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수 끝에 의사 된 그, “의술로 봉사하며 문화예술 펼쳐주는 삶 살고 싶어”
4수 끝에 의사 된 그, “의술로 봉사하며 문화예술 펼쳐주는 삶 살고 싶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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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다나힐재활요양병원장 & 제이(制異)아트센터 대표
 
천안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 지난 6월 1일(토)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에 제이(制異)아트센터가 오픈했다. 제이아트센터는 총 8층 건물인데 5층부터 8층까지가 제이아트센터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 관련 공간이다.

김용준 제이아트센터(이하 제이) 대표는 의사로서도 병상 수 기준 충청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소위 남부럽지 않을 사회적 지위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이른바 ‘지역에선 돈 안 된다’고 알려진 문화예술 사업에 뛰어들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왜 문화사업을 하냐?”였다.
 
김용준 다나힐재활요양병원장 & 제이(制異)아트센터 대표

김용준 대표는 “예술에 관심이 많다. 문화예술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는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더 품격있게, 문화예술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제이아트센터를 열게 됐으며 이 안에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첨단 시스템 갖춘 문화예술과 쉼의 공간 
 
제이는 5층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6층은 음악 연습실로, 7층을 갤러리로 꾸몄다. 8층은 루프톱 라운지다. 김용준 대표가 꿈에 그리던 문화예술 공간이었기에 이름도 특별하다. 만들 제(制), 다를 이(異)를 써서 ‘제이 : Make a Difference’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용준 대표

오픈과 동시에 7층 제이갤러리에서 이한우 초대전을 개최했다. 이한우 화백은 우리나라 서양화의 거장이며 프랑스 문예기사 훈장까지 받은 서양화 1세대 작가다. 특히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작품은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운 산천을 한국적으로 표현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명작이다. 16일(일)까지 전시한다.

오픈식 당시 모습

갤러리는 상황에 따라 분리 사용할 수 있는 가변형 갤러리며 스마트 큐레이터 시스템으로 관객들의 전시 작품 이해도를 한껏 높여준다.

6층은 음악 연습실을 마련한 제이뮤스튜디오다. 작은 개인 연습실이 여러 개 있으며 5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 연주할 수 있는 합주실이 있다. 방음시스템과 태블릿 PC 제어가 가능한 첨단 연습실이다.
 
제이뮤스튜디오

김 대표는 얼마 전 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윈드오케스라 단원을 모집했다. 모든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저렴한 회비로 초중 학생들이 음악과 친숙해지고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든 것이다.

8층은 루프톱 라운지인 제이스카이다. 고층에 있는 만큼 천안 시내를 탁 트인 전망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작은 무대 옆에는 멋들어진 그랜드 피아노가 눈길을 끌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하루의 피로를 잊고 담소를 나누기 적합한 공간이다.
 
루프톱 라운지 제이스카이

이 모든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공연사업을 진행하는 기획사가 바로 제이드림. 김용준 대표는 제이드림이 천안 시민들에게 힐링과 휴식을 주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기획할 생각에 마음이 벅차다.

 

4년 도전 20번 이상 낙방, 도전은 여전히 계속 
 
건강보험공단이 칭찬하고 갈 정도인 탄탄한 병원 운영에, 원하는 문화예술 사업에, 꽃길만 걸었을 것 같은 김용준 대표의 지난날은 스스로 선택한 고난길이었다. 의대에 가고 싶었지만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단국대 의대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의사의 길을 걷게 됐다.

“제가 떨어진 의대만 10군데 정도 돼요.” 웃으며 말하는 김 대표의 표정엔 감회와 여유가 함께 솟는다.

그렇게 들어간 의대에서 틈만 나면 의료봉사를 펼쳤다. 봉사는 어릴 때부터 해오던 습관 같은 거였다. 특히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을 찾아가 돌보는 일을 했다. 김 대표의 부모가 “집에는 안 들어오고 봉사만 하러 다닌다”고 불평할 정도였다. 그 선행은 널리 알려져 그는 한국의료윤리교육학회 주관 제4회 청년슈바이처상을 수상했다. 그 일로 mbc '희망한국’에까지 출연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특히 공연문화에 관심 많은 김 대표는 콘서트 수익금 전액을 백혈병소아암 환아와 그 가족에게 전달한 힐링토크콘서트와 자살예방 콘서트, 생명사랑 콘서트, 희망콘서트 등 안타까운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콘서트를 수차례 기획했고 성공시켰다.
 
이한우 화백과 김용준 대표 

그러던 중 이한우라는 대작가가 자신의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나라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이한우 작가의 전시회를 꼭 개최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인연은 닿았고 그는 이한우 초대전을 열 수 있어 행복했다. 구순이 넘은 이한우 화백도 이날 매우 흡족해 보였다.


일을 벌인 만큼 경제적인 부분 등 숨은 고민이 왜 없을까만은 그는 걱정보다 지금의 모든 상황에 감사한다.

“의술은 그 자체만으로 봉사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꼭 의대에 가고 싶었던 거예요. 지금 좋아요. 의사로서 봉사할 수 있으니까요. 또 제가 좋아하는 문화예술까지 함께 할 수 있어 더 좋아요. 남은 일은 남은 대로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요.”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