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 살리는 유기농법 - 바우농원 유기농와인 ‘뜨락에’
자연과 사람 살리는 유기농법 - 바우농원 유기농와인 ‘뜨락에’
  • 노준희 리포터
  • 승인 2017.11.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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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때문에 내 몸 망가져 유기농법 시작했지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가 건강한 우리 몸을 만든다는 논리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다. 하지만 먹거리마다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천안 아산은 다양한 산업과 농업이 공존하는 도농복합도시다. 이러한 이점을 살려 먹거리를 기반으로 튼튼히 내실을 쌓아온 지역브랜드 업체들이 있다. 숱한 어려움을 견뎌내며 먹거리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지켜냈다.
천안아산신문은 건강한 먹거리 확산에 노력함은 물론, 전국에 우리지역 농·축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지역브랜드 업체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또한 이 업체들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이해와 정보를 공유한다. <편집자 주>

홍병식 바우농원 대표 부부
홍병식 바우농원 대표 부부

 

홍병식(71) 바우농원 대표는 1975년부터 포도농사를 지었다. 양계가 호황일 땐 양계업으로 생계를 꾸린 적도 있었다. 배방농협 조합장을 역임할 땐 농사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했던 포도농사가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2000년부터 포도농사를 다시 시작했다.
기존 하던 대로 농약을 치고 화학비료를 뿌려 포도를 키웠다. 병충해 예방과 알이 굵고 수확량이 풍부한 포도 생산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홍병식 대표는 농약 때문에 목숨의 위험을 느낄 만큼 건강을 잃었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건강에 큰 타격을 입은 홍 대표는 더 이상 농약을 치는 농사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농사짓는 농부에게 가장 위험한 농약 =

“처음엔 농약이 그렇게 위험한지 몰랐죠. 몸이 나빠지고 나서야 농약의 유해성에 대해 깊이 깨달았어요.”
농약은 직접 다루는 농부에게 가장 위험했다. 실상 과수에 농약을 안 치고 잘 키우긴 힘들었다. 그렇다고 관행농법을 지속할 순 없었다. 유기농법을 하겠다는 큰마음을 먹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엄청난 병충해를 입었다. 포도수확을 포기할 정도였다. 비가림을 해봤더니 다행히 포도에 치명적인 병충해를 막을 수 있었다. 2002년부터 저농약으로 시작해서 무농약을 거쳐 유기농법으로 바꿨다. 오랜 노력 끝에 2007년 비로소 완전한 유기농법으로 포도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홍 대표가 짓는 포도품종은 ‘스튜벤’. 23브릭스(Brix)가 나올 정도로 당도가 높고 신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머루포도라고도 한다. 알이 작고 씨가 굵지만 맛이 매우 좋다. 유기농 포도라서 영양 많은 껍질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유기인증을 받은 바우농원 포도는 아산시 학교급식에도 들어가며 안정성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유기농법으로 자라는 탐스런 포도
유기농법으로 자라는 탐스런 포도

“건강 생각하며 마시는 와인에 뭐가 들었는지 아세요?” =

유기농으로 건강을 생각한 농사를 지었지만, 왜 유기농 작물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농약을 안 치면 생산량은 떨어진다. 때깔도 관행농보다 못하다. 사람들은 포도를 어떻게 키웠는지 보다 외양 멀쩡하고 값이 싼 포도를 선호했다.
무늬만 유기농인 업자들 때문에 피해를 보기도 했다. 누구보다 건강한 포도를 생산했지만 다 팔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가공은 비용이 더 들어 남는 장사가 아니지만, 포도농사를 하는 동안 포도즙은 물론 와인생산은 필수불가결한 사업이었다. 유기농포도였기에 경쟁력은 있었다.
홍 대표는 “농약을 사용해 키운 포도로 만든 와인에 농약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냐”며 “외국에서 들여온 유기농와인에도 첨가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와인을 살펴보면 대다수 와인에 이산화황(무수아황산염) 같은 산화방지제나 소르빈산 칼륨 같은 합성보존료가 들어간다. 이산화항은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한 물질이다. 소르빈산칼륨은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뜨락에 와인은 유기농 포도만 사용한다. 당도 조절이 필요할 땐 유기농 설탕을 쓰고 인공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홍병식 대표가 자부심을 느끼는 이유다.
홍 대표가 공들여 생산한 뜨락에 와인은 현재 퍼스트빌리지 로컬푸드 직매장과 아산원예하나로마트, 아산장터, 충남농사랑 등 인터넷 쇼핑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인식 바꿔야” =

유기농법으로 바꾼 뒤부터 감기도 잘 안 걸리고 건강이 좋아졌다. 유기농으로 크는 포도 아래는 민들레가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공해 민들레즙도 판매한다.
홍 대표는 “큰 병충해가 돌 때면 농약을 사용하게끔 누군가 장난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농사짓는 사람만 유기농을 생각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도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유기농와인을 생산하니 방송 출연제의도 심심찮게 들어왔다. 하지만 홍 대표는 많이 파는 것보다 진정한 유기농사를 짓는 가치를 유지하는 게 우선이다.
“다른 유기 농가들에게 제 값 받고 할 수 있는 거 보여주고 싶어요. 농사짓는 사람들이 대우 받는 세상, 올 수 있겠죠?”

아산시 배방읍 호서로 231번길 15-21
041-548-0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