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위한 전용 무대 갖춘 문화살롱 ‘제비다방’
연극 위한 전용 무대 갖춘 문화살롱 ‘제비다방’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1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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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물론 무대 필요한 분 모두 오세요”
“봄은 안 와도 언제나 봄긔분 잇서야 할 제비. 여러 끽다점(喫茶店) 중에 가장 이땅 정조(情調)를 잘 나타낸 「제비」란 일홈이 나의 마음을 몹시 끄은다.” - 이 상

 

1934년 5월 1일 문화잡지 <삼천리>(三千里)에 이 상이 ‘끽다점평판기(喫茶店評判記)’라는 제목으로 제비다방에 관해 쓴 글이다. 이 상은 짧은 생애를 살다 갔지만, 소설 「날개」, 시 「오감도」등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의식 문학의 선구자인 동시에 초현실주의적 시인으로 평가받아온 문학인이다. 이러한 이 상이 연인 금홍과 함께 개업한 다방의 이름이 ‘제비다방’이다. 당시 제비다방은 일제강점기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했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모여 예술과 삶을 이야기했던 공간이었다.
그 문화의 물줄기가 천안에도 흘러들었다. 제비다방이 천안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소설가 이 상에 끌려, 또는 제비다방이라는 이름에 끌려 전국 곳곳에 같은 이름의 카페가 들어섰지만,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에 위치한 제비다방은 연극을 위한 전용 무대가 마련된 특별한 카페다.

“연극배우로만 살기 참 척박하잖아요”

“연극 시작한 지 25년쯤 됩니다.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서 생계를 꾸리는 일에 종사하느라 오랫동안 무대에 서질 못했어요. 가족을 부양해야 했으니까요.”
연극 공연을 무사히 끝내면 가슴에 들어차는 희열. 느껴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무대 경험의 엔도르핀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그 벅찬 희열이 아직도 물밀 듯 밀려오는 배우 오규택 천안시연극협회 부지부장이다. 그는 1994년 연극 ‘사람의 아들’로 데뷔했다.

왼쪽이 오규택 부지부장. 오른쪽이 그의 아내 박희영 제비다방 대표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이 더 중요했다. 함께 시작했던 동료들은 척박한 현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오 부지부장도 현장을 떠나 16년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 하지만 연극은 그의 ‘집’이었기에 간간이 스텝으로 활동할지언정 절대 끈을 놓지 않았다. 전환기가 왔다. 지난 6월 충남음악창작소에서 이무영 극본 연출작 ‘도둑들의 발자국’에 출연하며 다시 벅찬 희열과 조우했다.
“정말 짜릿했어요. 근데 음악을 위한 무대라 연극에는 적합하지 않더군요. 가뜩이나 무대가 없어 공연하기 어려운데 연극을 위한 전용 무대가 더 절실함을 느꼈죠.”

무대 아쉬운 연극인들, 맘 놓고 공연할 수 있게

연극 전용 무대가 있는 카페를 하겠다는 의지는 줄곧 마음에 있었다. 다시 서 본 무대는 그 시기를 앞당겨주었다. 때마침 넓은 식당 자리가 나서 리모델링했다. 극단 선배의 도움과 오 부지부장의 수고로 비용을 줄였다. 페인트도 직접 칠하며 인건비를 아꼈다. 공연에 필요한 조명은 기존 극단에서 망가진 것을 가져와 일일이 분해해서 수리했다. 분장실은 물론 연습실도 마련했다.

10월 4일(목) 오 부지부장 부부의 손길이 스민 문화살롱 제비다방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같이 작품 하면서 만난 아내는 남편의 모든 의지를 이해했고 함께 도왔다. 그는 자신을 ‘사장 남편’으로 이름 짓고 아내의 도우미를 자처하며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오픈한 지 겨우 한 달인데 무대를 쓰겠다는 연락이 심심찮게 온다. 무대 사용료는 무료다. 하지만 실력 있는 팀에게 무대를 허락하겠다는 것이 오 부지부장의 주관이다. 단, 동아리 발표의 경우 관객모집은 주최 측의 몫이다.

“후배 양성 절실해”

오 부지부장은 최근 방송 출연이 잦다. ‘배드파파’ ‘빅포레스트’ ‘여우각시별’ 등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하며 배우의 감을 이어가고 있다. 연극을 하고 싶은 열망은 크지만, 여전히 연극은 생활에 보탬이 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배우는 저의 세대 이후 맥이 끊기다시피 했어요. 지금은 천안에서 제 뒤를 잇는 연극인들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해요. 후배 양성을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카페 한쪽에 마련된 연습실에서는 12월 성탄절 전에 올릴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11월 24일(토)엔 ‘뷰티풀 콘서트’ 음악공연도 예정돼 있다. 또 매주 토요일엔 오후 7시 ‘JW어쿠스틱’ 뮤지션이 감미로운 기타연주를 펼친다.
연극인들의 무대 갈증을 풀어줄 제비다방. 그 안에서 앞으로 펼쳐낼 연극인들의 벅찬 행보가 기대된다.

천안시 동남구 각원사길 114-8
041-556-7224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제비다방에서 열리는 뷰티풀 콘서트>

악기연주와 노래, 춤이 어우러지는 ‘뷰티풀 콘서트’가 제비다방에서 열린다. 오카리나 연주로 유명한 육수희 연주자 등 검색 한 줄이면 알만한 이름 있는 예술인들의 협연 무대다.

강수연 피아니스트, 김유지 바이올리니스트, 김상호 첼리스트의 연주 위에 바리톤 김태선의 목소리가 무대를 감싸면 한국 최초 아르헨티나탱고 무용수인 송연희가 펼치는 환상적인 플라밍고와 탱고를 감상할 수 있다. 송연희는 성우로도 활약했으며 만화 ‘짱구’에서 짱구 엄마 역할을 했다. 클래식, 대중가요, 탱고, 퓨전 음악 등 이들의 멋진 춤과 연주는 일상의 번민을 잊게 해줄 행복할 시간을 선사한다. 전석 2만원(음료 포함)
일시 : 11월 24일(토) 5시
문의 : 010-6369-9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