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숨기기보다 당연히 치료받아야 할 질환
정신질환, 숨기기보다 당연히 치료받아야 할 질환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8.1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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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정신질환 치료 및 재활 위해 다양한 서비스 제공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 마음의 병 역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
 
천안시 서북구 건강복지센터를 찾은 A씨. 상담을 마친 A씨는 “제가 우울증 초기 증상일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마음속에 참 많은 걸 담아두고 살았더라고요. 사실 센터에 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상담 선생님께 속마음을 얘기하고 나니 속이 좀 후련해졌어요”라고 밝혔다.

왜 센터 방문을 망설였을까? “우울증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그냥 참으라거나, 별거 아닌데 유난 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가 생각할 때도 나만 참으면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많았어요”라고 말하는 A씨.

천안시 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정범수 센터장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스스로 인지를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괜찮아질 거란 생각에 내버려 두면, 결국 증상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우울뿐 아니라 모든 정신질환이 마찬가지예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하듯, 마음이 아플 때도 반드시 치료를 해줘야 한답니다”라고 조언했다.
 

 

재활프로그램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 줘 
 
2004년 개소한 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선 천안 시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정신 장애인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돕고, 만성 정신질환뿐 아니라 우울증 스트레스 불안장애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성인과 아동·청소년에게 상담 서비스와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만 18세 이상 성인 중 재활서비스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펼치는 정신장애인 재활사업 프로그램에선 정신질환이 의심되거나 정신질환이 있는 대상자를 발견 등록하고, 관리하는 ‘사례관리 서비스’를 진행한다. 사례관리 서비스 대상자로 등록되면 치료기관 및 자원연계, 맞춤형 프로그램 등의 ‘재가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주간재활 프로그램(어울림)’에선 증상 및 약물 교육, 사회기술훈련과 여가활동이 가능하다.

‘직업재활 프로그램’에선 직무기술 교육, 다양한 진로를 체험하며, 정신질환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마음의 병이 깊었던 B씨는 센터에서 진행하는 주간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서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재철 팀장은 “B씨는 취업에 성공해 10년 가까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계신 분이다. 본인의 의지도 대단했던 분”이라고 기억했다.

센터에선 ‘정신장애인 재활사업’과 더불어 정신건강교육, 정신건강검진 등의 ‘정신건강 증진사업’과 고위험군 관리사업, 찾아가는 마음건강 캠페인을 펼치는 ‘아동청소년 정신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또 방치되고 치료받지 않는 정신질환자 발굴을 위해 관내 행정복지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 대상자를 상대로 재활프로그램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질환자들이 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개선 필요 
 
최근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정신질환에 대한 공포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2018년 흥타령축제 현장 부스에서 정신건강 예방을 위한 홍보 캠페인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보아왔던 선입견과 달리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운데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0.136%,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이 3.93%로 28.9배 높게 나타났다. 정신장애인이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비율은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를 크게 밑돌았다.

이 팀장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확대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기도 하다. 정신질환자들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남의 시선이나 낙인이 두려워 치료를 중단하거나 방치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정신질환자들을 향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은 조기발견 및 진단,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하게 되면 자·타해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지고 환자의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등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타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자 발견 및 재활서비스 제공을 통해 회복을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질환,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같이 고민해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C씨는 “병원에 진료기록은 남지만, 본인의 요청이 아닌 이상 제3자에게 보여주지 못하게 돼 있어요. 가족이라도 환자 본인 동의 없이는 진료기록 열람을 할 수 없어요”라고 밝혔다.

의료법 21조(기록 열람 등) 2항에 따르면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은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양한 이유로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지만, 사회의 편견과 주변의 시선 및 진료기록으로 인한 불이익을 걱정해 병원이나 센터 방문을 망설이는 이들이 있다.

정범수 센터장은 “정신건강 문제는 혼자 끌어안고 숨기나 나중에 문제가 커진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담과 치료를 통해 회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군가에게 어려움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문제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럴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회복의 첫발을 내딛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상담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전화(041-578-9709~11)나 홈페이지(www.cancenter.or.kr)로 방문상담 예약 후 이용할 수 있고, 1393번으로 연락하면 24시간 전화 상담이 가능하다.
 
주소 : 천안시 서북구 서부3길(구 보건소) 2층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