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젠더 박스(Gender Box)에서 나오세요!”
“이제 그만, 젠더 박스(Gender Box)에서 나오세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7.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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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알라딘(2019)
 

영화 ‘알라딘’이 입소문을 타고 관객 수 800만을 기록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것과 달리 CG를 십분 활용한 실사판 지니와 아부 등 아라비안나이트 캐릭터들의 부활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 호강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내용이야 다들 알다시피 알라딘과 쟈스민 공주의 사랑 이야기다.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조마조마하다. 어째서 알라딘을 못 알아보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쟈스민 공주는 술탄, 즉 통치자가 되고 싶다. 이에 자파는 “꽃처럼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라며 경고인지 협박인지 모를 조롱을 일삼는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쟈스민의 아빠마저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쟈스민은 소신을 굽히지 않고, 나름대로 악에 맞서 싸운다. 이런 쟈스민의 모습은 기존에 알고 있는 왕자에게 의존하던, 수동적인 온실 속 화초 같던 공주들에 비하면 가히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를 두고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꽃 같다”는 말을 해 빈축을 산 모 배우가 있었다. 그리고, 이 배우는 바로 자신의 발언이 경솔했다며 사과문을 발표 한 바 있다.

여자는 왜 다소곳하고 얌전해야 하며, 남자는 왜 항상 씩씩해야 하고 울면 안 된단 말인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쌍팔년도, 뉴밀레니엄 시대를 지나 2019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여자가!” “남자가!”

초등학교 때 선생님 왈 “여자랑 남자가 서로 바꿔서 못 하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 일은 목욕탕 세신사밖에 없다. 그거 말고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남과 여. 성별이 다르므로 서로 다른 점이야 있겠지만, 언제까지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그러면 안 돼’라는 젠더 박스 안에 갇혀 살 텐가.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