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있슈(Issue) - 목격자(2018)
영화 있슈(Issue) - 목격자(2018)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8.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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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이 보여주는 병폐 ‘집단이기주의’
목격자(2018)

어두컴컴한 새벽.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에 밖을 내다보니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망치를 내려친다. 상훈(이성민)은 서둘러 휴대전화를 찾아 112를 누른다. 하필이면 바로 그 찰나 잠들었던 부인이 깨 공교롭게도 거실 불을 켠다. 순간, 범인 태호(곽시양)는 상훈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들킨 태호는 상훈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다. 신고하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상훈은 신고를 포기하고야 만다. 아내와 딸아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 현장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상훈뿐 아니라 동네주민들 역시 하나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외면하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와 같은 ‘집단이기주의’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느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및 배달원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걸었던 일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유는 승강기 고장 및 전기요금 발생에 따른 민원 때문. 자기집단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 따위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집‘안’에서 받아보는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정작 택배·배달 기사들로 인한 손해는 작은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기적인 행동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그들은 공개적인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되었다.
반면 한 아파트 주민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시원한 음료수를 준비해 두었다는 기사는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 중 하나였다.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얘기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나쁠 리는 없다. 다만, 영화 ‘신과 함께-인과연’ 성주神(마동석)의 “나쁜 인간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는 거지”라는 말처럼 상황에 따라 악해질 수밖에 없다면, 그런 상황이 되도록 많이 안생기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