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비닐천국 플라스틱공화국
대한민국은 지금 비닐천국 플라스틱공화국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0.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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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사용 자제로 쓰레기 줄이고, 지구를 살리자”
직접 시도해본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 … 불편함은 있어도 지구환경 살리는 의미 있는 시간

대한민국의 비닐·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일회용 비닐봉지 제공을 금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독일(70개)의 6배, 핀란드(4개)의 100배에 달했다. 또 2016년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kg으로 미국(97.7kg)을 제치고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또한 2011년 3949ton에서 2016년 5445ton으로 1.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일회용품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텀블러 사용과 일회용 컵 사용규제 무엇이 문제?

천안시 불당동 소재의 한 카페 안. 직원과 손님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손님이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건데 왜 일회용 종이컵에 주냐”고 묻자 매장 관계자는 “손님만 괜찮으면 별 상관없다. 원하시면 유리컵으로 주겠다”고 말하며 이상한 사람 대하듯 손님을 쳐다본다. ‘매장 내 고객에게는 1회용 컵(플라스틱 컵)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이 버젓이 놓여 있다. 현행법상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달라고 요청하는 손님에게 “텀블러 사용 할인금(100원~300원, 매장마다 다르게 적용)은 빼줄 테니 그냥 유리잔에 드리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 매장에서 마시고 갈 경우 유리잔으로 제공한다는 점원의 말에 곧 나갈 테니 일회용 잔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손님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모두 마시고 일어났다.
궁금했다. 정부시책에 따라 일회용 컵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마당에 매장에선 왜 유리잔이나 텀블러 사용을 꺼리는지. 매장 관계자는 “텀블러에 음료를 담을 경우 가게에서 사용하는 잔들과 크기가 달라 양 조절이 힘들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한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해선 “보다시피 가게에 손님이 많은 편이라 설거지를 감당하려면 직원을 더 뽑아야 할 실정”이라며 “최저시급이 올라 인건비가 만만치 않아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회용 컵을 요구하는 손님은 “제대로 닦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유리잔은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사용 규제가 지켜지지 않는 곳은 비단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만이 아니었다. 천안시 소재 한 도서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카페를 방문한 시민들 모두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다. A씨는 “나도 주문해놓고 깜짝 놀랐다. 도서관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공공기관에 있는 카페인데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몸소 실천해 본 일회용품 없이 일주일 살아보기

8월 2일 전국적으로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지자체에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위해 정책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효과를 보이진 않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단체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개인의 작은 노력과 실천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기자가 직접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에 도전해 보았다. ‘기껏 일주일쯤이야’라는 마음으로 체험에 임했으나, 시작부터 난관이다. 인터넷 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뿔싸!

비닐봉지에 포장되어 있는 빵들

일회용품 없이 살아보기를 완벽히 실천해내고자 일부러 카페 방문을 자제했다. 플라스틱 컵만 사용하지 않으면 될 줄 알았건만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집에서 마시는 인스턴트커피가 작은 비닐포장지 안에 담겨져 있는가 하면, 동네 제과점에서 구입한 빵들 또한 비닐봉지로 포장되어 있다. 하다못해 라면 하나를 끓여 먹어도 겉포장부터 스프까지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5개 정도 비닐포장지가 나온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입한 간편식이나 채소 과일 등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 또한 한 몫 차지했다. 소량 포장되어 있어 버려지는 음식물의 양은 거의 없지만 대신 일회용품이 대량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을 줄이야. 

일주일동안 생긴 재활용 쓰레기

우여곡절 끝에 10월 1일~7일 7일간 체험을 끝냈다. 체험을 위해 자주 가던 분식집마저 포기했다. 장소가 좁아 포장을 해오곤 했는데, 비닐봉지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생수를 사먹기보단 보온병에 물을 싸가지고 다녔다. 마트에 갈 땐 장바구니를 챙기고, 가급적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의 구입을 삼갔다. 노력한 만큼 재활용 쓰레기가 눈에 띠게 줄긴 했으나, 솔직히 불편했다. 사서 쓰고 버리던 편리함을 잠시 미뤄둔 채 일일이 챙기고 신경써야 하니 번거롭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 살리기에 적게나마 보탬이 될 거란 생각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뿐인 지구, 다음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지구. 깨끗하게 쓰고 물려주려면 작은 노력은 필수, 일회용품 사용은 자제.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