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떠나는 교사들, 그들이 명퇴하는 이유는
교단 떠나는 교사들, 그들이 명퇴하는 이유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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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특집 3부
‘스승의 날’이 진정 기념하는 날이 되길 바라며

곧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가정의달 5월은 우리가 사는 사회 모든 이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기념일들이 많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 정한 근로자의날, 미래를 책임지는 어린이날, 그 어린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는 부모들을 위한 어버이날, 그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승을 위한 스승의 날까지.

그 어린이가 자라 성년이 되는 것을 축하하는 성년의 날도 5월에 들어있다.

미래를 책임지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고 거룩한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스승의 날을 진정 기념하고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마음이 얼마나 있을까.

학교 현장을 떠나는 교사들을 통해 실제 교육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지면에 옮겼다. 우리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모습으로 가야 할 것인지, 다 같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편집자 주>

 

충남 교사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명퇴 신청해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교육계, “교권 추락 원인이 가장 많아”

 

올해 충남 교사들 역대 최대 인원이 교단을 떠났다. 지난해 2월 명퇴 신청교사는 159명. 그런데 올해 2월 명퇴를 신청한 교사는 326명으로 한 해 동안 무려 9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6000명을 넘어서 지난해 4632명에 비해 30%나 증가했고 2017년 3652명보다는 65%나 늘어났다.
 
또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명퇴 신청자 중 70%가 55세 이상이다. 명퇴 사유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린 것도 있고 명퇴신청이 가능한 경력 20년 이상 교사들이 증가했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교육계는 교사들의 명퇴신청 사유로 교권 추락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월, 교권 추락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사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충청남도교육청

 

교사의 권위, 얼마나 추락했을까 
 
충남교육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교사들은 명퇴 사유로 건강문제나 자기계발, 부모봉양 등의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를 명퇴 사유에 적어내지 않는다는 게 실상이다.

인터뷰에 응한 A 교사는 “‘나이 들어 경력이 많다’가 학교에선 나쁜 의미가 되더라. 경력이 많아 노련할 것 같아도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또 학교에 따라서 많게는 한 반에 2/3가 넘는 학생들이 교사에게 함부로 한다. 학생들의 예의 없음이 일반화됐다. 나는 비교적 학교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즐겁게 한 편이고 학생들과 큰 충돌도 없었지만, 수업보다 아이들 지도에 더 힘을 빼게 돼 수업하기 싫을 때가 있었다. 마치 아이들에게 사정해서 수업하는 느낌이었다. 깊이 들어가 보니 학교생활이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맞는 거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이 내놓은 ‘최근 4년간 교권침해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교권침해는 총 1만2311건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폭행 등으로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도 2017년 508건으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건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 사안이 심각해지자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난 1월, 교육 활동 침해행위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교원보호법’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A 교사는 “교권침해 사례는 실제 건수보다 훨씬 적게 나올 확률이 높다.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교사 대부분은 참고 지낸다”며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교사들은 서로 공조해 함께 조치할 수밖에 없다. 일대일로 대응하다간 싸우는 게 돼버리고 송사에 휘말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드러나는 건수보다 실제 발생 건수가 아마 10배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하는 교권 
 
교권 추락에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교육관이 한몫한다. 모든 부모가 그렇지는 않지만, 자신의 아이를 나무라면 그 이유와 과정은 뒷전이고 교사가 사용한 어휘나 방법에 대해서만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B 교사는 수업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에게 “야, 인마 너 왜 늦게 들어와?”라고 물었다가 그 학생의 엄마로부터 욕을 했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이는 교사 앞에서 더 심한 욕을 내뱉었어요. 교사에게 한 욕이 아니라면서. 어른 앞에서 욕설을 자제하지 않는 아이를 그냥 둬야 하나요? 자꾸 부모들의 항의를 받게 되면 무관심할 수밖에 없어요. 교육이 황폐해지죠. 체크만 해줘야 해요. 지도는 해줄 수 없고.”

또 타자의 인권보다 자신의 인권만 중요시하는 학생들의 의식에도 원인이 있다. 많은 학생이 교사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게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하소연이다.

학생 인권에 관해서는 매우 강조하면서 자신의 무례함과 경솔함에 대해서는 관대한 학생들이 많다. 교사나 어른들의 인권에 대해서 무시하거나 공격적인 학생들도 있다.

학생이 교사가 있는 쪽으로 쓰레기를 던지고는 칠판에 던졌다고 말할 때 교사들은 당혹스럽다. 쓰레기를 함부로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새롭게 가르쳐야 할 덕목일까. 수업시간에 아예 엎드려 자는 일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수업시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아이조차 속수무책으로 놔둘 수밖에 없을 때,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적 소명에 회의를 느낀다.

교사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어릴 때부터 부모의 손길을 받지 못했던 아이들이 일찌감치 자신을 포기하고 누구에게나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B 교사는 “사실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많지만, 부모들은 인정하지 않는다. 혹 인정한다 해도 부모들은 무사히 졸업하는 게 우선이다. 수업하는 교사들이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까지 지도해야 하니까 상담전문가도 치료사도 아닌 교사들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힘들다. 손을 쓸 수 없으니 방치하게 되고 교사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학교 교육에 따르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했다는 것에 대부분 학부모가 동의한다. 그러나 어떤 학부모들은 “교권을 무시해서도, 내 아이만 중요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C 학부모는 “나름 예의범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가르쳐왔고 부모로서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에겐 말초적인 쾌락의 유혹이 곳곳에 널려있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유튜브만 봐도 정말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욕설과 온갖 혐오가 담겨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여성 교사 노인 어린아이 등 자신들의 또래가 아닌 모든 사람을 비웃고 혐오하며 적대시하는 내용이 있다. 그걸 보는 아이를 말리는 일도 힘겹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점점 더 상실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D 학부모는 “아이가 중학교 진학 이후 180도로 달라졌다. 자신의 흥미를 자극하는 친구의 말이라면 가출도 불사할 기세다. 친구의 모든 비행이 내 아이에겐 멋있어 보이는 것 같다. 아이의 잘못이 모두 부모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정상적인 부모라면 아이가 잘못되게 놔두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나. 막 나가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교권과 학생 인권, 양자가 보호받는 교육현장을 위해 
 
교권과 학생 인권의 상관관계는 상충적이면서 서로 보완적이다. 전장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장은 “교육 활동이 순조로우려면 학생 인권 조례가 마련된 것처럼 교사들의 교권도 회복돼야 한다”며 “교사들의 인권을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교권침해가 심각해도 중학교의 경우 의무교육이라 퇴학시킬 수 없으며 선도위를 통해 교내봉사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

또 전장곤 지부장은 “학생 인권 보호 차원에서도 학교 구성원인 교사들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교사 인권회복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교원노조는 교권보호조례, 학교자치조례, 학교(학생)인권조례 재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가 발달해 미래에 없어질 직업으로 교사가 포함돼있다고 한다. 하지만 A 교사는 “교육현장에 교사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식만 쌓아주는 게 교사가 아니에요. 지식보다 더 중요한 인성교육을 지속해서 적절하게 지도할 수 있는 이가 교사이기 때문이에요.”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13일(월) 오전 10시 30분 충남교육청 인근 투썸플레이스 카페에서 교권보호에 관한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김 교육감이 어떤 내용으로 교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발표할지 교사들과 교육가족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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