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ild 인가, Little Adult인가
Big Child 인가, Little Adult인가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20 1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하식 충남삼성고등학교 교장, 고려대학교 교육과정전공 박사

 

우리나라 부모는 ‘우리 아이가 잘 성장하기만 한다면 내가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갖고 자녀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유아기 때는 아기 몸에 좋다는 음식은 좀 비싸도 먹이고, 아기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적 분위기를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러다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기에 열중하고 좋다고 소문이 난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교육 기관을 만나면 거리나 금전과 관계없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교육을 받도록 한다.

내가 애써 찾아서 발견한 사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이 배우게 되고 학력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그래 정말 내가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거야,’ 하면서 더욱 고급(?) 교육 정보를 찾기에 나서고 내 자녀에 대한 본격적인 관리를 하게 된다. 자녀를 위한 좋은 교육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은 모범적인 부모의 모습인 것 같아 뿌듯해하기도 한다.

부모의 일상이 분명 있고 종사하는 일도 있어도 개인적 생활, 또는 직업 생활도 포기하고 자녀교육에 한결같이 올인하는 경우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자녀교육을 할 때 우리 부모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녀교육은 연한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기마다 부모의 자녀교육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자녀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양육과 교육의 역할은 아기가 태어나서부터 18년까지로 한정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성인으로 성공적인 진입을 할 때까지가 부모가 자녀에 대해 양육과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에게 양육을 지나 양육과 교육, 그리고 교육의 단계로 그 역할이 변화하게 되며 자녀교육의 후기에 해당하는 자녀의 고등학교 시절부터는 서서히 자녀교육자 역할에서 손을 놓아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녀교육의 목표는 나의 자녀를 나의 부속물로 끝까지 내 곁에 두고 내가 도와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나보다 더 의연한, 그리고 능력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보호와 교육에 대한 끝을 정해 놓지 않기 때문에 우리 자녀는 부모에 대해서 의존하게 되는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춘향전을 생각해 보자. 사랑하는 이를 위해 과거에 급제하여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랑하는 이에게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 이 도령은 17세, 사랑하는 자신의 남자를 위해 순결을 지키며 온갖 어려움을 겪어낸 춘향이는 16세 나이였다.

이것이 소설이긴 해도 그 당시 우리 조상들이 갖고 있었던 성인의 연령대를 말해 주는 것이다. 16세, 17세란 지금의 중3, 고1의 나이인데 이 시기의 우리 조상들은 이미 성인으로서의 자각과 책임과 독립을 위한 철저한 노력을 스스로 해내었다는 의미이다.

자녀를 위한 부모의 사랑과 헌신의 마음은 늘 유지되어야 하지만 적어도 중학교 상급학년과 고등학교 시기는 이젠 몸만 큰 아이가 아니라, 예비 성인으로 자녀 스스로 인식하고 노력할 수 있어야 하고, 조금은 답답해 보여도 자녀를 성인이 될 사람으로 존중하여 바라보고 기다리는 자녀교육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들은 양육과 교육의 의무를 지닌 학부모가 아니라 성인의 좋은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부부간의 서로 존중하는 모습,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과를 이루고 성취해가는 모습, 독서와 취미생활로 교양을 갖추고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성인에 진입하려는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녀 교육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