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밍 성폭행이란 무엇인가?
그루밍 성폭행이란 무엇인가?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2.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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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성범죄는 피해자 잘못으로 일어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인천지역 어느 교회 목사가 여신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일이 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초, 스케이트 선수가 담당 코치의 성폭력 사실을 낱낱이 고발했다.

목사와 코치는 자신들의 지위와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해 추행 및 강간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은 ‘그루밍 성폭행’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루밍, 상대방을 길들여 익숙하게 만드는 것 
 
그루밍 성폭행(Child Grooming)은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과 사전에 친밀한 관계를 맺어두는 행위를 말한다. 주로 취약한 상황의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신뢰를 쌓은 뒤, 유인·통제·조종을 통해 성적 학대를 유지하고 폭로를 막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양은 또래에 비해 지능이 낮은 편이다.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던 B씨는 A를 볼 때마다 뺨을 쓰다듬거나 어깨를 어루만진다. 또, B는 A에게 예쁘다며 지우개나 연필 등 작은 선물을 주거나, A가 좋아하는 자장면을 사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A는 평소 B를 잘 따랐다. 하지만, 어느 날 A의 입에서 차마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A양은 “자장면을 다 먹은 뒤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서, 몸을 더듬었다. 누구에게 얘기하면 자장면을 못 먹게 된다며, 이건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천안여성의전화 이선화 이사는 “그루밍은 상대방을 길들인다는 뜻인데, 성폭행 대부분이 그루밍 형태에서 일어난다”라며 “그루밍 성폭행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진 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통제하고, 싫다는 표현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따라가면 안 돼”가 아니라 “아는 사람의 전화로 보호자와 통화하고 가야 한다”라고 알려줘야 해
 
어린아이들이 낯선 사람을 따라갔다 성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성인의 경우 교류와 친분이 있는 경우에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놀이터나 그 외 장소에서 지속해서 꾸준히 만나 얼굴을 익혔다면, 그 어른 또한 아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이런 아이들의 습성을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아이에게 친밀감을 조성해 거부감이 없어지도록 한 후에 유인하는 수법이 그루밍 성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모와 보호자들 중 대부분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절대 안 된다”라고 가르쳤는데, 이는 실제상황 발생 시 아이들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이사는 “아는 사람이 가자고 할 때는 ‘아는 사람의 전화로 보호자와 통화하고 가야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아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허락을 맡고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또, 천안여성의전화 김희겸 사무국장은 “낯선 어른을 따라간 아이에게 잘못했다고 말하는 부모님들이 계시는데, 이건 많은 책임이 아이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심리 안정을 위한 위로와 공감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신고 어렵다면 상담센터 이용해 도움받을 수 있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범죄 신고율은 1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른 범죄에 비해 신고율이 낮은 편이다. 최근 들어 성폭행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으나, 성범죄 피해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사회 곳곳이 남아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 사무국장은 “가해자 보복이나 여러 가지 심리적인 이유로 신고가 어렵다면 상담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천안여성의전화에선 성폭력 신고 및 상담자들의 신상과 상담내용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망설이지 말고, 여성의전화 문을 두드려 주길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천안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권은경 부소장은 “시일이 지난 일이라도 상담을 통해 같이 얘기하고, 고민하면서 위로받고 큰 지지가 될 것”이라며 “터놓고 이야기할 곳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부담 없이 방문해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선화 이사는 “성폭행은 내 잘못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피해자들이 반드시 알길 바란다 ”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문의 : 천안여성의전화 041-561-0306 / 부설 성폭력상담소 041-561-0303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

 
<성폭행 사건 발생 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것들>
 
* 사건 발생 72시간 이내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났더라도 사건 인지 후 바로 112 또는 1366으로 신고해 기록을 남겨놓아야 한다.

* 13세 미만 아동일 경우 피해 관련 증거를 채취하는데, 피해자 조사를 받을 때 진술분석전문가, 국선변호사, 속기사, 조력인, 신뢰관계인, 조사관이 모두 준비된 후에 조사받을 권리가 있다.

피해자가 19세 미만이거나 지적장애인일 경우엔 피해자 본인 또는 보호자가 원할 경우에 이용 가능하다.

* 경찰 조사에는 진술 녹화가 있고 조사 과정이 있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진술 녹화를 신청할 수 있다.

* 경찰에서 1차 조사 후 검찰의 판단에 따라 2차 조사를 받을 수 있는데, 신뢰관계인이 증인을 서주면 재조사 확률이 낮아진다. 단,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 미성년자일 경우 신뢰관계인이 동석하면 대리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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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만, 피해자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않는다. 되도록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사로부터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