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길은 4km가 넘는 산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동학 유적지를 탐방하는 역사코스다. 고등학생을 제외하면 모두 ’너나우리탕정마을교육공동체(이하 너나우리)’에서 온 학생들이다.
아산시 탕정면 엄마들이 주축이 돼 움직이는 너나우리는 책상머리 공부에 더 신경 쓰는 엄마들이 많은 대한민국 현실의 틈에서 하루를 통으로 들어내어 아이들과 함께 역사코스 현장탐방을 감행(?)했다. 완주 후 땀을 털고 느낀 탐방의 기쁨은 더없이 시원했고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너나우리는 아무 대가 없이 같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마을 교사 역할을 하는 엄마들의 자발적 비영리법인이다. 2017년부터 학교가 못 해주는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너나우리 엄마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동학혁명길 걸어
“아, 힘들었어요. 날씨도 무척 더웠고 아이들도 힘들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아이들은 세성산을 기점으로 동학혁명의 주요유적지를 차례로 둘러보고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도 들러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의 의로운 행동에 대해 현장에서 듣는 기회를 얻었다.
너나우리 이지연 기획부장은 탐방 계기를 밝히며 “한 번 탐방으로 아이들이 모든 역사를 알 순 없지만 능선을 타고 오르며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니 배움이 있었다는 감흥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정미 단장은 “너나우리를 운영하며 중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이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처음인데 제법 센 기획을 실천한 것이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스스로 뿌듯해할 값진 경험이었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니 안타까운 점 눈에 보여”
“산에서 내려와 밥공기를 몇 그릇씩 비워내는 아이들 모습도 좋았어요. 나도 덩달아 밥 2공기를 먹었지 뭐예요.”이용길 회장은 아이들 방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아직 길이 정비가 안 돼 있어 어린아이들에겐 위험해 보이는 구간이 있었어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안내판도 잘 되어있지 않았고요. 설명도 아이들이 단번에 이해하긴 어려웠던 거 같아요.”
이용길 회장은 “처음 이 산을 오를 때부터 그런 점들을 지적하며 지자체가 준비해주길 요청한 상태”라며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음을 아쉬워했다. 이 회장은 “하루빨리 안전하고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이 설치돼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랐으며 “아이들 눈높이에 더 잘 맞는 설명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마을을 하나로
당시 충남교육청은 도내 전체에 ‘마을이 학교’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주민이 마을교사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주민들은, 학교가 모든 교육을 다 해줄 수 없고 마을의 모든 자원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기회를 쌓게 하고, 주민들 노력으로 잃어가는 건전하게 공동체 회복이 가능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자체도 이에 동의하고 예산을 지원한다. 현재 아산에는 15개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있다. 그중 너나우리는 순수하게 엄마들이 주축이 돼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다.
프로그램은 아이는 물론 주민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하천을 정화하는 EM 흙공 만들기, 영화보기, 물총놀이, 가을 숲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좋아하는 체험 속에서 놀이의 즐거움과 협력의 가치,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지중해마을 상가와도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꽃심기가 그거예요. 아이들은 자기가 가꾼 꽃들에 관심을 가져요. 상가에 꽃이 많으면 상권도 활성화될 거 같고요. 우리마을 상가인데 잘 돼야죠.”
의미 있는 봉사활동, 동참하는 엄마들 늘어
이럴 때 동참하는 엄마들이 나타나 주면 반갑기 그지없다.
안순덕씨는 “딸이 체험하는 거 보다가 엄마들이 좋은 일 하는 거 같아 유심히 지켜보고 합류하게 됐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매우 뿌듯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너나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엄마의 참여를 기다린다. 대규모 행사를 열 때면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다. 다행히 그때그때 도와주는 지인 찬스가 든든하지만 늘 함께 하는 엄마들의 손길이 필요한 건 사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 참여도 환영이다. 너나우리에서 홀로 아빠 영역을 담당한 이규섭씨는 “우리 어릴 때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마을 어른에게서도 혼나고 그랬다. 관심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한 남의 아이를 혼내면 당장 그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당시 정서는 ‘우리’였다. 서로 챙기고 보살피는 공동체 정서, 너나우리를 통해 우리 마을에 공동체 회복의 정서가 다시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