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청소년 노동인권, 우리가 함께 만들어요!"
"위풍당당 청소년 노동인권, 우리가 함께 만들어요!"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9.01.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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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동인권에 날개를,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노동이란,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 없이는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누군가의 노동으로 우리는 한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누군가의 노력으로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노동’에 대한 가치는 필요 이상으로 낮게 취급당한다.
 
노동자들의 인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노동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노동 시장에서 당하는 부당한 처우는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청소년 상대로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하는 모습
청소년 상대로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하는 모습

아르바이트나 현장실습 등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청소년 노동자들이 있다. 노동 시장에서 청소년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온갖 차별을 감내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정의롭고 당당한 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 노동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일하다 그만두었더니 절도범이라고 모함해 
 
2017년 6월 A씨(당시 19세)는 천안에 있는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두고 다른 곳에 취업했다.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당구장 사장은 A씨가 당구장을 그만두자 “커피믹스를 훔쳐 간 도둑”이라며 절도범 취급하며, 새로 옮긴 직장에 당구장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데리고 와선 “훔쳐 간 것을 인정하라”라고 종용했다. 전 동료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상황까지 발생했지만, A씨는 결백했기에 절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급기야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어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 300만 원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한다. 하지만 담당 변호사마저 A씨에게 “훔쳤으면 훔쳤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라며 결백을 믿어주지 않았다.

A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억울해서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변호사는 내 편이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다”라며 “잘못이 없는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건 잘못된 일이다. 이 행동에 대해 당구장 사장님 잘못된 것이라고 사회가 말해줘야 한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오은희 사무국장은 “A씨의 절도죄는 민변 변호사의 도움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았으나, 당구장 근무 시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해선 아직도 받지 못했다.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지 벌써 1년도 더 지났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학교에 안 다니면 색안경 끼고 바라봐 
 
청소년 아르바이트 시장에선 급여를 제날짜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나 비하 발언 등의 부당행위 또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아산의 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학교 밖 청소년 B군은 “근로계약서엔 점심시간이 있었으나, 식당이 너무 바빠서 서서 밥을 먹을 정도였다. 또, 시간 외 근로수당이나 야간,휴일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그 당시를 설명했다.

오 사무국장은 “자퇴를 한 친구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르바이트 시장에도 그대로 녹아있다”라며 “청소년 아르바이트 시장을 들여다보면, 사업장의 대표들이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일로 트집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밝혔다.

B군은 “노동부에서 대질조사를 받을 때 사장님이 나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는데, 근로감독관은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청소년이라 일을 못 한다며, 책임감이 없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청소년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후에야 밀린 임금과 법정수당을 포함해 75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인권센터에선 충남도 지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계열 고등학교는 대학 입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3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한차례 이루어지며, 특성화고는 1학년~3학년 단계별로 교육한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학생들

노동인권 교육은 노동법을 주입 시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비정규직 근로자나 여성, 이주민들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갖는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었다. 앞으로 이런 교육을 더 받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이 작성한 마인드맵
청소년노동인권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이 작성한 마인드맵

오은희 사무국장은 “인권센터에 상담 온 친구들을 보면 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 센터는 이런 부당한 대우를 당한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다. 언제든지 부담 없이 방문 상담해도 된다”라고 당부했다.

인권센터에서는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실 뿐 아니라 청소년노동인권캠프, 노동인권상담, 권리찾기 지원, 거리캠페인, 정책연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위치 : 천안시 동남구 중앙로 140 소망빌딩 6층 (문화동)
문의 : 041-621-0812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