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꿈 이루게 한 갤러리도미닉의 ‘드림그림프로젝트’
청년의 꿈 이루게 한 갤러리도미닉의 ‘드림그림프로젝트’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0.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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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꿈 접었던 청년들, ‘드림그림프로젝트’로 작가 데뷔전 열어

“고등학교 3학년 수시 접수를 한 달 앞둔 어느 날 폭탄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부도가 난 것이다. 맏이였던 나는 스스로 가진 의무감에 떠밀려, 가고 싶은 미대를 포기하고 전액 장학금을 주는 대학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의 꿈은 아득히 멀어져갔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살기 위해 선택한 길들을 걸었다. 열심히 살았다. 평생 준비한 꿈을 한순간에 포기했으나 세월이 흘러도 그림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아주 우연히 민화를 접하게 됐다. 기회처럼 다가온 민화는 잠들었던 나의 열정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민화에 매료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행복감이 피어올랐다. 나를 이끌어준 주변의 응원과 격려는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고마웠다. 내게 다가온 인연의 고마움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한 ‘드림그림프로젝트’가 빛을 발하는 시간이 왔다.”

“꿈을 접은 청년들, 다시 열정 불사르게 돕고 싶었어요”

한창 예민할 시기에 찾아온 고난은 김수환 갤러리도미닉 대표를 더욱 성장시킨 밑거름이 됐다. 포기하고 주저앉았더라면 지금은 없었을 보람이기에 김수환 대표는 힘들었던 지난날이 오히려 감사하다.

갤러리도미닉

“의외로 꿈을 접은 친구들이 많았어요. 대부분 가정 형편 때문이었고, 생업으로 일상에 쫓겨 그림을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어떻게 할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이 친구들을 도와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주고 싶었죠. 내가 그렇게 꿈을 다시 펼친 것처럼. 그들이 행복해하고 보람을 얻는 모습이 바로 나의 행복과 보람이었어요.”

왼쪽부터 백재현 김대건 이주옥 김수환 최윤정

각종 대회 출품과 수상을 통해 주목받는 민화 작가로 성장한 김 대표는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새 인생을 찾게 된 본인처럼, 그림을 포기했던 사람들이 꿈을 다시 펼 수 있도록 2016년부터 무료로 지도하고 조언해주고 있었다. 그게 바로 ‘드림그림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그림이 남의 취미인 줄로만 알았던 수강생들이 작가가 되어 드디어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다시 찾은 화가의 꿈, 보람과 행복감 가득해

생업에 바쁜 일상을 쪼개 그림에 매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작품을 완성한다는 건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뜻대로 되지 않아 또다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울컥울컥 올라올 때도 있었고 배운 적 없는 그림을 붙들고 스스로 터득해갈 방법을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은 첫 전시를 열게 되며 눈 녹듯 사라졌고 뿌듯함이 대신 차올랐다.

김수환, 심연(The Mind lotus),60.6X60.6, 장지에 채색, 2018

전시회는 김대건 김수환 백재현 이주옥 최윤정 현동민 20대 청년 작가 6명의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서양화·동양화·민화·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하다.

백재현, 부귀평안

전시에 참여한 최윤정 작가는 “항상 상상해왔던 그림을 그리고 전시까지 할 기회를 얻어 매우 행복하다”며 “근무시간이 긴 직장 특성상 여유롭게 작업하기가 녹록지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이 즐거웠다. 오히려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까지 해소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옥 작가는 “아크릴화를 배운 적이 없어 염려됐으나 그림 그릴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 그림은 나 자신을 알게 했고 내게 또 다른 재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정받는 건 더없이 기뻤다. 잠을 줄이며 그림에 열중했던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고 앞으로도 붓을 놓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림그림프로젝트 첫 번째 단체전 ‘피그말리온 : 꿈의 정원’

출품 작가 대다수는 서비스 판매직이나 회사, 음식업종에 종사해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귀가한다. 휴일에야 겨우 시간을 내 갤러리도미닉에서 작품 제작에 몰두할 수 있었지만, 작품완성의 의지는 절대 허술하지 않았다.

이주옥, Serenity in the water

이번 전시 주제는 ‘잘 풀릴 것’이라고 지속해서 기대하고 관심을 가지면 자신 혹은 타인에게 긍정의 영향을 끼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처럼, 미술의 꿈을 포기하고 생업에 종사하다가 결국 자신의 꿈을 실현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긍정의 경험으로 확산한다는 내용이다. 새내기 여섯 작가의 작품은 11월 4일(일)까지 갤러리도미닉에서 전시한다. 다시 찾은 청년들의 꿈이 몽글몽글 열린 작품들 속에서 향내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최윤정, 동백꽃

한편, 김수환 대표는 드림그림프로젝트 2기를 모집 중이다. 나이 상관없이 미술의 꿈이 있는 누구든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생각이다. 화실 사용료와 지도비 모두 무료로 진행한다.
문의 : 김수환 대표 010-4733-8251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