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실버 짝꿍 ‘강희자 김 명’ 어르신
영원한 실버 짝꿍 ‘강희자 김 명’ 어르신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4.1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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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건강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공연하고파!”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니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노을은 이른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과는 사뭇 다르다. 온 세상을 뜨겁게 비추던 태양은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제 할 일을 다 마친 양 그 모습을 숨긴다.
 
우리 인생 또한 뜨고 지는 저 태양과 다를 것이 없다. 태어남과 동시에 나이를 먹고, 뜨거운 청춘을 보낸 후 한발 한발 노년을 향해 다가간다.

영화 ‘은교’에서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나이를 먹는 건 자연의 이치이자 세상을 살아가는 순리인 것이다. 또,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바로 강희자(86. 이하 강 어르신) 김 명(85. 이하 김 어르신) 어르신 두 분이 그렇다.

8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들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코디언 오카리나 구연동화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어르신이 들려주는 은빛 찬란한 노년의 인생 이야기 들어보자.
 

 

부부 아닌 친구! “어쩌면 전생에 쌍둥이였을지도 모르지” 

언제나 짝꿍처럼 붙어 다니시는 두 어르신은 부부라는 오해를 사기에 딱 좋다. 하지만, 이건 사정을 모르는 이들의 오해일 뿐 두 분은 “그저 마음이 잘 맞는 짝꿍”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강 어르신은 “지금도 부부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데, 친구 사이야. 공연 때문에 일정을 거의 같이 보내긴 하지. 이 양반은 집에 부인도 계시다고. 좋은 친구 둬서 너무 좋아. 둘이 같이 운동도 하고”라며 “어쩌면 우리 둘이 전생에 쌍둥이였는지도 모르겠어. 부부였으면 이렇게 같이 활동 못 했을걸”이라며 환한 웃음을 보인다.
김 어르신은 “실버 짝꿍이라는 말 참 듣기 좋아. 계속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어”라며 강 어르신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두 분의 첫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강 어르신이 천안으로 내려와 동네 복지관에 갔더니 김 어르신이 계셨다고. 그 후, 함께 아우내 은빛복지관에 다니면서 동화구연 강사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힘들지만,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 있어 행복해” 
 
강 김 어르신은 “처음에는 뭣도 몰랐어. 평생교육원에서 우리 둘이 동화구연을 했는데, 겨울방학에도 공연해 달라길래 해줬지. 애들이 얼마나 이뻐. 그게 인연이 돼서 지금까지 공연하러 다니네”라고 이야기했다.

봉사의 첫 시작은 평생교육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구연동화 공연이었다. 이후, 두 어르신의 공연은 천안지역에서 꽤 유명해지기 시작해 어린이집 요양원 주간보호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왔다.
 

두 어르신은 “점심도 못 먹어가며 활동한 적이 있었지. 10년 전엔 할 만했지. 지금은 못 해”라며 “그때는 펄펄 날아다닐 정도였어(큰 웃음). 앞자리가 ‘7’자였잖아. 김밥을 싸 와서 먹기도 하고, 그때도 좋았는데”하고는 잠시 과거를 회상한다.

강 김 어르신의 공연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들은 앞자리가 ‘8자’로 바뀌고 나선 예전처럼 많은 공연을 소화해내지 못하지만, 여전히 두 분을 찾는 곳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간다.
 
“어린이집 공부방 양로원 주간보호센터 등 어디에서 불러도 다 가지. 싫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해봤어. 천안 시내 병설유치원이나 학교 이런 데는 우리가 안 가본 데가 없을걸?”이라며 “요즘 좀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를 불러주는 곳이 있어서 행복해”라고 전했다.
 
 
소중한 삶, 모두 행복하게 살길 바라 
 
복지관에서 이 두 분의 별명은 연습벌레로 통한다. 두 어르신은 오카리나 아코디언 등의 악기를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습득했다는데, 중도에 포기하는 다른 수강생들과 달리 피나는 노력 끝에 해당 과정을 끝까지 마친다는 후문이다.

아우내 은빛복지관 이수경 관장은 “이 두 분은 저의 롤모델이에요. 저도 두 어르신처럼 나이를 먹어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거든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여든을 넘겨 아흔을 바라보는 두 어르신의 열정을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강 김 어르신은 “요즘 어딜 가도 우리 나이가 가장 많아. 우리 나이 때에 활동하는 사람이 없어. 우리도 사람이니까 귀찮을 때도 있지. 그런데 우리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라고 털어놨다.

또, “아프지 않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어. ‘그만 오세요’라고 할 때까지”라며 “요즘 체력이 좀 달리긴 하는데,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하니까 할 수 있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두 어르신은 “삶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절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살길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 미워하는 마음 갖지 말고 살아야 행복해. 상대방을 미워하면 내 기분도 안 좋아지잖아. 그냥 져줘. 그게 이기는 거야. 모두 그런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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