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몸 바친 열사들 계속 발굴하고 독립에 기여한 여성들 예우해야”
“나라 위해 몸 바친 열사들 계속 발굴하고 독립에 기여한 여성들 예우해야”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2.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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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100주년 맞이하는 2019년, 독립운동사를 정돈할 특별한 시작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집 1부
 
올해 2019년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해이다. 특별한 만큼 정부와 독립기념관, 아우내3.1운동독립사적지가 있는 천안시는 후회 없는 기념일을 치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천안아산신문은 국가적인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그동안 우리가 놓쳐왔던 새로운 관점의 기록을 함께한다. 3.1운동 관련 인터뷰와 취재는 물론이고 어느 한 사람의 성과만으로 독립을 이룬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듯 나라 위해 이름 없이 싸우다 죽어간 수많은 순국선열의 소중함을 떠올릴 기록이다.
이번 기획 1부에선 3.1운동에 관련한 기관과 민관이 협업하는 기념행사를 소개한다. 2부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아야 할 우리 역사를 전달하는 주제로 진행하며 시작 시점에서 다시 안내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

<1부>
64호 -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인터뷰 & 유관순길 따라 걷기
65호 - 천안시가 진행하는 3.1운동 주요행사
 
 
인터뷰- 이준식 독립기념관장
 

-.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독립기념관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7개 전시관 중 3전시관에서 3월 1일에 맞춰 독립기념관이 소장한 원본자료를 공개하는 특별전시를 한 달간 개최한다. 독립선언서, 원본 태극기 등 평소 훼손을 우려해 전시하지 않았던 귀중한 자료들이다.


2월 28일은 겨레의집 앞에서 정부가 주관하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제’를 크게 열 계획이다. 겨레의집 2층에서는 국내 최대규모로 독립운동 체험전시관을 별도 오픈한다. 자체적으로는 임시정부 수립 내용까지 담은 해외 순회전시를 LA 뉴욕 상하이 도쿄에서 열 예정이다.
4월엔 임시정부기념사업으로 육군본부, 충남도와 음악회를 가질 예정이며 협의 중이다. 임시정부 수립기념일인 4월 11일엔 임시정부 요인 21명을 초상화 어진 방식으로 그린 초상화를 특별전시할 계획이다. 8월엔 국내 최대규모 무궁화테마공원도 연다.
 

-. 3. 1운동을 역사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으로 나눠서 설명한다면
 
역사적 관점에선 거족적, 평화지향적 운동이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3.1운동이야말로 한국민주주의의 기원이었다는 해석이다. 뒤이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탄생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 기원은 1919년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해석은 3.1운동을 계기로 여성이 새로운 주체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여성과 청소년이 사회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 3.1운동이었고 이후 여성과 청소년의 사회진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 올해 가장 선행돼야 할 연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3.1운동에서 사망자 수가 6000~8000명으로 추산되는데 어떤 사람이 참여했는지 이름이 확인된 사람은 극히 일부다. 독립기념관은 이런 기록을 빨리 찾아 명단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우리 임시정부는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며 중국 쑨원 정부와 2차대전 당시 프랑스와 폴란드 등 다른 나라들이 임시정부로 승인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도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인식이 있어 이를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 외조부 지청천 장군과 외조모에 대해 말한다면
 
내가 태어난 다음 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직접적인 기억은 없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를 따라서 만주 등을 전전하며 독립운동하는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자식들을 키웠다. 외할아버지가 더 유명하시고 공적으로 더 큰 일을 하셨지만 그런 남편과 살면서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자식들 성장 후에는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한 외할머니가 더 인상 깊다. ‘윤용자 여사 외손주’라는 사실이 더 자랑스럽다.
 

-. “해외 독립운동가의 아내는 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인가
 
자신을 돕는 아내가 없었으면 남편이 밖에 나가서 독립운동을 할 수 있었을까. 독립운동가를 도운 아내의 활동도 넓은 의미의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로 망명한 독립운동가 아내들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

지난해 독립운동가를 뒷바라지한 여성들이 처음으로 독립운동 포상을 받았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과 석주 이상용 선생의 손자며느리가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다행히 회고록을 남겨 기록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비율이 3%다. 여성이 남성보다 이름을 남기는 경우가 적어 기록상으로는 남성이 훨씬 많다. 기록 위주로 독립유공자를 선정하면 남성이 많아진다.

그래서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여성이 할 수 있는 고유활동 중 독립운동을 내조한 활동 등 독립운동 성격이 포함된 건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여성 포상이 늘고 있으나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 유관순 서훈을 더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유관순 열사의 훈격만 조정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임시정부 수반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훈장을 수여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분이 3등급 훈장을 받기도 했다.

천안 출신 이동녕 선생은 임시정부의 살아있는 역사다. 임시정부주석을 3번이나 지냈는데도 2등급 훈격이다. 이런 분들의 훈격을 조정하는 것이 가장 절실하지 않나 생각한다.
 

-. 독립운동사에서 무장투쟁한 독립군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무장투쟁 역사는 60년대 연구가 활발했지만 무장투쟁에 참여한 무명독립군을 기리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일 부각에는 실패한 거 같다.
무장투쟁 지도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름 없이 헌신한 무장독립군이 없었으면 지도자가 빛날 수 있었을까.
 
직접 총 들고 일본과 맞서 싸운 독립군 무명 독립용사를 기억하고 이들을 기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무명 독립용사를 기리는 기념탑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다닌다.
 

-.독립기념관도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있다던데. 독립유공자가 아닌데 포상을 받은 경우는 어떻게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한 명이라도 독립유공자를 더 발굴하라고 했으며 국가보훈처가 기념관에 발굴을 위임한 일이기도 하다. 지난해 361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해 보훈처에 포상심사를 신청했다.

독립유공자가 아닌데 경우 포상을 받은 경우 회수 절차가 어려워 상훈법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포상을 취소할 수 있다. 변절자도 포상 취소 대상이다.
 

-. 지역에 근현대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단체가 생겼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독립운동 기리는 일은 정부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해방 후 역사가 꼬이다 보니까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역사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역사 정립에 기여한 바가 많고 앞으로 기여할 것이 많다고 본다.

천안만 해도 근현대사의 산 현장인데 역사의 현장이 방치된 곳이 많다. 제대로 정비하고 감춰진 곳을 찾아 알리는 일을 시민이 나서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남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은
 
중요한 건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역사 인식의 간극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모두 동의하는 역사가 있지만 아닌 것도 있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3.1운동과 안중근, 신채호 선생은 남북 모두 긍정한다. 같은 역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간극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통일을 내다본다면 반드시 해야 한다.
 

-. 역사관이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모든 사람을 설득해서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 친일인명사전을 낼 때만도 난리가 났었다.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자 친일인식의 지평이 넓어졌다. 지금은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을 못 봤다.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매우 힘들지만, 차곡차곡 하나하나 헤쳐나가야 한다.
 
 
-. 독립운동이 지나간 역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은
 
독립운동 역사가 나하고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살아있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세운동 참여자로 최소 200만 명을 추산한다. 당시 한반도 거주 인구가 1600만 정도였다. 적어도 10명에 1명꼴로 참여했다는 얘긴데 친일파 후손이 아니라면 자기 집안 누군가는 만세시위에 참여했을 것 아닌가.

독립운동은 나와 직결된 문제다. 단순히 100년 전에 일어난 독립선언과 만세시위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역사라는 사실을 생각하길. 이분들이 목숨 바쳐 싸우지 않았으면 지금의 대한민국과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
 

-. 현실을 힘들어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젊은이는 다 자기 세대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나도 그랬다. 모든 청년세대의 통과의례 같다.

집 없는 설움과 나라 없는 설움이 가장 컸다. 시야를 넓게 잡고 생각을 크게 해주길 바란다. 더 큰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싸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내일을 위한 투지를 불태우길 바란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