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못 하는 마을 교사, 부모들이 해낸다
학교가 못 하는 마을 교사, 부모들이 해낸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13 1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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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행복마을학교를 꿈꾸는 ‘너나우리탕정마을교육공동체’
지난 6월 1일(토) 천안 세성산 동학혁명길 탐방에는 어린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중학생 26명, 고등학생 5명, 초등생들까지. 이날 따라 푹푹 찌는 날씨였지만 아이들은 모두 걷기를 완수했다.
 

동학혁명길은 4km가 넘는 산의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동학 유적지를 탐방하는 역사코스다. 고등학생을 제외하면 모두 ’너나우리탕정마을교육공동체(이하 너나우리)’에서 온 학생들이다.

아산시 탕정면 엄마들이 주축이 돼 움직이는 너나우리는 책상머리 공부에 더 신경 쓰는 엄마들이 많은 대한민국 현실의 틈에서 하루를 통으로 들어내어 아이들과 함께 역사코스 현장탐방을 감행(?)했다. 완주 후 땀을 털고 느낀 탐방의 기쁨은 더없이 시원했고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았다.

너나우리는 아무 대가 없이 같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마을 교사 역할을 하는 엄마들의 자발적 비영리법인이다. 2017년부터 학교가 못 해주는 다양한 활동을 아이들에게 선사하는 너나우리 엄마들,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 동학혁명길 걸어 
 

“아, 힘들었어요. 날씨도 무척 더웠고 아이들도 힘들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한 차례 웃음이 터진다. 세성산은 219m로 상당히 낮은 산이다. “산이냐? 언덕이지”라고 말하며 가뿐히 올라가는 튼튼 체력들에겐 아무 문제 없을 산이 분명하지만, 평소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엄마들에겐 수행의 길이었을 터. 오히려 아이들이 더 씩씩했다.
 

아이들은 세성산을 기점으로 동학혁명의 주요유적지를 차례로 둘러보고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도 들러 나라를 위해 몸 바친 이들의 의로운 행동에 대해 현장에서 듣는 기회를 얻었다.

“천안아산신문에 난 동학혁명길 기사를 보고 문의했어요.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인데 아이들과 의미 있는 행동을 해보고 싶었지요.”
너나우리 이지연 기획부장은 탐방 계기를 밝히며 “한 번 탐방으로 아이들이 모든 역사를 알 순 없지만 능선을 타고 오르며 현장에서 설명을 들으니 배움이 있었다는 감흥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정미 단장은 “너나우리를 운영하며 중등을 대상으로 한 이번이 프로그램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처음인데 제법 센 기획을 실천한 것이다. 아이들도 엄마들도 스스로 뿌듯해할 값진 경험이었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니 안타까운 점 눈에 보여” 
 
매월 동학혁명길 걷기를 진행하는 천안역사문화연구회 회원들이 이날 안내를 맡았다. 설명을 담당한 구자명 한마음고 교장은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났다. 신나기는 이용길 회장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과 엄마들이 스스로 나서 역사적인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산에서 내려와 밥공기를 몇 그릇씩 비워내는 아이들 모습도 좋았어요. 나도 덩달아 밥 2공기를 먹었지 뭐예요.”이용길 회장은 아이들 방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탐방 후 눈에 보이는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했다.

“아직 길이 정비가 안 돼 있어 어린아이들에겐 위험해 보이는 구간이 있었어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안내판도 잘 되어있지 않았고요. 설명도 아이들이 단번에 이해하긴 어려웠던 거 같아요.”

이용길 회장은 “처음 이 산을 오를 때부터 그런 점들을 지적하며 지자체가 준비해주길 요청한 상태”라며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음을 아쉬워했다. 이 회장은 “하루빨리 안전하고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이 설치돼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바랐으며 “아이들 눈높이에 더 잘 맞는 설명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비쳤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마을을 하나로 
 
너나우리는 2017년 아이들에게 동지의 의미를 알려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결성하게 되었다.

당시 충남교육청은 도내 전체에 ‘마을이 학교’라는 슬로건으로 모든 주민이 마을교사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주민들은, 학교가 모든 교육을 다 해줄 수 없고 마을의 모든 자원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학습과 경험을 기회를 쌓게 하고, 주민들 노력으로 잃어가는 건전하게 공동체 회복이 가능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자체도 이에 동의하고 예산을 지원한다. 현재 아산에는 15개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있다. 그중 너나우리는 순수하게 엄마들이 주축이 돼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운영하는 마을교육공동체다.
 

프로그램은 아이는 물론 주민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하천을 정화하는 EM 흙공 만들기, 영화보기, 물총놀이, 가을 숲 나들이 등의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좋아하는 체험 속에서 놀이의 즐거움과 협력의 가치,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지중해마을 상가와도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꽃심기가 그거예요. 아이들은 자기가 가꾼 꽃들에 관심을 가져요. 상가에 꽃이 많으면 상권도 활성화될 거 같고요. 우리마을 상가인데 잘 돼야죠.”

실제 지중해마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L씨는 “너나우리가 상가 번영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다.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봉사활동, 동참하는 엄마들 늘어 
 
프로그램 하나 기획하고 실행하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아이를 대상으로 할지, 어디서 할지, 무얼 어떻게 할지, 필요한 소품은 어떤 게 있을까 등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 매우 많다. 참여하는 입장에서는 그 과정을 다 헤아릴 의무가 없지만 준비하는 측에서는 하나만 어그러져도 행사를 망칠 수 있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럴 때 동참하는 엄마들이 나타나 주면 반갑기 그지없다.
 

안순덕씨는 “딸이 체험하는 거 보다가 엄마들이 좋은 일 하는 거 같아 유심히 지켜보고 합류하게 됐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매우 뿌듯하고 좋았다”고 말했다.

이우숙씨는 “간 보러 왔다가 낚였다”는 우스갯소리를 먼저 던졌다. 일시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열심히 봉사하며 맺은 인연들이어서일까. 너나우리 분위기는 진짜 그렇게 화기애애했다. “엄마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서 같이 참여하게 됐다”는데 의욕은 새내기 회원들이 더해 보였다.

너나우리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엄마의 참여를 기다린다. 대규모 행사를 열 때면 정신없을 정도로 바쁘다. 다행히 그때그때 도와주는 지인 찬스가 든든하지만 늘 함께 하는 엄마들의 손길이 필요한 건 사실.

엄마뿐 아니라 아빠들 참여도 환영이다. 너나우리에서 홀로 아빠 영역을 담당한 이규섭씨는 “우리 어릴 때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마을 어른에게서도 혼나고 그랬다. 관심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못한 남의 아이를 혼내면 당장 그 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다. 당시 정서는 ‘우리’였다. 서로 챙기고 보살피는 공동체 정서, 너나우리를 통해 우리 마을에 공동체 회복의 정서가 다시 흐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의와 봉사신청 010-8821-4441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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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19-06-14 19:10:21
멋진기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