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그를 악당으로 만든 건 무엇일까?
조커, 그를 악당으로 만든 건 무엇일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10.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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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조커 (2019)
 

빨간 옷을 입은 광대 차림의 조커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춤을 추는 듯 두 팔을 벌리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상상 그 이상의 전율’이라는 카피가 적힌 포스터를 보니, 조커가 가진 사연이 궁금해진다.

영화 ‘조커’에서 아서 플렉(=조커) 역을 맡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23세에 요절한 미남 배우 리버 피닉스 동생으로 영화 ‘너는 여기에 없다’ ‘her’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하며 2017년 제70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호아킨은 이번 작품을 위해 무려 23kg이나 감량. 감량을 위해 하루에 사과 1개로 하루를 버텼다고 하니, 집념의 배우라 할만하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배트맨의 숙적 조커. 하지만 조커는 사실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나눠주고 싶은 평범한, 아니 가련한 광대에 불과했다.

기력이 쇠한 노모와 함께 생활고에 시달리는 조커는 시도 때도 웃음이 터지는 틱 장애를 앓고 있다. 한번 터지면 그칠 줄 모르는 웃음 탓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기가 일쑤. 먹는 것 또한 시원치 않아 피골이 상접한 상태다.

마땅히 사회적 배려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조커에게 남은 거라곤 더는 받을 수 없는 복지 혜택과 직장에서의 해고. 그리고 해괴한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과 비난뿐이다.

금수저가 안 된다면 제대로 된 숟가락 몽둥이 하나라도 물고 태어났으면 좋으련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 몸부림치는 조커에게 돌아오는 건 희망이 아닌 절망. 이쯤 되니 조커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악이 선을 이겨서는 안 되며, 아무리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해도 악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조커가 측은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