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권추심’은 불법!
‘불법 채권추심’은 불법!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6.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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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있슈(Issue) - 화차(2012)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른 문호(이선균)와 선영(김민희). 문호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선영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문호는 결혼할 여자가 실종됐다며 신고하지만, 경찰들은 이런 일은 흔한 경우라는 듯 시큰둥한 반응이다.
 

백방으로 선영을 찾아보지만, 그녀의 뒤를 캐면 캘수록 선영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녀는 더 이상 문호가 알던 선영이가 아니다.

알고 보니 선영의 본명은 채경선. 경선은 부모가 진 빚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다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사채업자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경찰은 도움이 되지 못했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했지만, 그 기도는 통하지 않았다.

저주받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경선은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경선이란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아보려 했지만,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일까? 선영으로 사는 것 또한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억대 빚 때문에 발생한 의정부 일가족 사망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서 남편과 아내, 고등학생 딸이 한 방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현장을 집 안에 있던 막내아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한 가장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무불이행이라는 불행을 죄악시하고 수치감을 들도록 하는 것은 시스템의 결함”이라며 “채권추심의 영역은 좀 더 체계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 주변엔 타의든 자의든 여러 이유로 돈을 빌려 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안하무인으로 이들의 인권을 짓밟아도 괜찮다는 법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