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있슈(Issue)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영화 있슈(Issue)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 천안아산신문
  • 승인 2018.07.2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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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실망을 오늘이란 선물과 내일에 대한 기대로 채울 수 있길

청년 실업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오늘도 청춘들은 달린다. 취업이 안 되는 것이 단지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거나 개인 탓인 양 취준생들은 고시공부에 매달리거나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4)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수남(이정현) 또한 이 시대의 청춘들과 별 다를 것이 없다. 고등학교에 다니며 무려 14개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에 첫발을 당당하게 내딛지만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주산 부기 타자 따위 자격증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회사에 취직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내 집 마련의 꿈도 이루었으나 수남에게 남은 건 1억이 넘는 빚과 아픈 남편의 병간호뿐.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숨을 곳도 없다. 지금 수남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허드렛일 밖에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 
빚을 갚기 위해 밤낮 없이 청소 전단지배포 신문배달 등 쉬지 않고 일한다. 오늘도 열심히 호텔방을 청소하며 머지않아 다시 행복해질 거라는 작은 기대를 품어보지만 수남에게는 작은 기대조차 사치인 듯하다. 
수남은 오늘도 알람을 맞춰놓고 청소에 매진한다. ‘나만 열심히 하면 돼. 내가 조금만 더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그의 성실함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며 살고 싶었는데, 형편이 나아질 기미는 1도 없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오늘보다 좋은 내일을 위해 현재를 달리는 청춘들은 얼마나 더 쓰러지고 밟혀야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니, 청춘이기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춘들이여. 그대들에게 반드시 ‘쨍’하고 해 뜰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혹시 오지 않더라도 다시 피어나는 잡초가 되길.

박희영 기자 park5008@canews.kr