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산 땅 30년 묶어놓고 모자라 이젠 강제수용?”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산 땅 30년 묶어놓고 모자라 이젠 강제수용?”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7.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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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자동실효제(도시공원일몰제) 추진과정, 무엇이 문제일까
아산시, “매연 소음 진동 등 공해 차단하는 공원 만들어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자동실효제(일몰제)’에 따른 기한이 2020년 7월로 실효 기간이 딱 1년 남은 시점에서 아산시와 민원인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일몰제 관련 민원은 ‘문화로 완충녹지 조성사업’ 부분에서 더 확연히 불거졌다.

이 사업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한 소유주들은 “아산시 일몰제 추진과정이 너무나 일방적이고 어이없다. 2013년부터 토지보상 절차를 추진했다는 사업인데 지난해 11월에 매각 의사를 물었고 올해 4월 들어서야 협의 매수하겠다더니 의견수렴 한 번 없이 집행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아산시 행정집행의 문제점을 강하게 제기했다.
 

“30년간 재산권 행사 못 하고 세금만 꼬박꼬박 냈어” 
 
토지소유주들의 불만은 재산권 보호 차원만이 아니다. 6년 동안 시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한 민원인은 “너무 억울하다. 10대 때부터 막노동해서 땀 흘려 모은 돈으로 정당하게 땅을 샀다. 누구의 재산을 빼앗거나 훔친 게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도시계획시설 지역으로 묶여 30년간 세금만 꼬박꼬박 내고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다시 집을 지을 형편이 안 돼 월세로 전전하는데, 남은 땅마저 시에서 토지 강제수용한다면 공개적이고 적당한 절차 없이 시가 강제로 시민의 재산을 빼앗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매각 의사 없음을 분명히 밝혔는데 아산시가 매각 의사 있음으로 처리하려 했다”며 “토지소유주들의 의견을 멋대로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아산시는 “교통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매연 소음 진동 등의 공해를 차단하거나 완충해주는 아름다운 시가지 가로경관 제공이 목적”이라며 미조성 완충녹지 조성 및 보상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자동실효제에 대비해 10개 공원에 대한 예산확보를 지속해서 하겠다고 밝힌 것과 달리 여전히 완전한 예산확보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약 없는 토지 보상 절차만 진행하고 있다.
 

추진과정 미흡한 점 드러나 
 
문제가 커지자 지난 아산시의회 제213회 1차 정례회에서 김미영 시의원이 2020년 장기미집행시설 도시계획시설(공원) 일몰제와 관련해 그간의 사업추진 경위를 공원녹지과에 질의했다.

아산시가 토지보상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미진한 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김미영 시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추진한 사업인데 민원인들은 올해 4월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사이 공청회나 의견수렴 과정이 전혀 없었다. 행정사무감사 때 담당과장에게 공청회 안 한 사유를 물어보자 ‘인원이 적고 면적이 넓지 않아서 그런 거 같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4~5회 정도 공청회를 해야 하는 명분이 있었으나 한 번도 하지 않았으며 통지만 해놓고 통지가 토지소유주들에게 닿지 않은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2019년 예산은 얼마나 편성했냐”고 물으며 “뾰족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20여 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한 토지주에 대한 고충을 공감할 수 있겠냐”고 질타하면서 “시민에 대한 배려 없이 행정절차만을 위한 형식적인 처리는 시민의 마음에 상처만 남긴다”며 수십 년간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한 토지소유주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예산 마련 없이 토지보상 절차 추진 
 
토지가격 상승으로 보상예산 규모도 커졌다. 특히 문화로 완충녹지 조성사업 부지 바로 옆에는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이 입주한 아산터미널이 위치해 있어 지난 몇 년간 상당하게 지가가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유주들은 토지가 강제수용된다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산시는 2016년 당시 보상계획 보고를 통해 총사업비 39.5억으로 보상추진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했으나 2018년 보고에는 2019년까지 총 3차에 걸쳐 51억의 예산으로 집행해야 할 상황이며 올해 다시 추정한 소요예산은 80억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은 5억이다.

아산시는 보상할 예산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토지 강제수용은 법적으로 문제없고 행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정확한 절차와 내용을 알지 못하는 토지소유주들에게 양해 바란다는 의사만 전달한 셈이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10일 실시계획인가가 고시됐다. 공청회를 다시 하기 어려울 것이다. 공청회를 안 했어도 행정조치를 취할 수는 없더라”며 “강제수용의 느낌이 없도록 공원녹지과장에게 토지소유주들과 충분한 협상과 논의를 하길 당부했다”고 밝혔다.

김미영 의원은 “현실적으로 협의나 보상 대안이 없다. 실시계획인가를 받았고 공익사업이라 협의가 안 되면 무조건 강제수용될 수밖에 없다. 단 토지매입비 확보 시 아산시와 토지소유주가 공평하게 감정평가사를 불러 양쪽 평가를 더한 후 둘로 나눈 금액을 보상한다는 방안이 있긴 하다”며 “집행부인 시에서 다시는 이런 시민 고충 공감의 감수성이 부족한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