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앞두고 ‘민’과 ‘관’ 합의점 찾지 못하고 있어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 앞두고 ‘민’과 ‘관’ 합의점 찾지 못하고 있어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1.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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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으로 진행되는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사업 관련 첨예한 입장 차이

일봉산 주변 다가동 용곡동 쌍용동 신방동 일대 아파트 곳곳에 ‘일봉산 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봉산 내 민간공원조성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이 담긴 것이다. 일봉산 인근엔 현재 20여 개 가량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 연립· 빌라 등 주거시설이 형성돼있다.  

일봉산 인근 아파트에 걸려있는 ‘일봉산 개발 반대’ 현수막
일봉산 인근 아파트에 걸려있는 ‘일봉산 개발 반대’ 현수막
일봉산 인근 아파트에 걸려있는 ‘일봉산 개발 반대’ 현수막

일봉산은 험준한 산과 다르게 비교적 평준한 산책로를 자랑한다. 약수터까지 갖추고 있으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쉽게 오르내릴 수 있어 동네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일봉산 개발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공원 조성을 두고 일봉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일봉산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천안시는 난개발을 우려해 민간에서 제안한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책위, “일봉산 개발은 천안시의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밀실행정”

지난 7월 천안NGO센터에서 ‘도시공원 일몰제 대응 국회의원· 주민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채 마무리되었다. 이후 9월 20일(목) 천안시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10월 24일(수) 대책위는 천안시에 민· 관 협의체 운영을 제안했다.
대책위 심학수 대표회장은 “천안시에서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이긴 했으나, 문제의 본질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봉산은 인근 주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공원으로 반드시 현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에 대책위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시에선 간담회 이후 이렇다 할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심 대표는 “일봉산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환경, 주거, 학교, 교통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세먼지가 심각해 일부러 나무를 심는 마당에 왜 굳이 일봉산을 개발해 자연을 훼손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일봉산 개발을 막기 위해 1인 시위에 참가한 주민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서상옥 사무국장은 “주민 절대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강행하려는 점은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밀실행정”이라며 “천안시의 일방적인 개발이 철회되고 일봉산의 녹지보전을 위한 대안이 수립될 때까지 1인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일(목) 시작한 1인 시위는 시청 본관 출입문 옆에서 진행된다.
11월 7일(수) 현재 천안시는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사업과 관련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안시, “난개발 막고 70%라도 공원 유지하려면 민간공원 반드시 조성해야”

대책위는 일봉산 현 상태 유지 및 보존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통한 시에서의 매입 방안 등을 제안했으나, 천안시는 이를 수용할 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천안시 산림휴양과 민간공원팀 나시환 팀장은 “시에서 일봉산 부지를 매입하려면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천안시 1년 예산이 1조 6000억 원이다. 서울시나 다른 지자체와 단순비교는 자제해 달라”며 “단계별 보상 또한 일몰제 시행이 불과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아 시기가 촉박하다”고 밝혔다. 또한 나 팀장은 “일봉산이 없어진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정보다. 도시공원사업이 진행되면 30% 범위 내에서 비공원시설 설립이 가능하고, 나머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이걸 어떻게 산 자체가 없어진다고 볼 수 있겠냐”며 “토지 소유자들 중 일부는 (도시공원 일몰제) 조기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니 난개발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이에 시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70%라도 공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민간공원조성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 “미분양 아파트 걱정” “시민들을 위한 개발되어야 할 것”

대책위· 천안시와 마찬가지로 시민들 의견 또한 다양하다.
산책로에서 만난 박순이(가명. 65)씨는 “이 동네에 산 지 한 30년 정도 됐다. 산이 가파르지 않아 노인네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기 어렵지 않아 좋았는데, 얼마 안 있으면 산이 없어진다고 하니 섭섭하다. 난개발에 반대한다. 그리고 지금 미분양 아파트도 많은데 그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봉산 인근 성지새말 1차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최수지(가명. 43)씨는 “멀쩡히 있는 산이 개발된다고 하니 처음엔 반대했다. 그런데 일봉산이 개인소유의 땅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턴 무조건 반대하진 못하겠다. 개발이 안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개발이 되어야 한다면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 상생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인근 주민 안민준(가명. 40대 중반)씨는 “일봉산 민간공원조성을 두고 각자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의 입장이 있고 인근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공원 개발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어야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개발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