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
넌, 너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8.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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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엑스트 (2019)
 
시내 한복판에 원인 모를 유독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스에 노출된 시민들은 사망하기에 이르고,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다.
 

건물에 있던 용남(조정석)과 의주(임윤아)는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가스를 피해 타워 크레인으로 향한다.

영화 ‘엑시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고 현장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 신선한 코믹 재난영화지만, 알고 보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로프 한 줄에 의지한 채 빌딩 숲을 오르내리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 퍽퍽한 청춘들의 삶이 떠오른다.
 
가스를 피해 낮은 건물에서 높은 건물로 올라와 보니, 더 높은 건물로 올라가야 한다. 더 높은 건물에서 가장 높은 고층 빌딩으로 올라가 보니 여기도 끝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대입’이라는 문을 열고 ‘졸업’을 통과하니, 거대한 ‘취업’의 장벽 앞에 좌절하고 쓰러지는 취준생들의 삶과도 같아 보였다.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하고, 돈이 없어 결혼은 아예 생각도 없거나, 가정을 꾸렸더라도 양육비 부담으로 임신을 피하는 것이 요즘 젊은 층들의 현실이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여정 역시 순탄치만은 않다. 그런데도 용남과 의주는 반드시 해낼 거란 믿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음 문을 열고 나아간다.

누군가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와 같다고 했다.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 모든 주인공이 죄다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가보지 않는 이상 절대 알 수 없다.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작품 아니던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