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로 찾아오는 무료 여성인권 영화&톡톡
우리 동네로 찾아오는 무료 여성인권 영화&톡톡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10.12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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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을 위한 젊은 여대생들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기획 - 시민리포터가 간다
천안NGO센터와 천안아산신문은 2018년 공동기획사업으로 시민리포터를 운영한다. 천안시민단체 활동의 활성화 및 홍보는 물론, 직접 생활하며 자신의 삶에서 시작하는 생활기사 발굴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시민리포터들이 발로 뛰며 작성한 천안시민단체의 다양한 소식들을 매월 1회 천안아산신문을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천안여성회는 '2018 찾아가는 여성인권 영화&톡톡'을 통해 여성의 문제를 영화로 접근해 소통하고, 상업영화가 아니어서 찾아보기 힘든 좋은 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이동 상영회를 진행했다. 8월 한 달 신청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9월 10일 시민리포터들은 '더 헌팅 그라운드'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2015년 ‘제9회 여성인권 영화제’ 개막작인 커비 딕 감독의 ‘더 헌팅 그라운드(The Hunting Ground)’는 미국의 학내 성폭력 사건을 은폐하려는 대학 사회의 충격적 현실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사냥터'는 여학생들이 성적 먹잇감으로 전락한 캠퍼스를 상징한다.
대학 캠퍼스를 생각하면 개방, 자유, 평등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미국 여대생 5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중 단 5%만이 성폭력 피해를 신고하는데, 가해자가 처벌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성폭력 신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 내 성범죄 가해학생 처벌은 일주일에서 짧게는 하루의 정학, 학사 경고, 논문이나 독후감 쓰기,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사회봉사하기, 졸업 후 제명 등이다. 그 이유는 졸업생들이 연간 기부하는 엄청난 기부금 때문이다. 대다수가 사교 클럽의 일원이고 이 엄청난 금액이 정치 운동에 투자되고 있으며, 사교클럽 멤버들이 정치와 경제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대학과 사교클럽은 공생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운 것 중 하나는 가해학생들에게 도무지 죄책감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학생들은 사교 클럽 파티에 빠질 수 없는 술과 약물로 인해 신입 여학생들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며 집단 성폭행에 다다르게 되는데, 집단적 행위에서의 죄의식은 ¹/n로 나눠진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 성폭력 생존자인 두 여학생이 가해자를 퇴학시키지 않는 적대적 환경 조성을 근거로 교육부에 고소해 사회적 이슈를 이끌어냈고, 이 문제는 국가적 의제가 되어 100개 이상 대학이 연방 조사를 받게 된다. 전문가에 따르면 신고된 성범죄의 2~10%만이 허위신고이며 나머지 90~98%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계속 오고 대학 내 성폭력 범죄는 일어나고 있으며, 여전히 대학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다큐멘터리의 두 생존자는 전국을 돌며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소를 돕고 있다. 변호사도 없이.
한국에서도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 성폭력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놀라운 일이 아닌 기정사실이다. 영화에서는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 말하고 있다. 생존자는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을 뜻한다. 살아있는 생존자들이 작은 소리라도 낼 수 있게 만든 젊은 여대생들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쉽게 올해의 상영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천안여성회 김용자 사무국장은 “내년에도 상영회를 진행할 예정이므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 천안여성회 070-7554-4700

황인아 시민리포터 eyeful3535@naver.com

□ 더 헌팅 그라운드 감상 소감 한마디

"보는 내내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다. 분노하지 않고 화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소감을 말하는 목소리가 떨려온다. 하지만 미국 여학생의 작은 목소리와 국가의 관심으로 조금은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보았다“

”학교 내 성폭력을 다룬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내가 학교 다닐 때도 성폭력 피해자는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범죄는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비난받는 경우들이 많은데 그런 이상한 상황에 대해 민감해져야 하고 좀 더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같이 보면 좋은 영화

한국. 2011년 작품 
감독 경순

 

레드 마리아  - 우리들 '배'에 새겨진 생생한 삶의 기록. 한국 일본 필리핀에서 만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레드마리아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주 여성, 위안부 할머니,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인, 가사 노동자 등으로 불리는 10명의 일상을 촘촘히 담아내고 있다. 보통,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특정 인물 혹은 몇몇의 주요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인물 다큐멘터리’와 비교해보자면 엄청난 물량공세임은 물론, ‘여성’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만 겨우 연결지을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한 작품 안에 녹여냈다는 것 또한 레드마리아만이 지닌 특별한 지점일 것이다. 레드마리아는 차별과 폭력으로 뒤덮인 여성의 삶을 폭로하거나 여성의 권리를 부르짖는 선동가가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는 ‘휴먼 다큐’이다.

 

 

 

 

프랑스. 2014년 작품
감독 블란딘 르누아르

 

주주(Zouzou) - 세 명의 중년의 자매들과 그들의 어머니가 오랜만에 어머니 집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세 명의 자매들은 엄마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손녀인 주주를 포함해서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연애 중이거나 결혼을 했거나 어찌됐든 남자들과의 관계에 놓여 있다. 약간은 주책인 첫째, 진지한 둘째, 성에 대해 개방적인 셋째 등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닌 자매들은 모두 엄마의 남자 친구를 질투하면서도, 각자의 연애나 섹스에 몰두하느라 정신이 없다. 3세대에 걸친 여성의 공감대를 섹스로 놓고, 가족들이 서로에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째서 가족 간에 각자의 성생활은 비밀로 지켜져야 하는지, 성생활에 대해 엄마는 딸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를 유쾌하게 질문하는 코미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