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외치는 교사와 이를 바라보는 학생 · 학부모들
‘적폐청산’을 외치는 교사와 이를 바라보는 학생 · 학부모들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1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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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 속 내용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며칠 전 집에 오더니 다짜고짜 ‘엄마, 문재인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야? 뭐 잘못했어?”라고 묻는 통에 난처했다는 이야기였다.
통화 주인공 학부모 서 모씨는 “일단 아이에게 알아듣도록 대답을 해주긴 했지만, 찜찜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며 “수소문을 해보니 주변 엄마들 역시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어떻게 대답해주었는지 나에게 되물었다”고 말했다. 또한 서씨는 “알고 보니 교사 한 분이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더라”며 “등교시간에 아이들이 다 보는데 그 앞에서 왜 선생님이 시위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현직 교사의 학교 앞 1인 시위,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바 모두 달라

11월 12일(월) 오전 8시. 등교 시간에 맞춰 시위 현장에 도착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해당 교사는 “새샘초등학교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세연(58) 교사는 2014년 청와대 게시판에 세월호 관련 게시글을 올리고, 경향신문에 세월호 관련 광고를 냈던 충남도내 교사 6명 중 한 명이다.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시간에 1인 시위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오 교사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거다. 이것은 교육의 차원이다. 1인 시위가 불법은 아니지 않냐.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키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이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거다. 아침 등교시간에 시간이 되기 때문에 하는 거지 별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세연 교사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전교조 왜 아직도 법외노조여야 합니까?’ ‘국정농단 재판거래’ ‘적폐청산’ 등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학생 A와 B는 “선생님이 정부에서 약속한 걸 안 지켜서 1인 시위를 하는 거라고 하셨다. 문재인 정권이 일을 제대로 못해서 혼나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우리들 눈으로 볼 땐 이런 건(1인 시위나 표현의 자유) 잘 모르겠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뭘 잘못했는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오 교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 나라의 대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질러 놓은 적폐를 해결하지 않는 것은 같은 적폐를 만드는 거다.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인정하겠다는)약속을 세 번이나 했다. 후보 시절, (당)대표 때도 하고, 지방선거 전엔 지방선거 끝나고 해준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약속이 안 지켜지고 있다. 시간이 되고 건강이 허락되면 1인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할 거다”라고 밝혔다.
학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임 모씨는 “1인 시위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적폐청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만, 자기표현이 서툴고 가치관이 확립되기 전인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들에게까지 교사의 주관적인 소신을 피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아이들은 백지처럼 순수한 상태라 선생님이 거짓말을 해도 그게 진짜인 줄 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단편적인 말만 듣고 단순하게 판단해 버릴까 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교조는 교육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익을 적극 옹호하고 민주교육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전국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의 교직원들이 조직한 노동조합으로,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임을 통보했다. 2016년 1월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상태이며, 현재까지 합법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