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 펴낸 이심훈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
‘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 펴낸 이심훈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8.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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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경쟁에 지친 아이들에게 ‘느린 삶의 여유’ 보여주세요”

시 쓰는 교육장을 만났다. 이심훈(61) 아산교육지원청 교육장이다.

그는 지역 교육계에서는 정책통으로, 지역 문단에서는 중견 시인으로 익히 이름난 인물이다. 2014년에는 월간 현대시 2월호에 ‘커버스토리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극본 ‘해무’로 유명한 김민정 작가는 오래전 공연예술잡지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문학적 영향을 끼친 스승으로 시인 이심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심훈 교육장이 가장 최근에 낸 ‘장항선’은 시대의 애환을 품은 장항선 철도의 느린 매력을 담은 시집으로, 지역 문단에 훈풍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심훈 교육장은 마치 서민 삶의 모습처럼 연착과 느린 속도로 달리는 장항선의 정차역마다 서려 있는 주변 삶의 풍경들을 자신만의 시어로 다듬어 윤을 냈다.

이 교육장은 1988년 등단하기도 전에 출판사 제의로 시집 ‘못 뺀 자리’를 출간했다. 이어 ‘안녕한가 풀들은 드러눕고 다시 일어나서’를 출간하고 등단 이후 ‘시간의 초상’ ‘장항선’ 등 모두 네 권의 시집을 냈다. 그렇게 시작(詩作)에 전념했던 그가 최근 35년간 교육자 인생에서 처음으로 교육서적 ‘절기마다 웃는 얼굴 참살이 공부(이하 참살이 공부)’를 출간해 교육계에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절기로 풀어보는 교육… “아이들 역량 어떻게 키울까”

이심훈 교육장이 낸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절기를 공부법으로 활용하게 한 책이다. 알고는 있으나 깊이 있게 활용하려는 시도가 적었던 절기. 이 교육장은 절기에 빗대어 학교와 가정이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덕목과 역량을 어떻게 심어주는 게 좋은지를 책에 담았다.
“가만 돌아보니 국민 세금을 월급으로 받으며 교육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나 좋아하는 시집만 냈더라고요. 아하, 내가 이러면 되겠나. 퇴임하기 전까진 교육에 도움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을 쳤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미래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가 교육자로서 큰 화두였는데 부족하나마 제 생각을 책으로 펼치게 됐지요.”

 

아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역량 키우는 공부 되도록

‘참살이 공부’ 제1부 ‘봄-공부의 시작 자존감꽃’ 중 도입 부분은 입춘을 다뤘다. ‘봄동에게 배우는 자존감’이란 시로 봄동이 겨울을 견디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자존감이 무엇인지, 참된 공부의 시작은 자기존중에서 시작한다고 제언했다. 경칩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힘’에 관해 썼고, 청명에선 ‘창의성은 생각의 씨앗’이라고 은유했다.
제2부 ‘여름-근성을 머금은 풀꽃’에서는 ‘열정이 샘솟는 동기’를 입하에 비유했고 망종을 ‘대자연과 함께하는 여정’으로 그렸다. 소서는 ‘오감으로 체득하는 근성’으로 풀이했다.
제3부 ‘가을-책갈피를 물들이는 단풍꽃’에서는 ‘큰나무의 시작인 새싹’으로 설명한 입추, ‘평생학습과 기초학력’으로 표현한 백로, ‘책등을 타고 흐르는 문화’로 비유한 한로에 관한 이야기를 올렸다.
4부는 ‘겨울-곁을 나누어주는 눈꽃’ 이야기다. 입동은 ‘곁을 나누는 길모퉁이’로, 대설은 ‘경험한 만큼 쌓이는 눈무지’로 나타냈다. 소한은 ‘소통과 배려의 글로벌 시대’에 곁을 나누어주는 배려를 설명하는 주제로 사용했다.
마지막 장 ‘핵심역량으로 피우는 공부꽃’에서는 선행학습보다 예습 복습이 필요한 이유, 산업혁명과 학력관의 변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에 관해 자세히 펼쳤다. 또 ‘순화하고 치유하는 바람의 책력’과 ‘마려움과 고픔 창의적인 글쓰기’를 통해 품성 교육과 글쓰기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자작시 30여 편을 올려 이해를 돕고, 35년간 교직 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도 함께 꾸며 재미를 더했다.

속도 때문이다

이심훈 교육장은 왜 이런 책을 냈을까. 이렇게 가르쳐라 저렇게 교육해라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온갖 공부 노하우와 기술을 담은 책이 쏟아지는 서점가에서 생뚱맞게도 ‘느리게 가라’고 책은 권하고 있다. 이 교육장은 속도만을 추구하는 경쟁사회가 문제라고 보았다. 속도와 경쟁만이 조여대는 현실은 진짜 보아야 할 것을 놓치고 진짜 가져야 할 것을 잃어버리게 했다. 교육자로서 깊은 고민에 이르게 했다.
이심훈 교육장이 KTX를 타고 대전으로 출퇴근했던 때의 일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가족석에서 학습지를 푸는 아이와 이를 바라보는 엄마가 있다. 아이는 1학년쯤 돼 보인다. 엄마는 마주 앉아 책을 읽는 척한다.
“엄마, 할머니 역으로 마중 나와?”
“쓸데없는 생각 말고 문제나 잘 풀어!”
아이는 학습지에서 서로 관계있는 것을 이어주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자꾸 틀렸다. 이 교육장은 생각했다. ‘마중 나올 할머니 생각이 쓸데없는 것일까?’ 기차여행과 마중 나올 할머니가 아이에겐 더 관계가 있고 궁금할 텐데. 오순도순 기차여행을 가야 하는 자리에 학습지가 방해물이 되고 있었다. 이 교육장은 ‘속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속도와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가슴 차갑게 미래를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이 교육장은 가슴이 먹먹했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로운 교육을 해야 창의력과 감성적 사고력이 골고루 길러집니다. 사람만이 속도와 경쟁에 빠져 살아요. 아무리 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하면 속도와 경쟁에 빠져 살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또 지금은 4차산업 시대예요. 아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해요. 차이를 인정하는 교육으로 가야 합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을 바르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