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장 된 재활용 선별장
쓰레기 처리장 된 재활용 선별장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1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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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 시민의식,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만 가득?
쾌적한 환경 바라면 분리배출 실천해야 … 선별장 환경 매우 열악해 개선 시급

아산시재활용선별장(이하 재활용선별장)은 31명의 직원이 하루 10톤의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곳이다. 아산시 곳곳을 돌며 수거한 재활용품은 모두 이곳으로 모여 선별작업을 거친다. 제대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30% 수준이다. 나머지는 소각한다.
10월 중순쯤, 재활용선별장을 방문한 기자는 도저히 재활용품이라고 볼 수 없는 산처럼 쌓인 쓰레기더미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작업장 공기를 통째로 오염시킨 악취도 충격적이었다. 분명 재활용품 선별장인데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업장을 안내한 직원은 “이 정도는 매우 약과”라며 “사상 최대 폭염을 기록한 지난여름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며 몸서리를 쳤다.

산처럼 쌓인 쓰레기

“부서진 칼날, 유리 조각, 주삿바늘 등 아찔한 적 한두 번 아냐”

이것은 흡사 재활용품이라는 이름을 가장한 쓰레기더미다. 어찌나 쓰레기가 많은지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쌓인 물건더미 안을 매의 눈으로 신속하게 뒤져야 멀쩡한 재활용품 몇 개를 겨우 골라낼 수 있다. 직원 김선영(가명)씨는 “재활용품 선별장인데 들어오는 것은 거의 쓰레기”라며 “동물 썩은 것도 있는 데다 음식물 쓰레기는 예사고 심지어 사용한 기저귀까지 있다”고 말했다.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모습

매일 수거하는 재활용품 안에는 쓰레기가 더 많으며 온갖 위험한 물건이 다 들어온다. “한 번은 부서진 칼날이 빙그르르 돌아 제 배를 찌를 뻔한 적도 있어요. 유리 파편이 튀어 작업자들이 다치기도 하고 채칼에 베여 꿰매기도 하고 주삿바늘에 찔려 혼비백산 병원으로 쫓아간 적도 있어요. 작업환경은 늘 위험해요.”

위험물과 악취, 열악한 작업환경에 노동자 안전사고 빈번

지난 9월 아산에서는 쓰레기 수거차에서 부탄가스통이 터져 화재가 발생,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경기도 부천에서는 선별장에 반입된 농약병에서 액체가 유출돼 작업자 4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같은 달 아산에서 노후한 스티로폼 파쇄기를 청소하다 작업자가 손가락을 다쳤다. 이렇듯 쓰레기를 수거하고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매우 많다.
작업자들의 작업복은 일반 평상복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파편이 튀는 것을 막아 신체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아산시 자원순환과 재활용팀 관계자는 “작업복을 전문으로 파는 곳에서 작업자들이 선택한 복장을 구매한 것이다. 작업자들이 마스크 착용 등 안전을 위한 수칙을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업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일을 해보면 알아요. 여름엔 너무 더워서 마스크를 낄 수가 없어요. 숨쉬기도 어려워요.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복장이 불편하면 일하기 정말 힘들어요. 또 악취가 심해 사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여름과 겨울 극과 극인 기온을 견디며 일해야 해요.”

지자체, 의료폐기물 섞어 버리는 양심 불량 병·의원 단속 소홀

병·의원 폐기물은 두 가지다. 전문처리업체에 맡겨 배출해야 하는 의료폐기물과 가정에서 버리는 것과 같은 일반폐기물이다. 그러나 선별장에는 고위험 약물병과 날카로운 바늘이 붙어있는 주사기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의료폐기물로 버려야 할 물건들이 아무 여과 없이 재활용품선별장으로 반입되는 것이다.

고위험 약물병과 주삿바늘이 함께 발견

아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가정에서 버리는 주사기는 일반폐기물”이라며 “일일이 지도 점검할 곳이 너무 많다. 병·의원을 꼼꼼히 돌아볼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내년 6월쯤 현대화시설을 도입한 재활용선별장을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스티로폼 녹이는 작업 중 이물질 때문에 유해 연기가 솟는 모습

<재활용품 분리배출 제대로 하는 방법>

-. 재활용품
무조건 물로 헹군 후 배출해야 한다. 이물질이 많이 묻은 재활용품은 쓰레기다. 그대로 배출하면 처리비용만 커지고 소각·매립이 많아져 환경오염이 늘어난다. 또 작업자들이 더러운 쓰레기와 악취에 시달린다. 깨끗이 씻어서 배출해야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된다. 소주병 맥주병 등은 빈용기보증금으로 환불받는 것이 최고다.

-. 스티로폼
테이프와 이물질을 꼭 제거 후 배출. 이물질이 묻으면 스티로폼을 녹이는 작업 중 유해가스가 발생해 작업자 건강에 치명적이다. 모든 유리병과 플라스틱병은 뚜껑을 따로 버리고 상표와 라벨도 제거 후 몸체만 배출한다. 맥주 캔 등은 내용물을 다 비우고, 부탄가스와 살충제 캔은 반드시 구멍을 뚫어 배출. 안 그러면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 재활용 안 되는 물건
도자기, 사기그릇, 유백색 그릇류, 일회용 카메라, 학용품, CD 등 복합재질 플라스틱 제품, 깨진 유리, 거울, 일회용 컵라면 용기, 영수증, 벽지 등은 재활용이 안 된다. 어정쩡하거나 헷갈릴 때는 차라리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