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인터뷰 -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집중인터뷰 -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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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알 수 있는 능력 키워야”
미래사회 문제, 단편적 논리로 접근해선 안 돼 … 교육도 그 안에 있어

철학, 정치, 문화, 교육,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앞선 통찰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본 대표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 명예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우치다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무려 100권이 넘는 책을 펴낸 다작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그의 생각과 지론을 펼친 책들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깊은 반향을 일으키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독자들은 그의 책이 쉽게 읽히면서 깊은 깨달음을 던져준다고 말한다.

충남도교육청과 에듀니티(교사 연수기관) 주관으로 11월 5일(월) 오후 6시 아산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우치다 교수의 강연은 이틀 만에 220명의 신청 인원이 마감됐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많은 교사는 이날 그가 전하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우치다 교수는 책으로 만나는 게 더 의미 있다. ‘미래교육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우치다 교수의 강연과 인터뷰를 압축해 지면에 옮긴다. <편집자 주>

왜 한국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우치다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나?

아마도 나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하는 논객이 한국에 없어서 계속 한국에 오게 되는 것 같다. 일본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굉장히 소수다. 한국의 공적 기관에서 계속 불러 주어 의외였다.

한국의 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본과 같은 실패를 하지 마라. 일본은 민간인 교장을 교육현장에 데려와 참담하게 실패했다. 교육에 시장원리를 적용해 돈 되는 학생을 모으게 했다. 교사들도 피폐해졌다. 그래도 한국은 일본보다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촛불혁명 등을 일으킨 민주시민의 권리로 유리한 점을 살리길 바란다. 교육에서 시장원리는 안 된다.

미래사회 문제로 인구감소, 초고령화, AI 시대 도래 등을 꼽았는데…

인구감소는 미디어 소멸과 연결된다. 신문이 왕성하게 활동했을 시기에는 국민합의 플랫폼이 신문이었다. 그러나 신문이 왜 격감했는지 폐간 후 어떤 일이 생길지 신문들이 보도하지 않는다. 신문이 사라지면 국민합의 플랫폼도 사라진다.
인구감소는 자연적인 흐름이다. 우리가 할 일은 어떤 역사적 조건에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검증·분석·자각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질병’이라고 볼 수 있다.

좌 박동섭, 우 우치다 타츠루

 

강연에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하게 전할 것은 ‘격동기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아이들이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가장 자유도가 높은 장소에서 선택지가 넓은 쪽에 갈 수 있는, 옳은 포지션에 금방 돌아갈 수 있는 포지션을 찾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즉 ‘자유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자유도는 아이들 스스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지, 단일한 이념으로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사회에 최적화된 교육디자인은 없다.

학부모들이 그 능력들을 어떻게 해야 키워줄 수 있을까?

농업을 할 때 농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흙 태양 비 등 자연이 관여해서 농사를 짓듯, 자연의 은혜를 입었다고 하는 관점에서 농부처럼 예전의 부모는 놓아주며 아이들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은 공업생산 라인에서 공정을 감독하고 품질을 관리하듯 아이를 키우는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생산자의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관점이니 그저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묻는 거다. 지금 여기서 아이의 표정이 건강한지 보는 게 중요하다.

저서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에서 ‘토론은 최악의 교육법’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14세를 콕 찍어 책을 쓴 이유는?

찬반의 입장에서 주장을 내세우는 토론은 옳다 그르다 이긴다 진다 등을 다루고, 더욱이 단시간에 끝난다. 대화는 상대방 이야기가 나름 합리적이라는 시각에서 상대의 이야기를 괄호 안에 넣고 기다리는 것이다.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역사적인 과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14세를 지정한 것은 그 나이가 정형에 빠져들고 유연성이 사라지는 시기이며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 시기에 접어든 아이들을 대하기 매우 힘들어해서다.

50세가 넘어서 100권이 넘는 책을 썼다. 다작할 수 있던 힘은?

39세에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웠다. 이때는 일상의 중심이 육아와 가사였고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집중했다. 딸을 독립시킨 후 굉장히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눌러놨던 글의 욕구가 터져 나왔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며 엄마가 되어본 경험이 정말 즐겁다고 했는데 어째서인가?

이혼 전에는 아버지 역할이 엄마를 돕는 보조였는데,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선택할 자유가 많아졌고 여기서 오는 만족감이 컸다.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마무리하고 하루를 돌아봤을 때 해냈다는 기쁨이 매우 컸다.

개풍관이라는 합기도장을 운영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곳인가

나는 일본에 없었던 개념과 사상을 들여오는 수입업자다. 일본에 없지만 매우 중요한 것들을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거꾸로 일본에만 있는 것을 탐구하는 일도 하게 됐다. 그게 합기도다. 합기도는 몸으로 무언가를 경험함으로써 알게 하는 사후적 지성이며 내겐 비타민의 메타포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우선 논리로 돌아가는 현시대에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 모델은 어떤 것인가?

세계는 국민 국가가 급속히 해체되는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 국민 국가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단위가 등장해야 한다. 몇 개의 나라가 모여 지역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 것. 즉, 느슨한 연대다. EU는 자국민을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돈이 된다며 정치적으로 경제를 이용했다. 이 실패가 무거운 교훈으로 남는다.

자신을 리버럴한 수선론자라고 말하는 이유는?

인간이 만든 제도 안에서 교육개혁을 한다는 것은 운전하고 있는 차를 운전하는 상태에서 고치는 것과 같다. 이게 인간의 한계다. 제도상으로 기능을 인정하고 그 나름대로 수선해서 가는 것이다.

레비나스 ‘타자성의 철학’에서 사상이 기인했다고 하는데, 레비나스 철학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 철학에 공감하는 이유는?

가족끼리 사랑하고 미워하고 밥 먹고 하는 일을 다룬 레비나스의 리얼함에 끌렸다. 일상의 편린을 철학적 용어로 주워 담아 사상한다. 기존 철학들은 가족과 얼굴 등은 연구대상이 아니었다. 레비나스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포함한다. 구토나 불면까지도.

한국의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여하지 않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예전에 딸과 둘이 할 게 없어 멍 때리고 보고 있던 기억이 짙다. 부모와 자식 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로를 보았던 순간이다. 해외여행이나 캠핑을 가는 것보다 같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라. 오히려 농밀한 시간으로 각인된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

우치다 타츠루 … 「힘만 조금 뺐을 뿐인데」 「하류 지향」 「스승은 있다」 「어른 없는 사회」 「교사를 춤추게 하라」 「14세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등 수많은 책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일본의 유명한 사상가이며 합기도 관장이다. 고베여학원대학 문학부 종합문화학과 교수 퇴직 후 같은 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 고베 시에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터 합기도 도장인 ‘개풍관(凱風館)’을 열어 문무를 함께 단련하고 있다.

통역은 독립연구자 박동섭 이동연구소장이 진행했다. 우치다 타츠루 교수를 한국에 널리 알린 주역으로 우치다 교수의 강연마다 항상 통역을 맡아왔으며 「비고츠키, 불협화음의 미학」 등 저서 활동과 번역,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