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으로 세상 이치와 도리 깨우치게 하는 ‘소중애’
아이 눈으로 세상 이치와 도리 깨우치게 하는 ‘소중애’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4.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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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기획 
5월, 모두가 사랑받는 푸르른 계절 되길
 
가정의 달 5월이 다가온다. 소중하지만 무심하기 일쑤였던 내 식구들과 부모에게 미안함이 불쑥 밀려오는 달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달, 5월에 천안아산신문은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를 되새길 3회 기획을 진행한다. 72호에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줄 동화작가와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는 어르신들 이야기를 전한다. 73호에는 온 가족이 함께 가면 좋은 천안의 맛집들을 소개해 가족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독려할 계획이다. 74호에선 시류를 타고 분위기가 달라진, 스승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 인물과 봉사로 단합된 3대 가족을 인터뷰한다.

첫 번째 순서로 이번 72호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안의 소중애 작가와 천안 유일한 어린이전문서점, 그리고 노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은빛합창단과 우리실버대학 어르신들을 만나 그들이 전해주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제51회 소천아동문학상 본상 수상한 소중애 작가
 
“선생님! 우리 동네로 이사 오세요!”
 
전국 어디든 강연을 나가면 소중애(68) 작가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가 가는 곳마다 아이들은 그의 강연에 푹 빠져버린다.
 

짧게 친 머리, 해맑고 넉넉해 보이는 미소, 주머니마다 이야기가 가득 들었을 것 같은 의상을 즐겨 입는 그를 보면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게다가 유쾌한 입담까지. 아이들과 융화되는 마력이 있는 소중애 작가다. 아, 이름 또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해석이 달리니 그는 천생 동화작가로 태어날 운명이었나보다.

소중애 작가는 지금까지 171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10쇄 이상 찍어낸 책이 수없이 많은 인기 동화작가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당당히 사인회를 개최할 수 있는 작가. 최근 ‘제51회 소천아동문학상’ 본상을 받으며 또 한 번 저력을 과시한 작가. 전국의 다양한 매체가 반기는 인터뷰 대상이며 연구 논문 대상이 될 만큼 우리나라 아동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소중애 동화작가를 만났다.
 


아이들 가르치며 보고 느낀 소회, 고스란히 책으로 

소 작가는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명퇴할 때까지 38년간 그는 사회에 감응하는 아이들을 보고 느낀 소회들을 창작의 근원으로 삼곤 했다. 명퇴 후에는 천안 근교의 자연 속 작업실을 드나들며 자연과 자유로움을 누리며 창작열을 북돋아왔다.


소 작가는 지속적인 작품활동은 물론 세상에 둘도 없는 소품을 만들어 강연 때마다 활용한다. 아이들 흥미를 깨우는 소품을 활용하니 강연이 재미 백배일 수밖에.
 

최근엔 그림활동도 왕성하다. 따개비가 붙은 돌에 그림을 그린, 밝은 색감의 해학적인 귀여움이 넘치는 작품들이다.

그런 그에게 잊지 못할 작품은 단연 첫 작품이다.

“참 많은 책을 썼는데 단편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네요.”

소 작가는 40여 년 전 국가가 ‘잘살아보세’를 대대적으로 외치며 새마을운동을 확장하던 시절에 교사들이 보는 전문잡지 <교육자료>에 근면 성실 못지않게 유희를 즐기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개미도 노래를 부른다>라는 이야기를 발표했다.

인식의 전환도, 용기도 필요했던 시대. 소 작가의 작품은 당시 맹목적인 사회의 가슴팍에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더욱이 그런 깊은 사유가 내재한 작품이 첫 작품이라는 점이 놀랍다.

그 후 소중애 작가는 해강아동문학상, 한·중 작가상, 어린이가 뽑은 작가상,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등 걸출한 상들을 휩쓸며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그의 원고는 출판사가 기다리는 신간이 됐다.
 

 

“작가의 책엔 자신의 인생관 들어가는 것” 
 
10년간 기르던 개 ‘쭈구리’와의 이야기를 책에 옮긴 <사람을 길들이는 개>라는 작품은 방정환문학상을 안겨주며 100권째 출판 기념 2004년 출판기념회를 열게 하기도 했다.

“쭈구리가 다른 사람 집에서는 그렇게 말썽꾸러기였는데 내 집에 와서는 무척 온순했어요. 나랑 아주 재밌게 살았거든요.”

반려동물과 행복했던 일상을 담은 책은 동물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10쇄 이상 찍을 만큼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는 충남도서관이 개관 기념으로 ‘까망과 노랑’이란 제목의 4인전이 열어 소 작가의 작품 <노랑> 원화를 전시했었다. 노랑은 혼자 놀기만을, 같이 놀기만을 고집하는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또 환경파괴로 살 곳을 잃어가는 북극곰의 슬픔과 고통을 다룬 <북극곰 엉덩이가 뜨거워>는 넓게는 자연의 품에서 사는 지구인의 책무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전개하고 있다. 노랑과 북극곰 이야기는 소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렸다.

<아빠를 버렸어요>와 <엄마를 버렸어요>는 너무 편해 함부로 대하기 쉬운 부모의 소중함을 아이의 시선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준다. <짜증방>이란 책은 떼쓰고 짜증 내는 아이와 이런 아이 때문에 걱정 많은 엄마를 위한 동화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주인공인 <요코할바는 내 제자>라는 단편은 한일 감정의 융해를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또 올해 독립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는 <아우내장터에 유관순이 나타났다!>란 동화를 펴냈다.

이렇듯 소 작가는 다양한 인식 개선의 주제를 이야기에 담아 책을 냈다.

“작가가 글을 쓸 때는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들어가는 거예요. <짜증방>의 경우를 들면 아이들이 왜 짜증 낼까를 생각했어요. 아이뿐 아니라 요즘은 어른도 짜증을 많이 내요. 어릴 때부터 짜증을 많이 내는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짜증을 많이 낼 확률이 높아요. 그대로 커버리면 안 되겠죠? 동화는 쉽고 재미난 이야기로 그치는 게 아니랍니다.”
 
 
격동의 사춘기 잘 보내게 하려면 
 
부모들은 점점 애들이 책을 잘 안 읽는다고 하소연이다. 영상 매체를 선호하는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려는 실상이 다양하다.

“서점에 와서 아이에게 한 번을 읽히고 도로 책을 내려놓고 가는 부모가 많아요. 그걸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글자만 한번 읽고 가면 아이가 책에 숨은 교훈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짧은 동화의 경우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동네 새로 생긴 카페나 식당에 안 가면 큰일 날 것처럼 굴면서 책은 왜 사서 읽을 생각을 안 하는 걸까요? 책값이 아까운 걸까요?”

소 작가는 또 “우리나라 아이들이 책을 너무 안 읽어서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평소 낙천적인 입담만큼이나 우려 또한 직설적이다. 그는 강의할 때마다 책 읽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렬하게 조언한다.

“말만 가르쳐서는 안 돼요. 재밌는 이야기를 접하며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해요. 한국말, 우리 동화도 옳게 접하지 못하면서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 거 보면 답답해요. 영어만 잘하면 잘 사나요? 미국 거지는 영어를 그리 잘하는데 왜 거지일까요?”
 

소 작가는 핵심을 알려줬다.


“책을 통해 좋은 글과 문장을 만나면 글도 말도 잘하게 돼요. 우리말의 좋은 글과 문장을 알면 영어도 그만큼 활용할 수 있고요. 심지어 게임도 잘할 수 있어요. 하하하.”
 
작가가 가장 아끼는 돌 그림 작품.

어릴 때 책 읽는 맛을 들게 하면 평생 글과 말의 유익함을 누릴 수 있다는 것. 소 작가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어릴 때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은 독서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독서는 시간만 들이면 돼요. 독서습관을 제대로 들이면 공감능력도 커지고 격동의 사춘기도 잘 지나갈 수 있어요. 무슨 일을 하다 좌절하는 시기가 와도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생긴답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