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훈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 다섯 번째 시집 ‘바람의 책력’ 출간
이심훈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 다섯 번째 시집 ‘바람의 책력’ 출간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2.2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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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유하는 시간이 주는 힘

이심훈 아산교육장, 그는 깍듯하다. 누구든 그를 만나면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이심훈 교육장의 몸가짐을 접할 수 있다.

교육자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실상 우리 주변에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낮춰 대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몸에 밴 겸손과 예의가 오랜 세월 의도한 습관만은 아니다. 그의 시집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낮은 곳을 둘러보는 따뜻한 시선과 감성이 풍부한 시인의 서정과 마주할 수 있다.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아온 이심훈 아산교육장이 이번에 출간한 책은 시집 ‘바람의 책력’(한국문연). 1988년 시집 ‘못 뺀 자리’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다섯 번째 시집이며 지난 5월 ‘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교육과학사)라는 교육서를 펴낸 지 6개월여 만이다.


책 제목과 같은 바람의 책력이라는 시는 절기라는 우리 고유의 계절문화를 중심으로 그가 보는 사물에 대한, 또는 대상을 향한 깊은 시선을 촉촉하게, 때론 애 끓이듯 다뤘다.

 

바람의 책력
-우수

-전략-
웃자란 싹만큼 푸석하게
바람 든 무에게서 본다.
아흔다섯 어머니 삭신에
숭숭 들어버린 바람의 책력.

 

‘곁불’이라는 시는 얻어 쬔 불의 따사로움을 아무 사심 없이 곁을 내어준 ‘그’에게서 찾으며 느낀 시상을 글로 옮겼다. 속도에 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와 편한 날숨을 쉴 수 있게 조용히 손을 내민다.

 

곁불
-소한

소한 추위에서도 온기는
불길보다 그에게서 온다.
지나는 사람에게 아무럽게
곁을 주는 사람에게서 온다.
-후략-

 

또 ‘박쥐’라는 시는 “간섭할 곳 안 할 곳 헤집고 돌아다니던 건방지고 서두르는 말을 깨물었어요”라는 표현으로 무심코 깨문 혀에 대한 성찰과 현실의 교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물과 교감하는 그의 서정을 느낄 수 있다.

이 교육장은 “관사에서 저녁에 혼자 있는 ‘독거’의 시간에 독서와 명상, 글쓰기를 할 수 있어 교육서와 시집 출판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겸손한 미소를 보였다.


혼자 있는 시간을 글로 승화한 이심훈 교육장 삶의 모습은 ‘혼자 사유하는 시간의 힘’을 오롯이 전해주고 있다. 이 교육장 사유의 다락에 곱게 놓아둔, 아직 출간하지 않은 글들의 햇빛 맞이가 언제일지 궁금해진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