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외길 무궁화연구가로 살아온 심경구 박사
30년 외길 무궁화연구가로 살아온 심경구 박사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8.1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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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으로 수출하며 로열티 받는 무궁화 보셨습니까?”

광복 73주년을 맞이하는 2018년 8.15 광복절이었다. 해마다 광복절이면 몸 바쳐 나라를 구한 독립열사들, 이들의 애국심을 나타낸 태극기와 애국가, 그리고 민족의 절개를 상징한 무궁화 등이 떠오르곤 한다.

무궁화연구가 심경구 박사
무궁화연구가 심경구 박사

그중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화(國花)로 알고 있는 무궁화. 해방 이후 국가의 주요행사 때마다 나라를 상징한 대표 문양으로 사용돼온 무궁화 꽃이 실상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화가 아니었다. 대통령표장, 국회의원 배지, 경찰 계급장, 국기봉, 국민훈장, 무궁화대훈장 등 정부기관에서 폭넓게 공식적으로 무궁화 문양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실제 법률로 규정해놓은 것은 국기인 태극기뿐이다.

삼일홍
삼일홍
성천
성천

이를 문제로 인식한 몇 명의 국회의원들이 16대 국회에서부터 무궁화를 국화로 제정하자는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특정품종을 국화로 규정하기 어렵고 국민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 등의 반대의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 다시 법률안 제정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2016년 6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나라꽃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통과 여부는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강릉홍단심
강릉홍단심

국회가 나라를 대표하는 꽃을 규정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미적대는 모습으로 일관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무궁화를 연구해 국위를 선양하고 국익에 기여한 사람이 있다. 1990년부터 무궁화를 연구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00여 품종을 개발했고 그중 법정 등록한 무궁화만 45종에 이르며, 8종은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외국 특허까지 획득한 심경구(80) 박사다.

“무궁화 연구, 내겐 숙명이었지”

자명

심경구 박사는 무궁화 연구 이전부터 조경수목용 황금개나리부터 시작해 이미 15종의 특허를 받았으며 구상나무와 미스김 라일락 등 우리나라 목본식물을 두루 연구한 학자다. 그런 심 박사가 무궁화에 관심을 집중해 무려 30년 가까이 무궁화만 파고들었다. 무궁화에 대해서는 심 박사를 거치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2005년부터는 사립무궁화연구소를 운영해 체계적인 연구를 이어가며 본격적인 특허 출원 등록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심경구 박사. 그가 무궁화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이채롭다.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일이다. 식물원장을 겸하며 약 250품종의 무궁화를 키우고 세계 각국의 무궁화를 수집하고 있었다. 1990년 일리노이대학교 교환교수로 가게 돼 무궁화연구가인 미국 농무부의 이골프 박사를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무궁화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기존 무궁화는 12시간만 피는 데 비해 이골프 박사는 24시간 개화하는 품종을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친교 있는 나라의 꽃을 정책적으로 연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골프 박사가 제안했어요. 자기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으니 내가 무궁화를 연구하겠다면 연구자원을 주겠노라고.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죠. 그때부터 무궁화를 연구한 게 벌써 30년이 다 돼가네요.”

 

로열티 받는 무궁화 품종, 모두 심경구 박사 연구결과물

우전백단심
우전백단심

무궁화 연구를 숙명이라고 생각한 심 박사는 본격적으로 무궁화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심 박사는 ‘안동’ 무궁화를 육종 개량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릴 킴(Lil Kim)’ 등 4종을 특허 등록하며 2006년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다. 릴 킴은 한국 대표 성씨 ‘김’과 작다는 뜻의 ‘Little’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기존 무궁화와 달리 이국적인 모양이며 미국에서 인기다. 아마존에서도 판매한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에는 유럽과 미국에 ‘삼일홍’과 ‘우전’을 특허 출원해 판매를 앞두고 있다. 특히 삼일홍은 심경구 박사가 개발한 24시간 이상 피는 품종이다.
보통 무궁화가 계속 피어있는 줄 알지만, 무궁화는 하루 만에 지는 꽃이다. 다른 송이에서 또 피고 지고 하면서 계속 피어있는 모습을 유지한다.
“피고 지고 또 피고 해서 무궁화 나무 하나에서 3000송이를 피운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꽃을 오래 볼 수 있어요. 또 무궁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꽃이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정원수로 각광받는 꽃이에요. 그러니 자체적으로 개발하고도 로열티도 줘가며 우리나라 꽃을 수입해가는 거 아니겠어요?”

 

 

 

“국립무궁화연구소 꼭 필요해”

심경구 박사는 “무궁화 연구를 거듭하면서 무궁화를 연구하는 국립연구소가 꼭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릴킴
릴킴

“광복 7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국립무궁화연구소가 없어요. 무궁화를 법률로 제정하지도 않고요. 민간이 혼자 연구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재배전문가, 육종가 등을 키워 연속적으로 연구해야 하고 국제심포지엄도 개최하면서 무궁화 연구를 발전시켜야죠. 무궁화 연구는 국가가 할 일이에요.”
또 심 박사는 “해방 후 전국에 1500만 주를 심었다는데 다 관리가 안 돼서 죽었다”라며 “길에 심어놓은 무궁화를 관리하는 것은 지자체나 해당 기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준희 기자 dooaiu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