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집안 아닌데도 학교에서 처음 만난 트롬본으로 1등 한 비결은
음악 집안 아닌데도 학교에서 처음 만난 트롬본으로 1등 한 비결은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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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우현음악콩쿠르’ 트롬본 부문 중고등 제치고 최고점수 받은 박종빈 학생
 
태어나서 처음으로 콩쿠르에 출전한 초등학생이 1등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6월 6일 열린 역사 깊은 전국관악콩쿠르 ‘우현음악콩쿠르’에서의 수상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천안 차암초등학교 6학년 박종빈 학생. 단순한 수상이 아니다. 트롬본 초등생 부문 1등이지만, 전국의 내로라하는 전공자들이 모인 콩쿠르에서 점수로는 중고등학생을 제치는 초중고 전체 트롬본 부문 1등 성적인 것이다. 모든 관악기 분야를 모두 통틀어도 전체 성적 0.5점 차이 2위에 오른 빛나는 성과다.
 
박종빈 학생

“초등학생이 왜 이렇게 잘해?” “쟤 잘하죠?” “그러게요.”

처음 대회에 출전하는 제자의 실력에 스스로 감탄하던 차에 김진홍 지도교사는 박종빈 학생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대화가 귀에 쏙 들어왔다. 저절로 입이 귀에 걸렸다.

“입상은 하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결과가 좋을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이런 좋은 성과를 냈나고 묻자, 박종빈 학생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연습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음악 가까이하는 환경과 꾸준한 연습 중요 
 
박종빈 학생의 수상 소식은 특별했다. 상식적으로도 처음 나간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긴 쉽지 않다. 전공하겠다고 결심한 지 1년 만에 출전한 대회라서 더욱 그렇다.

종빈군 어머니 박혜진씨는 부실한 지원에도 좋은 성과를 내준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집안에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없어요. 음악 하기엔 빠른 나이도 아니고 대회에 나가본 적도 없어서 정말 잘하는지 모르겠고. 본인이 하고 싶대서 윈드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긴 했는데 파트 선생님이 재능이 보인다며 전공을 권유했을 땐 많이 망설였어요. 대회출전 때 사용한 악기도 실은 연습용 저가 악기인데 덜컥 1등을 해왔더라고요.”

엄마의 속내가 훤히 드러나자 종빈군은 그저 밝게 웃는다.

종빈군은 차암초에 2016년 윈드오케스트라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연주했던 창립멤버다. 알고 보면 종빈군이 트롬본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이 선택하고 남은 악기는 트롬본뿐, 선택하고 말고가 없었다. 그런데 트롬본이 맘에 들었다. 늘 연습했다. 친구들도 교사들도 종빈이가 연습벌레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루도 연습을 놓는 일이 없었다.

“유튜브로 실력 있는 연주자들 연주를 보며 배웠어요. 또 내 연주를 녹화해 영상을 보며 모니터링했고요. 힘들거나 잘 안 될 때도 있었지요. 그럴 땐 일단 쉬면서 마음을 다져요. 그리고 계속 불어요. 연습시간 중 절반은 곡 전체를, 나머지 절반은 어려워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했고 8개월을 한 곡만 연습했어요.” 종빈군은 덤덤하게 말했다.
 
왼쪽부터 김진홍 지도교사, 박종빈 학생, 박종빈 어머니 박혜진씨

김 교사는 “내가 당직근무를 할 때마다 종빈이도 똑같이 남아서 연습한다. 심지어 대회 다음날도 다른 날과 똑같이 연습했다”며 종빈군의 성실함을 강조했다.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한다지만 기술만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는 없는 법. 음악은 감성의 영역이 크다. 감성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아우르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박혜진씨는 종빈군에게 어릴 때부터 가요 클래식 팝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을 항상 들려주었다. 또 피아노 드럼 기타 등 최대한 악기를 접할 수 있게 가르쳤다. 보컬까지도 가르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싫어하지 않았을 뿐 그리 좋아하지 않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트롬본은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고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겸손한 듯 웃으며 진중하게 한마디 하는 종빈군. 모두 흐뭇한 시선으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대회출전으로 실력 확인하는 기회 만들다 
 
차암초에 윈드오케스트라가 처음 생긴 건 김진홍 교사가 부임한 다음 해다. 김 교사의 건의와 동료 교사들의 추천으로 차암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김 교사는 이전 학교에서도 윈드를 운영해본 경험이 풍부했으며 아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온전히 전해주고 싶어 했다.

차암윈드는 악기를 다뤄본 적 없는 아이들도 얼마든지 입단할 수 있었다. 가르치는 것은 교사와 강사들의 몫, 배우고 익히는 것은 아이들 몫이었다. 악보 보기부터 시작해 톤 연습을 거쳐 전체가 윈드곡을 연습하기까지 1년이 소요됐다. 김진홍 교사는 “이 기간도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차암초는 혁신학교다. 혁신학교는 학교 이름으로 대회출전을 하지 못한다. 또 정규 수업 시간 중에는 공연하러 아이들이 외부로 나가는 일도 금지다. 경쟁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서다. 콩쿠르에는 순전히 박종빈 학생 개인 신분으로 출전했다. 대회출전은 전공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에겐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필수코스다.
 

혁신학교 바탕 위에서 마음껏 재능 펼치는 아이들 
 
혁신학교는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능력 배양이 목표다. 충남지역 83개 혁신학교가 있고 천안에는 7개 초등학교가 혁신학교이며 차암초는 2016년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김진홍 교사는 차암윈드의 실력향상을 이야기하며 혁신학교의 장점을 줄줄 꼽는다.
 
등교연주회

“여기서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교사들이 아이들의 생각을 막지 않거든요. 아이들 생각을 물어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죠. 윈드에서도 아이들이 뭘 연습할지 스스로 생각해요. 그러니 연습의 집중도가 높게 나오죠.”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스스로 했다고 믿기지 않은 결과물을 창출했다. 7월 17일 작은음악회에서 연주할 6학년 반가를 반 아이들이 직접 작사·작곡한 것이다. 김 교사는 무척 기특해하며 “이런 과정들이 혁신학교이기에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교연주회

교사는 대회 나가는 거 부럽지 않게 등교 연주회, 공개 합주, 파트별 앙상블 등 교내에서 학생들이 연주할 기회를 자주 만들었다. 작은음악회에서는 전국 1등상을 받은 종빈군의 솔로 무대도 마련한다. 9월엔 평택 푸코오케스트라와 협연도 예정돼있다. 10월에 있을 학교예술교육 페스티벌과 정기적으로 열리는 11월 동문음악회도 기다리고 있어 차암초 구성원들의 기대감이 가득하다.

종빈군은 오늘도 집에 가면 엄마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종빈군은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하루 내내 쌓였던 소소한 스트레스를 다 풀 수 있어 좋다.

“하루 있었던 일 집에 와서 다 얘기해요. 들어주면 좋아하죠.” 박혜진씨는 알아서 열심히 하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대견한 듯 미소지었다.

종빈군은 8월에 있을 서울대동문 콩쿠르에도 나갈 예정이다. 더 넓은 무대에서 종빈군이 또 얼마나 성장한 실력을 보여줄지 모두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첫 대회에서 1등을 해버린 어마무시한 결과가 있어서 나름 부담일진대 종빈군은 “연습이 전부”라며 열심히 연습할 생각에 힘찬 각오를 다진다. 스스로 선택한 앞날을 개척하는 종빈군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