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엔 등급이 있을까?
고등학교엔 등급이 있을까?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9.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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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지원할 때 많은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고민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학업적인 부분입니다.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 좋은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어떤 고등학교가 좋은 학교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이고 학생들은 어떤 학교를 골라서 가야 할까요?
대부분 대학교를 잘 보내는 학교를 좋은 고등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맞을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학교에 진학시켰다면 확실히 학업적인 부분에서 좋은 학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잘 이끌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많은 학교들이 똑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학교만 특별히 더 노력해서 더 좋은 학교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생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학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몇 학교에서는 분명히 어떤 노하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학교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가는 학교와는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천안지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평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성적별로 고등학교를 진학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사이에 비평준화 때 성적이 좋았던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비평준화가 사라진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내신이 중요해졌다는 것이죠.
요즘처럼 수시의 비중이 큰 시기에는 내신점수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니 굳이 잘하는 학생들만 모인 곳에서 위험한 내신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평준화가 된 편이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것이죠. 그러니 예전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가는 학교를 가면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비평준화 시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간 학교에서는 3학년 절반 정도가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학원에 와서 수능 준비를 하고는 했죠. 자연스럽게 재수생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학생들이 다른 학교를 가서 수능 준비를 했다면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왔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갔어도 똑같이 수능준비를 하고 똑같은 공부를 했다면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제 말을 믿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무조건 특목고나 자사고에 가면 좋고,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학교가 무조건 좋은 학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떤 학부모님 중에서는 잘 못하는 학교에서는 전교 1등을 하더라도 대학교 지원조차 못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작년에 제가 가르치던 고3 학생들은 비평준화의 마지막 학생들이었습니다. 한 반은 중학교 때 성적이 좋아 천안지역에서 나름 좋은 학교라고 하는 이름 있는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가니 다들 자신과 실력이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잘하는 학생들이었고, 학교 안에서는 평범한 성적이었지만 좋다고 할 성적은 아니어서 3학년이 되자마자 수능을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들은 수능 준비를 하면서 계속해서 후회했습니다. ‘다른 학교를 갔다면 더 좋은 내신 성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죠. 실제로 다른 학교에서 본 시험을 보면 대부분 틀리는 문제없이 잘 풀었습니다. 그러니 분명 그 학교였다면 좋은 성적을 얻었겠죠.
하지만 이미 바꿀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한 학생은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해 재수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반 학생들은 성적이 좋지 않아 그 당시 성적이 낮은 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학생들의 경우 중학교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교 시험이 쉽고 생각보다 잘 나오는 시험 점수에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내신이 1~2등급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서울권 대학에 장학생으로까지 합격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종요합니다. 그러니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은 학교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스터밥 입시전략연구소
정철호 연구원
041-555-7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