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지역언론을 다시 보다① 옥천신문
창간기획 : 지역언론을 다시 보다① 옥천신문
  • 김나영
  • 승인 2017.11.3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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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위기다. 아침이 밝아오면 받아들어 뒤적이던 종이신문은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손바닥 안에서 온갖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기술의 발전 앞에 신문은 자리를 잃어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1998년의 신문 정기구독률은 64.5%, 2016년은 14.5%로 집계되고 있다. 종이신문 정기구독자는 20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역신문의 상황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경영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폐간의 수순을 밟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이더라도 신문은, 언론은 본령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끊임없이 바라보고 흔들림 없이 질문을 던지는 뚝뚝한 시선과 건강하고 행복한 현재를 위한 살가운 손짓은 지금 시기에 더욱 필요하다는 요구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집중의 현실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알리고 이슈를 공론화 하는 지역언론의 임무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천안아산신문>은 창간기획으로 지역민과 호흡하는 건강한 지역언론의 현재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그 길에 함께하겠다는 각오도 담았다.

곳곳에는 소임을 놓치지 않고 숨 가쁘게 달려 지역민들의 신뢰 속에 살아 숨 쉬는 지역언론이 자리하고 있었다. 창간기획은 매월 연재한다. <천안아산신문 편집자 주>

지역언론의 힘 <옥천신문> “언론의 본령을 잃지 않으면 신문의 길은 있다”

천안아산내일신문은 2017년에 들어서며 재창간을 결심했다. 곧 이곳저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20년간 신문을 냈으니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어려운 길로 들어서려 하나.” 감탄도 따라왔다. “적자를 내지 않고 운영해 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할 따름이다.”

과장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은 이미 온몸으로 느껴왔다. 겨우겨우 운영을 이어가는 것이 대단하다고 평가될 정도이니 상황이 점점 더 혹독해질 것은 자명했다. 그 속에서도 지역언론으로 제대로 자리함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그를 통해서만이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에 의견이 모였다. 11월,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호의 지역언론 <천안아산신문>으로 출발했다.

물론, 불안함에서까지 벗어나지는 못했다. 어려운 환경 앞에 신문이 흔들리거나, 혹은 방향을 잃고 표류해 언론의 위기까지 치닫는 시기의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때 <옥천신문>은 28년째 흔들림 없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갖게 됐다. 운영의 기반은 지역민들의 신뢰와 아낌없는 지지다. <천안아산신문>은 지역신문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옥천신문>을 찾았다.

옥천신문 창간호
옥천신문 창간호

우선, <옥천신문> 홈페이지부터 살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대부분 종이신문들은 온라인매체로의 전환 또는 확장에서 활로를 찾는다. 종이신문 쇠락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의 편리성인 만큼 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여겨진다. <옥천신문>은 1999년 홈페이지를 개설(2000년 현재 도메인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옥천신문>의 홈페이지는 굳게 닫혀 있었다. 기사의 제목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클릭하면 ‘회원용 기사입니다’라는 안내만 떴다. 황민호 편집국장은 “<옥천신문>은 온라인으로의 확장을 굳이 꾀하지 않는다. 회원가입을 해야만 기사를 볼 수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기사’가 아니라 오직 <옥천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홈페이지 가입자만 1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기사에 대한 자신감. 이는 <옥천신문>이 28년간 유지해 올 수 있는 기본 바탕이다.

 

창간 정신에서 흔들리지 않은 28년 =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양로85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이 반기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28년의 역사를 지닌 <옥천신문>의 현재 사옥이다.

<옥천신문>은 지역신문의 모범으로 꼽힌다. 출발부터 남다르다. 1989년 9월 주민이 직접 회사의 주인이 되는 ‘군민주’로 창간했다. 홈페이지의 소개란에는 ‘한국 지역신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회사의 지분을 일정 부분 이상 소유할 수 없는 형태로 설립했다’고 적혀있다.

그 결과 <옥천신문>은 창간 후 지금까지도 편집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가장 모범적으로 실현되는 언론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우수 지역신문을 대상으로 경영과 취재보도를 지원하는 법률인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이 제정된 2005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매해 우수 지역신문으로 선정되고 있다. 또한 2016년 한 해만 해도 지역신문 컨퍼런스 '우수·시행착오 사례' 은상 및 인기상, 지역민참여보도 사업 은상, 바른지역언론연대 풀뿌리우수기자상 편집부문 최우수상·취재부문 장려상, 광고 공모전 우수상 등이 <옥천신문>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옥천신문에 대한 평가는 지역을 둘러보아야 더 확실하다. 옥천신문은 매주 금요일 대판 24면을 발행하며 1면에 그 주의 발행부수를 가감 없이 공개한다. 11월 17일 발행한 제1413호 기준 발행부스는 4250부, 발송부수는 4046부다. 2017년 6월 기준 옥천군 전체 인구수는 5만1838명. 가구 수 2만 세대로 본다면 다섯 집 중 한 집이 옥천신문을 구독한다는 이야기다. 지역 주간신문이 이룬 내용이다.

 

오직 신문과 기사만으로 이루어낸 주민 신뢰 =

“<옥천신문>을 보지 않으면 이웃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옥천군민들의 믿음이다.

비약이 아니다. 옥천에 사는 이들은 <옥천신문>을 통해 충청북도와 옥천군에서 벌어지는 일을 확인하고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듣는다. 지역의 주제를 모으고 이슈를 확산한다.

창간 후 바로 갖게 된 위치는 아니다. 222명이 참여한 ‘군민주’로 창간했음에도 <옥천신문> 역시 초기 어려운 시기를 ‘당연히’ 겪었다. 그럴 때 <옥천신문>의 돌파구는 다시, 여전히 신문의 제자리였다. 지역주민의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부터 자치단체 행정을 비판·감시하는 기사까지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을 가감 없이 보도했다. 사실 확인이 끝난 취재에는 자체검열의 잣대를 대지 않았다. 우스갯소리로 ‘금요일이면 옥천 지역 기관장들은 배탈을 앓는다’는 말이 생겨났다. 금요일은 <옥천신문>이 발행되는 요일이다.

또한 신문 외에는 어떠한 것에도 곁눈질하지 않고, 사업을 벌여 힘을 나누지 않고 오직 신문과 기사에만 집중했다. 1996년에는 <옥천신문>에 배당된 '주민계도지' 예산과 광고 예산을 전액 반납하고 주민들과 독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했다.?신문의 자리를 주민들의 옆자리에 두겠다는 다짐을 선보인 것이다.

<옥천신문>의 행보에 주민들은 마음을 열었다. 신문에 대한 지지와 기사에 대한 신뢰는 하나 둘 구독으로 이어졌고, 그 힘으로 <옥천신문>은 28년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도 <옥천신문> 경영의 50%이상은 유료구독이 담당한다.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지역신문은 지역의 고유한 내용으로 승부해야” =

<옥천신문>은 수익을 위한 곁눈질을 삼갈 뿐 마을과 어우러지며 가치와 의미를 지닌 사업에는 언제든 문을 연다. 2000년부터 청소년 기자단을 운영했고, 계절별로 주민강좌를 연다. <옥천신문> 문화콘텐츠 사업단에서 출발해 올해 3월 출범한 예비사회적기업 ‘고래실’,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 운영과 더불어 6월부터는 시골잡지 ‘월간 옥이네’ 발간도 시작해 11월에 5호를 냈다. 모두 독립법인으로 운영한다.

<옥천신문>은 그것이 지역신문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지역의 고유한 내용을 담아내는 것은 지역언론이 또한 담당해야 할 일이고, 이것만이 지역언론이 살아갈 길이라는 믿음이다.

신문사는 올해 두 명의 신입기자 선발을 위해 공고를 냈다. 지원한 인원은 총 20명. 여덟 명을 면접해 그 중 네 명과 일주일간 합숙을 진행, 최종 두 명을 선발했다. 중앙 일간지의 선발과정이 아니다. 5만 명 옥천군민을 독자로 하는 지역주간지 <옥천신문>의 신입기자 선발 진행 상황이다. 또한 올해만이 아니다. 근 십여 년 가까이 <옥천신문>의 신입기자 선발은 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옥천신문을 찾은 사람들. 가장 오른쪽이 황민호 편집국장.
옥천신문을 찾은 사람들. 가장 오른쪽이 황민호 편집국장.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 청년들이 기꺼이 지역언론에 미래를 걸고자 함이 높은 연봉 또는 누가 보아도 근사한 명함 때문이었을까. 황민호 편집국장은 단언한다. “신문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면 지역민이 인정하고, 지역민의 신뢰와 인정을 받으면 건강하게 운영을 이어나갈 수 있다. 곁눈질 하지 않고 언론의 본령에 충실하려는 <옥천신문>의 고집은 건강한 언론인을 지향하는 청년들에게도 유효하다.”

 

언론이 당당하려면 눈치 볼 곳은 오직 한 방향, 독자의 시선이다. 지역언론이 살아가려면 놓치지 않고 담아내야 할 것은 그 지역만의 고유한 내용이다. <옥천신문>은 2017년 현재, 28년째 그를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