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전 14기로 장원 수상, 불굴의 노력으로 가능성 증명해
13전 14기로 장원 수상, 불굴의 노력으로 가능성 증명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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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전국민촌백일장 장원 수상자 박상헌씨
지난달 11일(토) 오후 1시부터 나사렛대 정남수기념관에서 제27회 민촌백일장이 열렸다. 민촌백일장은 천안문협이, 일제 강점기 천안을 배경으로 빼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우리나라 사실주의 작가 민촌 이기영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매년 개최하는 전국 백일장이다.

이날 전국에서 120명이 몰려와 문인의 자질을 뽐냈다. 글제는 신발과 손. 성인부 수상자는 천안과 충남 경북 인천 등 전국에 분포했으며 학생부는 주로 천안 초중고 학생들이 수상했다.

특히 성인부 장원 수상자는 천안문협 회원 가입 자격이 주어져 활발한 문학 활동을 보장받는다. 글로 인정받고 싶은 이들에겐 벽 높은 도전의 영역이다.
 
오른쪽이 장원 수상자 박상헌씨, 왼쪽은 현남주 한국예총천안지회장.

해마다 백일장을 개최하지만, 이번 민촌백일장 성인부 장원 수상자는 남다르다는 소식을 접했다. 산문 부분 장원 수상자는 천안 출신 박상헌씨(54). 심사위원 중 이병석 작가는 “테크닉은 평이했으나 잠재력과 가능성이 보이는 글이었다”고 평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13전 14기 도전 끝에 이룬 꿈 
 
박상헌씨는 백일장 장원 당선을 위해 무려 14번이나 도전한 이력이 있다. 초목 산천이 변할 만큼의 시간이 흐르도록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결국 민촌백일장 장원을 품에 안았다.

“한국에서 여는 모든 대회나 현상공모에 응모했죠. 500여 회쯤 응모한 거 같아요.”

이뿐만이 아니다. 박상헌씨는 직장만 34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면접에는 250번 이상 떨어졌다. 박씨는 “다 손가락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왼쪽 집게손가락의 한 마디가 없다. 고1 때 여물을 작두로 썰다가 그만 손가락을 잃은 것이다. 면접을 잘 봤다가도 손가락이 없다는 사실을 면접관이 알면 바로 낙방이었다. 장사도 해봤지만 빚만 잔뜩 졌다. IMF 전에 그는 이미 노숙생활을 경험했다. 공장 취업이 먹고 사는 길인데 손가락이 없다는 이유로 수없이 퇴짜맞았다. 심지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불리는 회사 면접에서는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어쩌다 취업이 돼도 갑질이 횡행한 회사에서 버티는 건 실로 고통이었다. 이 정도의 삶이라면 대부분 세상을 원망하고 좌절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취업만 되면 저임금 과노동에 시달려도 열심히 일했고 손가락 없는 장애인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묵묵히 인내했다.

그런데 전국남녀웅변대회서 상을 받으니 회사의 대접이 확연히 달라졌다.

“이때 느꼈어요. ‘상대방이 내 단점 한 가지를 보기 전에 장점 두 가지를 보여주면 단점이 묻히는구나!’ 하고. 그래서 온갖 공모가 뜰 때마다 응모했지요.”

웅변 사진 연극 글쓰기 등에 도전했다. 여러 분야서 골고루 수상했고 타 백일장 장원까지 해봤지만 민촌백일장 장원은 어림없었다. 근데 해낸 것이다. 무려 13번을 떨어진 후.
 

당당한 삶 살게 된 인생 후반기 
 
“젊을 때는 극단적 시도도 했었지요. 그러나 더 큰 장애가 있는 분들의 삶이 더 시련이 클 거 같았고 운명을 뚫고자 마음만 있으면 운명이 비켜 갈 것으로 생각했어요.”

지금은 목회 일을 하고 있다. 하나님이 손가락을 붙여주시는 영적 경험을 하고 난 후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고 잘린 손가락이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주변으로부터,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많으니 타인들을 위해 목회하라는 권유를 받고 용기를 냈다. 이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양분 삼아 남을 위한 삶에 정주행하며 사는 기쁨에 삶이 즐겁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