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재를 보면 입시의 답이 나온다 ②
미래인재를 보면 입시의 답이 나온다 ②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9.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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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스터디학원 조성훈원장

지난 호에 이어 입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정시냐? 수시냐?’에 대한 답은 이미 드렸습니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 사회에서 입시 제도가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아무리 공정성이라는 매력이 있다 해도 수능 위주 선발 방식으로 되돌아가자는 말은 세계적 수준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 낼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며칠 전 흥미로운 보고서가 하나 나왔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표되는 수시보다 정시를 원하는 사람 중 상층부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였습니다. 여기서 상층부는 속된 말로 은수저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금수저까지는 아니고 나름대로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돼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당연히 수시를 원할 거 같은데 이 사람들은 정시를 더 선호합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수능으로 최상위권 대학에 보내기가 쉽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현재 수시를 반대하고 정시로 선발해야 한다고 하는 또 다른 많은 사람은 지방에 있는 분들입니다. 그분들 중에는 이런 말들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예전 수능으로 선발할 때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뉴스나 기사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확히 수시 선발 구조를 모르고 하는 말들입니다. 얼마나 학력고사나 수능으로 SKY 합격하는 것이 어려웠으면 뉴스나 기삿거리가 되었을까요? 그런데 요즘은 안 나온다고요? 안 나오는 것이 아니고 기삿거리가 안 되는 겁니다. 왜? 너무나 많으니까요.

수시에는 선발 형평성을 고려한 특별전형이 매우 많습니다. 일단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한 학교당 2명밖에 지원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시골 고등학교도 2명 서울 소위 명문고도 2명만 지원 가능합니다. 여기에 차상위계층, 장애인, 보훈 자녀, 다자녀 등 수많은 특별전형으로 그들만의 리그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실업계 학생들을 위한 특성화고 전형도 별도로 운영됩니다. 여기에 매년 선발 인원이 증가하는 농어촌 특별전형이라는 막강한 지방 학생들을 위한 전형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필자가 느낀 것은 이러한 특별전형은 대입에서 오히려 역차별이라 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전형을 통해서 한 해 수많은 아이가 서울대, 고대, 연대에 합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렇게 개천서 용 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매년 수백 마리 용이 나고 있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능 위주 선발로 돌아가는 순간 이러한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한 전형은 대폭 축소되고 고급 입시정보와 좋은 강사진을 보유한 서울 학생들 간 각축장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선행학습을 죽어라 해야 하므로 교실 수업은 의미가 없어지게 되어 공교육은 빠르게 붕괴할 것입니다. 아이들 적성이나 진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모의고사 몇 점인지가 가장 중요하며 이전 년도 입시 결과 숫자와 비교해서 어느 대학에 지원 가능한지가 매달 아이들 목을 조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서 선발되고 사회로 진출한 사람들이 지금의 검사와 판사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혁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얘기하는 두 곳!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인성 교육은 받은 적도 없고 무한 경쟁에서 무조건 점수만 잘 받으면 좋은 대학 가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시절의 그 사람들! 박근혜 정부 검사 출신 우○○ 전 민정수석이 그랬고 그 외 소위 엘리트라는 많은 사람이 사회 지도층으로서 기본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권력을 이용해서 자식들 군대를 면제받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서 사익(私益)을 취하고 힘 있는 자의 편에 서서 약자를 억압해왔습니다.

제가 학생부 종합전형을 아이들과 고민하고 조언해주면서 공정성이니 다 차치하더라도 그래도 학생부 종합전형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고민한다’는 것입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 봉사에 대한 고민, 다양한 관계에 대한 고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