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있슈(Issue) - 반드시 잡는다(2017)
영화 있슈(Issue) - 반드시 잡는다(2017)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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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 또한 잘못으로 인한 벌이 아니다”

노인체험을 몸소 실천해보았다는 글을 보았다. 체험자는 시야를 좁게 만들어주는 안경과 온몸을 압박하는, 체감 무게가 무려 20kg 장비를 착용한 채 80대 고령자의 몸으로 3시간 동안 서울 시내를 걸었다고 한다. 평소 잘 보이던 것들이 뿌옇게 보이고 힘차게 내딛던 걸음이 힘겨웠을 것이라 짐작된다.
인간은 누구나 젊고 건강하게 살길 원하지만,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애석하게도. ‘가는 세월 그 누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는 노랫말처럼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드시 잡는다(2017)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 등장하는 심덕수 할아버지(백윤식) 역시 정처 없이 흘러간 세월이 야속하다. 성격 탓인지 나이 탓인지 모르겠으나 아침부터 잔소리를 해대는 덕수 할아버지 덕분에 동네 골목골목이 시끄럽다. 이웃주민들과의 사이, 당연히 ‘별로’다. 쌈닭에 독불장군 안하무인이니 누구 하나 살갑게 인사 건네지 않는다. 건물주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확인된 바는 아니다. 어느 날,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고독사로 세상을 등지자 덕수씨는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이 사무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외로우니까 노인’이란 말인가. 오늘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영화에서건 현실에서건 노인들이 처한 환경은 매한가지. 늙고 병든 데다 돈까지 없다는 이유로 쓸쓸하고 서럽다. 지금 길거리에 오가는 어르신들 모습은 미래 우리들의 모습이다. 젊어 건강하다고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리란 보장도 없다. 또 하찮게 생각한 그 노인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쁜 풀꽃처럼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허리가 굽고 눈이 잘 안보여 움직임이 굼뜬 이들을 어디에서 마주치든지 비난보다 배려를. 거기다 따뜻한 말 한마디 더한다면 금상첨화.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