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지도 명분으로 체벌 가한 충남 A고
학생지도 명분으로 체벌 가한 충남 A고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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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체벌 가하고 3일 만에 퇴학처분 내린 고교
체벌 용인하는 학교, 눈 감는 학부모들, 바른 대응 못 하는 학생들

충남 아산시 A고등학교에서 학생지도와 교육적인 명목으로 상시 체벌이 있었던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A고교는 학생 생활규정을 지키지 않은 학생들에게 수시로 체벌을 가했으며, 최근 체벌이 부당하다고 항변한 학생에게 퇴학처분을 내려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 발생 후 3일 만에 퇴학처분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화) B학생이 친구와 함께 수업시간에 해당 교사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허락을 받고서는 빵을 사 먹으러 무단외출한 것이 발각되면서부터다. 2학년들의 교내봉사를 지도하던 C교사는 밖으로 나가는 B학생과 친구를 발견하고 외출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핑계로 빵을 사 먹으러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학생들에게 일명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골프채 손잡이 부분으로 3대씩 때렸다.
B학생은 “흡연으로 걸린 적이 여러 번 있었고 그때마다 하키 채로 맞았다. 흡연해서 맞은 것은 알겠다. 정직하게 말은 못 했지만 빵 사 먹으러 간 거 가지고 멍이 들 정도로 맞아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담임선생님께 자퇴하겠다고 말씀드리러 갔는데 그만 ‘학교가 X 같아서 못 다니겠어요’라고 큰 소리로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옆에 계시던 선생님이 ‘너 또 그러냐’며 문제아 취급을 하셨고, 학생과에 불려가 ‘교권 모독과 교권침해다. 퇴학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C선생님이 ‘학생선도(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가 열릴 거라면서 최악의 경우 퇴학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16일(금) 학교는 사건 발생 후 3일 만에 B학생에 대한 징계위를 열었고 퇴학을 결정했다. B학생의 아버지는 “이날 제가 투병 중이라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선생님들께 죄송하다.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학교는 지난 19일(월) B학생의 아버지에게 퇴학통지서(제적예고통지서)를 발송했다.
B학생의 아버지는 가정적인 문제로 두 아들을 혼자 양육하는 데다 백혈병으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치료 중이었다. 병원에서 항암치료 중에 학교의 연락을 받고 아픈 몸을 이끌고 아들의 징계위에 참석했던 것. B학생의 아버지는 징계위에 참석한 다음 날 밤 병세가 심해져 서울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가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체벌 금지 규정은 어기고 퇴학 가능 규정은 지키고

A고교가 홈페이지에 2016년 6월 게시한 학생생활규정을 보면 제87조 【체벌 금지 및 훈육· 훈계 방법】에 ‘학생을 지도하면서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는 학생 훈육과정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반면 교사모독에 대해서 퇴학까지 가능하다는 규정은 지켰다. 또 징계위를 열어 퇴학처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가장 강한 징계인 퇴학처분을 내리기 전 ‘자퇴’라는 단계는 전혀 권유하지 않았던 사실이 취재 중 드러났다. 자퇴는 다른 학교로 전학이 가능하지만 퇴학은 전학이 불가하다.
B학생 아버지의 지인은 “아이가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도 체벌하는 학교가 있다는 게 놀랍다. 또 돌봄이 필요한 가정의 아이에게 꼭 퇴학처분을 내려야만 했는지…. 얼마든지 선처할 기회가 있지 않냐, 그게 교육 아니냐”며 A학교를 거세게 질타했다.
C교사는 “평소 B학생은 흡연과 무단외출이 잦았으며 교사에게 매우 험한 말을 해서 이미 사회봉사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도 함께 산행을 하고 축구경기를 관람하는 등 지도를 위해 애썼다. 교육적인 목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의욕이 앞서 체벌을 하게 됐다”며 체벌 사실을 인정했다.

교사 체벌 묵인한 학교, 체벌 불감증 키워

학교는 C교사의 체벌 사실을 알고도 용인했다. 오히려 징계위를 열어 학생의 잘못만을 부각해 처벌했다.
A학교 체벌은 비단 C교사의 문제가 아니다. 사립학교 A고교와 같은 학교법인인 A중학교에서부터 심심찮게 체벌이 반복됐으며 중학교 체벌이 더 심하다는 학부모들의 증언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부모들이 공부를 시키기 위한 체벌엔 관용적이다. A중·고가 규정이 강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낸다는 엄마도 있더라. 공부를 잘하게 하려고 체벌도 감수하는 엄마들이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충남도교육청 학생인권 담당 장학사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인 체벌과 폭언은 금지돼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고 잘못된 방법을 쓰는 건 안 된다. 학생이 규정을 어긴 부분은 절차대로 처벌하는 것이 맞겠으나 그렇다고 체벌이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