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7.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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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배심원들(2019)
 

 

1988년 10월 서울 주택가에서 인질극이 벌어졌다. 이는 500만 원을 훔친 자신보다 70억 원을 횡령한 자의 형기가 더 짧은 것에 대한 불만과 사회를 향한 비난이었다.

당시 지강헌이 남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얼마 전,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절도범이 복권에 당첨되자 고액의 수임료를 들여 변호사를 고용해 무죄 판결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이 복권 당첨자는 분명 수중에 돈이 없었더라면, 그 전처럼 영락없이 철창신세를 졌을 것.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역시 돈이 최고” “돈이 있으니 있는 죄도 없어진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김준겸(문소리) 판사는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것입니다. 함부로 처벌하지 않지 않기 위해 처벌 기준을 세운 것, 그게 바로 법입니다”라고 말한다.

또,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떤가? 대기업 총수들은 몇백억 몇천억을 횡령하고도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고작 몇 개월 수감 생활을 하고 나오면 그만이다.

어째서 절도범은 고액의 수임료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 교도소행을 면할 생각을 했을까. 어째서 허우대 멀쩡한 양반들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눈물로 읍소하며, 뒤로는 명성이 자자한 변호인을 고용하는 것일까. 

그래. 법이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것이라면, 함부로 처벌하지 않기 위해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법을 어기고, 천륜을 어기고, 범죄의 질이 나쁘고, 그 수법이 치밀할수록 법의 잣대는 더욱더 엄격해져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진위를 가리고, 그 판결에 빈부 차이가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돈이 많아 명성을 떨치는 변호사를 고용하든, 돈이 없어 국선 변호인이 변호를 하든.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