 부드럽게 연마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을 다스리는 수도자의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10월 18일(금) 우윤숙 작가를 직접 만났다. 우 작가가 들려주는 맥간(麥稈, 보리 줄기) 함께 들어보자.
 
천안시 전통명인에 선정돼 지정패를 받은 우윤숙 작가

 

Q. 천안시 전통명인에 선정된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A. 하고 싶었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우리 지역에 맥간공예를 알리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왔는데, 그걸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처음부터 명인이 돼야지’하는 마음으로 맥간공예를 시작한 건 아니다. 30여 년 전 맥간공예 전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뭔가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했고, 배우다 보니 더 재미있었고, 하다 보니 오늘날까지 오게 된 것이다. 묵묵히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Q. 다소 생소한 맥간공예에 대해 설명해달라

A. 보릿대를 이용한 공예다. 보리 줄기의 거친 겉면을 벗겨내면 뽀얀 속살이 나온다. 대바늘로 보릿대 한쪽을 쪼개 편 후 도안에 맞게 접착해 오리거나 잘라서 모자이크처럼 순서대로 조각조각 붙인 뒤 그 표면에 투명한 칠을 입히면 완성이다. 투명칠은 하루에 한 번씩 최소 일곱 번 반복해야 매끈매끈한 표면을 유지할 수 있다.
 
 

 

Q. 나전칠기와 비슷해 보이는데, 이 둘의 차이점은?

A. 말 그대로 맥간공예는 보리 줄기를 이용한 것으로 나전칠기와는 소재부터 다르다. 보리농사를 지으신 분들도 보릿대를 못 알아보신다. 아마 거칠거칠한 겉면만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보릿대가 얼마나 뽀얗고 예쁜지 모른다.
또, 보리 줄기와 나전칠기는 분위기도 다르다. 나전칠기는 색감이 화려하다. 반면, 보리 줄기는 은은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Q. 맥간공예의 매력은 무엇인가?

A. 모든 수공예 작품이 그렇듯 맥간공예 역시 시간에 비례해 정성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기계처럼 뚝딱 찍어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이 매력이다. 공예를 통해 인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게 됐다. 화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가만히 앉아서 보릿대를 펴고 번호에 맞춰 조각을 맞추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는데, 이것 또한 매력이다.
 

 

Q. 배우기 어렵진 않은지?

A. 기초 단계를 배우는 수강생들은 도안을 따로 그리지 않고 표준 도안을 사용한다. 보릿대 펼쳐서 조각대로 자르고, 번호대로 붙이는 과정까지만 한다. 도안과 칠 과정은 좀 더 숙련돼야 가능하다.
어렵다기보다는 인내심과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Q. 작업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

A. 일하면서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지금도 이 일이 참 좋다. 가족과 지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면 금세 힘이 나곤 한다.
 
Q. 맥간공예가 본인의 성격과 잘 맞아 보인다. 어떤가?

A. 그래 보이나(큰 웃음)? 20대 초반에 시작한 일을 지금까지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욕심을 버리고 무엇인가에 몰두하게 되면 그냥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마음속에 욕심이 켜켜이 쌓여있으면 그것 때문에 무리하게 되고,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아등바등했을 거다. 그냥 열심히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마음이다.
 
환하게 웃는 모습의 우윤숙 작가
 
Q. 앞으로의 계획은?
A. 맥간공예 활성화를 위해 또, 우리 지역과 우리나라에서 맥간공예 맥이 끊기지 않도록 앞으로 교육 활동에 더욱 매진하려고 한다. 내가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배우러 오겠나. 교육을 통해 끝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아울러 수원에 있는 맥간공예연구원 본부에서 루마니아에 작품 전시와 기술 전수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계획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A. ‘맥간공예’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의 공예’다. 시작된 지 오래된 건 아니지만, 발명 특허를 받은 공예인 만큼 기술을 전수하면 이것 또한 전통공예의 한 분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공예가 처음 시작이 있었기에 전통을 이어 갈 수 있다고 본다. 맥간공예 역사는 40년 남짓으로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긴 시간이었다. 이미 시작한 맥간공예 전통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란다.
 
문의 : 우윤숙 작가 010-2406-5862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