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힘으로 독립 100주년 의의 담는 기념건물 지어
혼자만의 힘으로 독립 100주년 의의 담는 기념건물 지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3.0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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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기념 개인 차원 정자 지은 심우근 교사
 
집을 지어보고 싶으나 지어본 경험은 없었다. 만들기를 좋아해 다양한 목공 작품은 많이 완성해 봤으나 전통 건축양식 정자를 짓겠다고 시도한 건 처음이다. 어렵다고 생각하기보다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힘이 됐고 실제로 해내고야 말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개인 차원의 역사적인 기념물을 만들고 싶었다는 심우근 천안제일고등학교 역사교사의 의지는 그러했다.

오로지 혼자 힘만으로 완성 

건물을 짓는다는 건 철저한 준비 없이는 꿈으로 끝날 목표였다. 그 때문에 2008년 한옥문화원에서 6개월가량 목수 수업을 받고 실습 겸 현장에도 다니기도 했다. 오래도록 마음에 두고 있다가 드디어 올해 실천했다.

심우근 교사는 정자를 보는 사람의 시선의 안정을 생각한, 기둥 위가 안으로 쏠린 ‘안쏠림’ 방식을 적용했다. 게다가 전통 기와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와지붕의 유려한 곡선미를 살렸다. 추녀 쪽으로 뻗어 나온 곡선과 처마가 지붕 가운데로 살짝 들어가는 곡선 두 지점을 다 살렸다.
 
측면에서 바라본 정자

기둥과 개판 판자는 집에서 기존에 쓰던 목재를 다시 써서 자원재활용과 환경보호 의미를 더했다. 컬러강판 강철 기와를 사용한 것 말고는 모든 재료가 나무이며 못 사용을 줄인 전통 짜맞춤 방식이다. 상식과 물리 기본 원리를 총동원해 기둥을 나르고 세웠다. 심지어 건축에 쓰는 공구 일부는 손재주 좋은 심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혼자 힘으로만 지었다는 것. 심 교사는 지난겨울 온통 정자 짓는 일에 매달렸다.

“추운 줄도 모르겠고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혼자 하기 정말 힘들었지만, 곰곰이 고민해서 꾀를 내서 하니 다 되더라고요.”
 
완공을 눈 앞에 둔 정자

“3.1운동은 우리나라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린 중요한 ‘혁명’” 
 
심 교사가 그토록 자기 힘으로만 정자를 완성하려는 건 무슨 까닭일까.

“3.1운동은 왕조와 황제 시대를 뛰어넘어 ‘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 공화정을 취한 나라임을 만방에 알린 혁명이며 국가 대 국가로 대항하려고 4월 11일 상해임시정부 수립에 이르게 한 거예요. 그런 의미가 모인 100주년 되는 해를 나 자신이 기념하고 싶었어요.”

우리 민족이 우리 스스로 독립을 외치며 일어선 것처럼 심 교사 또한 혼자 힘으로 그 의미를 구현하는 기념물을 만들려 했던 것이다.
정자 이름도 임시정부 주석을 세 번이나 지낸 천안 출신 석오 이동녕 선생의 호를 딴 ‘석오정’이다. 정자 뒤편엔 우당 이회영의 호를 따 ‘우당’이라 이름도 붙였다.

프랑스는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국박람회를 열었으며 그 문이 에펠탑이다. 당시는 흉물이라는 오명을 받았으나 지금은 파리를 상징하는 명물이 되었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도 프랑스 국민들이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모금을 통해 선물한 것인데 이 또한 관광명물이 되었다.

심 교사는 이러한 사례를 들며 “기념물로 만든 것 자체가 또 다른 기념물이 돼 있다. 우리도 100주년을 계기로 정부 차원이든 시민단체든 애국가를 다시 제정하든가 삼일독립공원 등 상징물을 만들기 시작하는 결의라도 했으면 좋았을 일 아니냐”라고 아쉬워했다.
 

수원 ‘화성성역의궤’처럼 정자 건립기 기록한 현판 걸어 
 
심우근 교사는 왜 이 정자를 지었는지 정자를 지으며 걸린 기간과 비용까지 상세히 기록한 현판을 정자 안에 걸었다. 정약용의 화성성역의궤처럼.
 
정자를 건립하는 목적을 쓴 종도리
정자 건립 이유부터 기간 비용 등을 모두 기록한 석오정 건립기. 지금은 임시로 걸어둔 것. 완공과 함께 제 모습을 갖출 예정이다.

정조 시대 수원 화성을 축조할 때 들어간 모든 공정과 인부 품삯까지 기록한 자료가 바로 정약용이 쓴 화성성역의궤다. 또한, 누가 그 부분을 지었는지 인부 이름까지 기록했다. 지금으로 치면 건축 실명제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건축 실명제를 안 해요. 건축 실명제를 한다면 부실공사도 훨씬 줄어들 거 아닌가요. 한때 불에 탔던 화성도 화성성역의궤에 목재 부분까지 세세히 다 기록돼있어 복원 가능했던 거지요. 세계에서 그렇게 세밀하게 기록한 건축기록물이 없어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역사용어, 날짜보다 성격 잘 담아내는 이름으로 바꿔야” 
 
“많은 희생을 치러가며 부정부패했던 구체제를 뒤집고 정부까지 세운 것을 혁명이라 할 때 3.1운동은 혁명의 정의와 전개 과정이 딱 들어맞아요. 기미독립혁명이라고 하든지 독립혁명기념일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요. 미국도 날짜 부르지 않고 미국 독립혁명기념일이라고 하잖아요.”

심 교사는 “날짜만 강조하는 역사 공부는 후대가 매우 어려워진다. 역사용어는 역사의미를 담아야 하는데 아직도 교과서에는 한국전쟁을 6·25전쟁으로 표기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배우는 역사용어와 단어 의미와 정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개학을 맞이한 심우근 교사는 조선이 패망한 요인부터 독립운동사와 3.1운동 전후 일들부터 현대까지 암기보다 이해와 역사의미를 살피는 수업을 할 계획이다.

“연대 순서 찾는 것이 뭐가 중요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죠. 역사는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역사를 이해하고 바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